3·1절 100주년, 서울은 한 세기 전 그날을 재연해냈다 [밀착취재]

jngmn 입력 2019. 3. 1. 19:01 수정 2019. 3. 2.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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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년을 맞은 3·1절 서울 도심 곳곳은 한 세기 전 그날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하루 종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지만 시민 수만명이 각지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와 뜻깊은 날을 기념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정부 중앙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참여해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00년 전 오늘, 우리는 하나였다”는 말로 기념사를 시작한 문 대통령이 “차이를 인정하며 마음을 통합하고, 호혜적 관계를 만들면 그것이 바로 통일입니다”라고 강조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대통령 연설에 깊게 공감했다는 이현우(48)씨는 “우리 모두 현재 처해있는 어려운 상황에 굴하지 않고, 함께 전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오가 되자 “대한민국 만세, 만세, 만세”라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크고 작은 태극기 물결이 광장을 하얗게 수놓았다. 광장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기념식을 개최한 행정안전부는 당초 1만여 석의 객석을 준비했지만, 기념식을 보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이 이순신 장군 동상 근처까지 가득찼다.


유관순 열사가 순국한 장소인 서대문형무소에서도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날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은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 끝나지 않은 100년의 외침’이라는 제목 아래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전통무예공연, 페이스페인팅, 플래시몹 등 많은 행사가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3·1운동 기념 플래시몹에 참여한 정여진(19·여)씨는 “마치 1919년에 와 있는 기분이다. 내가 ‘만세’를 외치면 모든 사람들이 ‘만세’를 외칠 것만 같은 날”이라며 들뜬 마음을 전했다.

행사에는 어린이들도 눈에 띄었다. 딸을 데리고 경기 고양시에서 서울 서대문구까지 찾아 왔다는 이순현(43·여)씨는 “딸이 처음에는 무섭다며 역사관을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다. 딸에게 ‘우리 역사를 알아야 다시 나라를 뺏기는 일이 없다. 선조들이 우리를 위해서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알아야지 않겠냐’고 설득해 겨우 들어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있던 김영현(9)양에게 ‘3·1운동이 뭔지 아느냐’고 묻자 “나라를 되찾으려고 한 날”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도 기념 행사가 진행됐다. 박원순 시장은 “이곳 서울광장을 독립광장으로 선포한다”며 이날부터 8일까지 서울광장을 독립광장으로 명명했다. 또 1만5179명의 독립유공자를 기리는 추모전을 전시하기로 했다. 광장에서 시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일명 ‘태극기 부대(태극기시민혁명국민운동본부)’의 행진이 이어졌다.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양 측의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했다.

이를 본 시민들은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태극기 그리기 행사’에 참여했다는 김해인(33)씨는 대한문 앞의 태극기와 광장의 태극기가 사뭇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에 안타까워 했다. 김씨는 “멀리서 봤을 때는 같아 보이는데, 사실은 태극기 하나를 흔들어도 원하는 바가 다르다는 사실이 충격이다”라고 말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에서는 플래시몹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청소년 30여명이 가수 스카이하이의 ‘나라 사랑노래’와 힙합가수 MC스나이퍼의 ‘한국인’에 맞춰 춤을 췄다. 플래시몹 행사 최연소 참가자인 영중초등학교 정승은(9)양은 “한 살 위 오빠와 함께 참석했다”며 “의미있는 날에 이런 행사에 참석한 일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산중에 다니는 이준석(12)군도 “평소에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며 “교과서에서 3·1운동에 대해 배울 때처럼 애국심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어진 만세운동 행사에서는 시민들이 “대한독립 만세! 만세! 만세!”를 외치며 100년 전 그 날의 함성을 재현했다. 시민들은 3.1운동 독립운동가 복장을 하고 ‘대한독립만세’가 적힌 커다란 깃발을 든 남녀 사이에서 두 손을 올리고 기념촬영을 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송파시민 문화제가 열린 잠실 석촌호수에서도 5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문화제를 주최한 송파구는 공연을 보는 모든 시민들에게 작은 태극기를 나눠줬다. 송파구는 오는 8월 광복절즈음 평화의 소녀상 준공식을 열 예정이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순국선열에대한 묵념 후 이어진 독립선언서 낭독을 집중해 듣던 김정근(64)씨는 “태극기도 나눠주고 3.1운동 때 했던 만세삼창도 한다고 해 보러 왔다”며 “1919년 3.1운동 이후 올해가 100주년 기념이라 의미가 남다른 것 같다”고 했다.

왕십리 광장에서 열린 ‘1500 뚝섬만세운동’ 행사에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문구를 새기는 캘리그라피부터 태극기나 태극문양 페이스페인팅, 한복 입기, 팔찌 만들기 등 다양한 관련 체험 행사가 마련됐다. 시민들은 행사장 앞에 한복을 입고 태극기를 든 소녀상이 설치된 벤치 옆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사진을 찍으며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정상화(31)씨는 “주민들과 3.1운동을 기념하면서 역사의 새로운 첫 페이지를 여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글·사진=이종민·곽은산·박유빈·유지혜·이강진·이희진 수습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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