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약금 두 배 물어주고 접습니다..지방 부동산 덮친 '미분양 그늘'

최재원,추동훈 2019. 2. 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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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95% 'e편한 창원파크'
계약해지 후 민간임대 전환 추진
산업침체·부동산규제 '이중고'
부산·울산 경매시장도 최악
낙찰가율 60~70%대로 뚝
조선산업 등 제조업 침체에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쏟아지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에 검은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3구역 재개발 아파트인 'e편한세상 창원파크센트럴'은 95%에 달하는 미분양을 견디지 못하고 최근 기존 일반분양 계약마저 전부 해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합과 건설사 측은 분양 대신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전환하기로 하고 국토교통부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1년 가까이 미분양 문제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이미 쓴 사업비 이자비용에 대한 부담과 힘들어진 추가 사업비 조달 때문에 내린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동 356-16 일대 회원3구역 조합과 시공사인 대림산업은 지난 13일 e편한세상 창원파크센트럴 일반분양 계약자 40명과 계약 해지 절차를 마무리했다. 계약자들이 냈던 계약금(분양가 10%)의 두 배를 해지 대가로 지급했다. 작년 3월 최초 분양한 e편한세상 창원파크센트럴은 총 1253가구 가운데 일반분양 예정 물량이 856가구였다. 이 중 40가구만 분양되고 816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은 것이다.

조합과 대림산업 측은 계약 해지 물량을 포함해 일반분양 856가구를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 15일 국토부에 공공지원 민간임대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조합은 작년 12월 총회를 열고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전환하는 내용의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준공은 내년 10월 예정이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선정되면 사업자는 사업비를 정부 기금에서 저리로 조달할 수 있고, 8년간 임대한 뒤 분양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민간임대 사업자로는 대림그룹의 자산 관리 전문 계열사인 대림AMC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회원3구역 조합 관계자는 "국토부 승인이 나면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편한세상 창원파크센트럴 아파트단지의 민간임대 전환 추진은 꽁꽁 얼어붙은 지방 부동산 시장 현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창원시를 비롯한 경남지역은 현재 조선업 등 전통 제조업 경기 침체 때문에 전반적으로 구매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매매와 분양 시장 모두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창원시 아파트 월간 매매가격지수(2017년 11월 100 기준)는 올해 1월 89.2로 2011년 3월 89.4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분양도 전국적으로 가장 심각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미분양 주택 수의 경우 수도권은 2017년 말 1만387가구에서 2018년 말 6319가구로 1년 새 4068가구 줄어든 반면, 지방은 2017년 말 4만6943가구에서 2018년 말 5만2519가구로 5576가구 늘었다. 특히 경남 지역 미분양이 1만4147가구로 전체 미분양 물량 중 26.9%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다음달 말 준공 예정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 부영아파트'도 4298가구가 현재 모두 미분양 상태다. 2016년 최초 분양 당시 전체 가구의 3%에도 못 미치는 117가구만 분양됐고, 건설사 측이 이듬해 위약금을 주고 계약을 취소한 채 남아 있다. 이 단지 역시 민간임대 전환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창원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조선업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과 세금 등 규제를 너무 세게 하면서 현재 창원 등 지방 부동산 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신규 공급 위축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수년 뒤에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몸값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지방 부동산 시장 한파는 부산·울산 등 경매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2월 부산 아파트·단독주택 등 주거시설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은 78.6%로 80% 벽이 무너졌다. 2009년 3월(76.4%) 이후 약 10년 만에 최저치다. 울산 지역의 2월 아파트 낙찰가율도 21일 기준 68.4%로 전달(76.5%) 대비 8%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2008년 10월(67.9%) 이후 10년4개월 만에 최저치다.

[최재원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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