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표 살 땐 좌석 없더니..기차 타보니 빈 자리 있는 이유
열차회사 '구간 좌석 할당제' 운용
중·장·단거리 따라 비율 제각각
장거리 표 더 많고, 단거리는 적어
단거리 승객, 열차표 예매에 불리
일정 시간되면 남은 표 모두 풀어
빈 좌석 최소화를 위한 운용 기법
빅데이터 활용, 배정비율 매번 달라
구간 좌석 할당은 최고에이스 담당
간혹 대부분의 자리가 매진돼 어렵게 표를 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해당 열차를 타보면 의외로 비어있는 자리들이 눈에 띈다고 하는데요. "열차예매 앱에서는 좌석이 없다고 표시되는데 왜 빈자리가 있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열차를 이용하다 보면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간신히 표를 구해서 탔더니 막상 빈자리가 더 있었던 기억 말입니다.
이런 기법을 동원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빈 좌석을 최소화하고 운영을 보다 효율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운행 구간을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로 나눈 뒤 열차표를 각각 30%, 30%, 40%씩 배정해 놓는 겁니다.
이처럼 비율을 나눌 때는 노선과 시간대, 탑승률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한다고 하는데요. 이 경우 앞의 사례처럼 서울~오송 구간은 단거리에 해당해 예매 가능한 표가 전체의 30%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70%의 좌석은 일단 비어있더라도 살 수가 없는 겁니다.
물론 장거리 요금이 더 비싸기 때문에 수입에 보탬이 되는 측면이 있기도 합니다. 중거리는 단거리 몫을 합해 60%의 좌석에서 선택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되면 단거리 승객도 남은 좌석들에 한해서 제한 없이 표를 구할 수 있습니다. 혹시 "단거리 표를 구하기 어려우니까 일단 장거리로 끊어 놓은 뒤에 열차 출발이 임박해서 반환하고, 그때 풀린 단거리 좌석을 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시는 분도 있으실 텐데요.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우선 출발이 임박해서 표를 반환하면 '반환수수료'를 물어야 하고, 또 할당제가 풀린 표는 순식간에 팔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잡을 확률이 그리 높지도 않다는 게 운영사 측 얘기입니다.
최근 몇 달간의 노선별, 시간대별 탑승률과 공실률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조합해 구간 좌석 할당비율을 설정한다고 하는데요. 코레일의 경우 하루 3000회가 넘는 열차 운행과 400만명에 육박하는 승객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가 매일 쌓인다고 합니다.
이러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략을 짜기 때문에 같은 노선의 열차라도 그때그때 할당비율이 다르다고 합니다. 또 할당제를 해제하는 시간도 수시로 바뀐다고 하는데요. 사실 '구간 좌석 할당제'의 세부내용은 운영사들이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영업기밀입니다.
그래서 대략적인 내용도 공개를 꺼리는 게 사실입니다. 상황에 맞게 전략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순식간에 수 억원의 수익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구간 좌석 할당제 운용을 사내 최고의 에이스 직원에게 맡기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다양한 등급과 조건으로 공급되는 비행기 티켓 못지않게 열차 좌석의 판매에도 상당한 과학 기법이 동원된다는 점이 새삼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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