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거 100년 맞아 고종 國葬 재현" 덕수궁 돌담길 흰천 두르는 서울시

김선엽 기자 2019. 2. 22.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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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외벽 중 3분의 2 둘러싸.. 25일~내달 5일 3·1절 기념행사
일부 "지나친 우상화는 삼가야"
서울시가 3·1절을 전후해 덕수궁 돌담길 외벽을 흰 천으로 둘러쌀 계획이다. 올해로 서거 100주년을 맞은 고종의 인산(因山·국장)을 예술적으로 재현하겠다는 취지다. 고종 국장 재현은 이르면 오는 25일부터 내달 5일까지 이어진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높이 2m30㎝인 흰 천으로 덕수궁 돌담길을 에워싸기 위해 이날부터 대나무 구조물 설치 공사에 들어갔다. 사적 제124호로 등록된 덕수궁 돌담엔 문화재 보호법상 어떤 선전물도 붙일 수 없다. 돌담이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돌담 외벽과 50㎝ 정도 거리를 두고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이다. 시는 공사를 위해 보행자들의 접근을 막도록 테이프를 둘러치고 안전 펜스를 세웠다. 부산에서 온 한미영(35)씨는 "돌담길을 걷기 위해 가족들과 왔는데 무슨 일 때문에 공사를 하고 있는지 안내가 없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 서울시에서 짓고 있는 구조물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서울시는 고종 서거 100주년을 맞아 국장을 재현하기 위해 이 구조물을 따라 덕수궁에 흰 천을 두를 계획이다. /김지호 기자

흰 천은 돌담길(1100m)의 3분의 2 정도인 630m를 에워쌀 예정이다. 대한문 좌측 덕수궁길부터 정동교회 앞 로터리까지 이어진다. 세종대로를 마주한 돌담길에 마련된 고(故)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분향소 등은 피해 천을 설치할 계획이다.

고종 국장 행사를 주관하는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 총감독은 본지 통화에서 "100년 전 고종이 승하했을 때 봉고제(奉告祭)로 불리는 일본식 장례를 치렀는데, 이번에 우리 식으로 고종에 대한 예제를 다시 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또 "시민들에게 대한민국이 대한제국에서 이어졌다는 사실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국장 재현 기간 덕수궁 앞엔 대한제국 황실 문양인 오얏꽃 문장(5m)과 태극기가 나란히 걸릴 예정이다. 시는 국장 재현 행사를 3월 5일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순종이 3월 4일 홍릉에서 하관식을 마치고 3월 5일에 덕수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시는 고종을 일제에 대한 항거의 상징으로 재평가하겠다는 방침이다. 3·1 만세 운동은 고종의 인산일(1919년 3월 3일)을 이틀 앞두고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1919년 1월 21일 오전 식혜를 마신 뒤 갑자기 승하한 고종이 일제에 의해 독살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3·1운동의 도화선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3·1절 당일 오후 2시부터 덕수궁 대한문에서 세종대로 일대를 행진하는 만세 운동 재현 행사를 연다. 독립운동가 자녀 100여 명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6~7m 크기의 오얏 문장을 손에 들고 세종대로를 따라 광화문네거리까지 행진한다.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길엔 오얏 문장이 태극기로 바뀐다. 대한제국이 대한민국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서울광장에선 시민 7000명이 참가하는 대합창 대회가 열린다. 합창단은 일제강점기 때 불렀던 '올드 랭 사인'에 이어 애국가를 부를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3·1절 당일 고종의 침전인 광명문 앞에서 고종의 승하를 추모하는 행사도 개최한다.

고종에 대한 재평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엇갈린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종은 나라를 빼앗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역사적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며 "지나친 우상화는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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