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양, 팔경 따라 걷고 비경 위를 날다

단양/신정훈 기자 2019. 2. 22.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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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 곳, 뜨는 곳] 관광도시로 뜨는 충북 단양
성리학의 대가 퇴계 이황(退溪 李滉·1501~1570)은 생전에 관직을 90종 임명받았다. 그러나 관직이 싫다며 사직원을 79회나 냈다. 그런 퇴계가 자원해서 내려간 자리가 충북 단양군수다. 고향 안동에서 멀지 않고 풍광이 빼어나다는 이유였다. '단양 팔경(八景)'도 퇴계의 단양 사랑에서 생겨났다. 1548년(조선 명종 3년) 제15대 단양군수로 부임한 퇴계는 단양 곳곳을 둘러보며 도담삼봉, 구담봉, 옥순봉 등 팔경을 지정했다고 전한다.

단양은 기암괴석(奇巖怪石)이 웅장하고, 강원도 영월에서 출발한 남한강 물줄기가 굽이굽이 흘러들어 신비경(神祕境)을 이룬다. 절경에 빠진 단원 김홍도, 겸재 정선이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았다. 조선 개국 공신 정도전과 이지함 등은 그 풍광을 글로 찬양했다.

선인들을 반하게 한 단양은 1960·70년대에 시멘트 공업 도시가 됐다. 나라 경제 살리기에 시멘트가 수십만t 필요하던 시절이다. 석회암 지대인 단양에 잇따라 들어선 시멘트 공장들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50여 년간 지역 경제를 떠받친 시멘트 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지역 경기가 고꾸라졌다. 2000년대 초반 25%에 달했던 광업·제조업 종사자 수는 15% 이하로 내려앉았고, 10만을 자랑했던 인구는 3만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16일 충북 단양 만천하스카이워크를 찾은 관광객들이 주위 경치를 둘러보고 있다. 이곳은 2017년 7월 개장 후 1년여 만에 100만 관광객을 돌파하며 단양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다. 전망대에 오르면 소백산과 남한강이 어우러진 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신현종 기자
천혜 비경의 고장에서 공업 도시로 변했던 단양이 최신 관광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소확행 세대를 끌어들일 만천하 스카이워크, 수양개 빛 터널 등이 잇따라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구 3만의 단양은 지난해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열었다.

단양이 관광산업에 승부수를 던진 것은 2007년 이후다. 드라마 '온달' 세트장 건립을 시작으로 2012년엔 국내 최대 민물고기 전시관 다누리 아쿠아리움을 개관해 관광객을 모으기 시작했다. 본격적 변화는 2014년 류한우 군수가 취임하면서 생겼다. 류 군수는 한번 보고 지나가는 단조로운 관광지에서 벗어나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는 체류형 관광지로 전략을 새로 짰다. 단양군이 183억원을 들여 2017년 7월 개장한 만천하 스카이워크는 1년여 만에 100만 입장객을 돌파했다. 만천하 스카이워크는 줄을 타고 내려오는 집와이어와 만학천봉 전망대 등을 갖춘 복합 관광 시설로 모든 연령대에 인기가 높다. 남한강에서 120m 높이 전망대에 오르면 소백산 지맥과 남한강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한강으로 뻗은 세 다리 바닥에는 투명 강화 유리를 설치해 걷다 보면 전율이 느껴진다. 만천하 집와이어는 남한강 수면 120m 위에서 시속 50㎞로 로프를 타고 내려오며 하늘을 나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중국 천문산 해발 1430m에 콘크리트와 유리 구조물로 만든 장자제(張家界) 잔도(棧道)를 떠올리게 하는 단양 잔도도 인기다. 사업비 56억원을 투입했다. 만천하 스카이워크에서 남한강과 맞닿은 벼랑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 1200m, 폭 2m 산책로다. 이 중 800m 구간은 수면에서 약 20m 위 암벽에 매달려 있다. 산책로를 걸으면서 탁 트인 남한강 풍광을 감상할 수 있고, 짜릿한 스릴을 체험할 수 있어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다.

밤이 되면 '한국판 라스베이거스 쇼'를 감상할 수 있다. 단양군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져 방치됐던 길이 200m, 폭 5m 지하 시설물인 수양개 터널을 다채로운 빛의 향연을 감상할 멀티미디어 공간으로 만들었다. 터널 내부에서는 최첨단 영상·음향 시설 쇼가 벌어지고, 외부는 5만 송이 LED 장미가 빛을 발한다. 이곳에서 지난 16일 만난 조현수(30)·곽서연(27) 커플은 "단양 하면 시멘트 공업 도시가 떠올랐는데 색다른 관광지가 많아서 놀랐다"며 "오늘 하루에 다 못 보고 갈 것 같아 한 번 더 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패러글라이딩 성지’인 단양 활공장에서 관광객이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신현종 기자

단양은 패러글라이딩 성지이기도 하다. 단양의 활공장은 양손으로 감싼 듯한 산세로 대기가 안정적이어서 300일 정도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다른 지역은 보통 70일이다. 여행을 즐긴 후 피곤한 몸을 편히 누일 소백산 자연휴양림도 운영 중이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2010년 18억원에 불과했던 관광 수입은 2015년 38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78억원을 넘었다. 류 군수는 "만천하 스카이워크에 만천하 슬라이더를 설치하고, 각종 편의 시설을 보강해 테마파크의 면모를 갖출 계획"이라며 "올해는 체류형 관광 중심 도시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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