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30년 먹거리 달린 '5G 패권 전쟁' 시작..트럼프와 애플이 떨고 있는 이유는?

최성원 2019. 2. 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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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미국·중국, 5G 패권 경쟁 시작...향후 30년 국가 산업 경쟁력 결정

5G, 파이브 지?, 오지? 많이 들어는 봤지만, 아직도 생소한 용어인 5G(5th Generation Mobile Telecommunication)는 5세대 이동통신의 정식 명칭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이동통신 기술은 4G LTE로 불리는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데 5G는 LTE의 최대 속도 보다 20배 가량 빠르며 처리용량도 100배나 많다. 무선통신 네트워크를 통신뿐만 아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모든 첨단기술을 활용할 '무한 통로'로 만드는 개념이다.

5G의 상용화가 의미가 있는 것은 그동안 미래 기술로 개발해 온 원격진료와 수술, 스마트시티 조성, 자율주행 시스템, 가상현실 등이 더는 미래 기술이 아닌 현실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5G 기술의 최대 수혜 산업으로 자율주행과 주행 보조 시스템 등 자동차와 IT 관련 산업이 꼽히고 제조업과 건강, 미디어, 게임 등의 산업이 뒤를 이을 것으로 산업계는 보고 있다. 증기기관 발명으로 인해 영국의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에 빗대 5G 기술로 인해 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5G 기술을 도입하면 통신에 따른 응답 속도를 10밀리초(ms) 이내로 줄여 사람과 사물간, 사물과 사물간 연결에 따른 반응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가 앞으로 30년을 먹고 살 먹거리인 5G 기술 개발을 두고 사활을 걸고 있다. 단일 산업뿐만 아닌 산업 전체에 영향을 끼치다 보니 기술 패권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5G 기술 패권 전쟁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발포를 시작했다. 그것도 미국의 첨단 기술 개발의 상징과 같은 실리콘밸리와 인접한 샌프란시스코에서 말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에서 소개한 ‘갤럭시 폴드’, 현지시간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출처:KBS)


■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9' 5G 첨단 기술 각축장 예상
■ 삼성, 2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5G 갤럭시 언팩...플로블폰 첫 공개
■ LG, 24일 'MWC 2019'에서 5G 신제품 공개 예정

한국과 미국, 중국의 대표적인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삼성과 LG, 애플, 화웨이뿐만 아니라 세계 휴대전화 업계의 관심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현지시간 25일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9에 맞춰져 있다. 올해 행사에는 접었다 펼 수 있는 이른바 '폴더블폰' 등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고, 올해 주요 국가에서 상용화를 시작하는 차세대 5G 이동통신용 스마트폰 출시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올해 신제품 공개장소를 바르셀로나가 아닌 샌프란시스코로 택했다. MWC행사 닷새 전에 갤럭시 언팩 행사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한 손에 쏙 들어오는 4.6인치, 펼치면 태블릿 수준인 7.3인치 크기의 첫 폴더블폰 '갤럭스 폴드(갤럭시F)'를 공개했다.

LG전자는 MWC 개막 하루 전인 24일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G8 씽큐(ThinQ)'와 5G 지원 스마트폰 'V50씽큐 5G' 그리고 듀얼 디스플레이폰을 공개한다. 삼성이 내세울 주력제품인 폴더블폰 대신 탈부착이 가능한 듀얼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V 시리즈는 5G 특화 모델로 G시리즈는 기존 4G용 시장을 겨냥한 모델로 시장의 수요에 대응한다는 목표이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9, 중국 화웨이 신제품 발표회 초청장(화웨이 제공)


■ 중국업체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도 5G 신제품 출시 예정

중국 업체들의 도전도 본격화됐다. 특히 화웨이와 샤오미, 오포 등이 새 제품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을 위협하는 것은 역시 화웨이다. 화웨이도 5G 폴더블폰을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언론에 보낸 신제품 발표회 초청장에 '미래로의 접속(Connecting the future)'이라는 문구와 함께 바깥쪽 방향으로 접히는 폴더블폰 사진을 공개했다. 이어 같은 중국 업체인 샤오미도 5G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특화시킨 신제품을 공개할 예정이고, 오포도 폴더블폰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 미국 애플, 5G 아이폰 출시 늦어져...시장에서 뒤처질 우려 커져

한국과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되고 있지만, 미국의 대표적인 업체인 애플은 주춤한 상태이다. 애플은 매년 9월 프리미엄 전략 모델을 공개해왔다. 5G 폴더블 기술이 탑재된 아이폰은 현재로써는 내년쯤에나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지난해 시작된 부진의 늪을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혁신이 부족한 아이폰을 무리하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특히 애플이 사용하려는 인텔의 5G 전용 모뎁칩이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애플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평균 2년 주기로 업그레이드되는 스마트폰의 특성상 5G 시장을 선도하지 못할 경우 스마트폰을 이용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면서 가성비가 더욱 떨어져 시장에서 뒤처질 우려가 크게 때문이다.

더구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애플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4억 2천970만 대로 전년 15억 8백만 대와 비교하면 약 5%나 감소했다.

■ 중국 화웨이, 올해 애플 제치고 삼성 이어 세계시장 2위 탈환 예상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20.4%로 1위였지만 연간 판매량이 전년보다 0.7%P가 감소했다. 애플은 지난해 전년 대비 0.1%P 늘어난 14.4%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분기 들어서는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천만 대 이상 판매량이 감소했다. 올 들어서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에 중국 화웨이는 지난해 애플과 동일한 수준인 14.4%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출하량을 기준으로 애플보다 낮은 2억 580만 대를 기록해 3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4분기에는 5.9%P나 늘어난 16.1%의 점유율과 전년보다 2천만 대 정도 늘어난 출하량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올해에는 애플이 2위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5G 기술 이미지(출처:CNN)


■ 존 레저 미국 T-모바일 최고경영자 "중국 5G 기술 미국 앞섰다고 인정"

미국도 5G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으로 여기고 추진해 왔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5G 주파수 경매를 실시해 3,072장의 면허를 발급했다. FCC는 미국이 15개월 안에 5G를 상용화하고 5G 분야의 강점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최대 이통사인 버라이존은 휴스턴, 인디애나폴리스, 로스앤젤레스, 새크라멘토에서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 5G 통신망을 구축하고 내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중국에 뒤처져 있음을 시장은 인정하고 있다.
존 레저 티모바일(T-mobile) 최고경영자는 CNBC 방송에서 중국의 5G 무선통신 기술이 미국을 앞섰다고 인정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 미국 국내 업체끼리 '5G 전쟁'..스프린트, AT&T 상대 소송전 벌여

더구나 5G 패권 전쟁 와중에 미·중 무역 마찰에 대한 우려로 똘똘 뭉치고 있는 중국 산업계와 달리 미국은 자국 거대 통신 재벌들의 소송전으로 사분오열되고 있다. 미국 내 4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스프린트는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미국 2위 이동통신사인 AT&T를 상대로 '가짜 5G 광고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스프린트는 소장에서 "AT&T는 여전히 4G LTE 망을 운용하고 있음에도 '5G 또는 5G 진화'라는 표현을 자사 상품에 붙여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프린트 대변인이 나서 "5G는 가짜다. 그 네트워크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최대 이통사인 버라이존이 지난해 9월 LA 등 4개 도시에서 홈 브로드밴드 기반의 5G 개시를 선언했지만 다른 이통사들은 진정한 5G 네트워크가 아니라며 비웃는 일까지 벌어졌다.

■ "한국 3월 중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 개시"
■ 홍남기 경제부총리 "올해 통신3사 3조 원 이상 투자 예상"

한국은 지난해 6월 5G 주파수 경매를 끝냈다. 한국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 12월 1일 서울과 수도권, 6개 광역시에서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의 경우 주요 지역과 공공 분야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단말기가 없어 5G 통신망을 일찍 구축하고도 제대로 된 활용은 못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3월 중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개시한다"며 "올해 통신 3사에서 3조 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과 LG의 5G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5G 서비스가 본격 시작되는 것을 예고한 것이다.

■ 미국, 중국 화웨이·ZTE 집중 견제..영국·뉴질랜드 이탈로 동맹 균열 시작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화웨이를 잡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미 2위 통신장비 업체인 ZTE는 제어하는 데 성공했고 5G 시대 세계 1위의 통신장비 업체이면서 스마트폰 공급 업체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화웨이를 잡는데 나선 것이다. 지난해 7월 미국이 주도하는 '5개의 눈(Five Eyes;FVEY)' 정보국 수장들이 모여 통신망 보호를 협의한 뒤 폴란드가 화웨이 유럽 담당 영업이사를 간첩 협의로 체포했고, 캐나다는 미국의 요청을 받고 화웨이 런정페이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 최고 재무책임자(CFO)를 공항에서 전격 체포했다. 화웨이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과 함께 글로벌 장비시장에서 밀어내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보조를 맞춰오던 주요 동맹국인 영국과 뉴질랜드는 화웨이 배제를 결정했다가 최근 입장을 바꿔 "독자적으로 화웨이 장비의 보안에 대해 평가한 뒤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의 막대한 투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화웨이 장비를 당장 도입하지 않을 경우 5G 기술 개발이 2년 정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각국의 전망까지 나오면서 영국과 뉴질랜드의 이런 이탈 움직임이 다른 나라들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그동안 거침없이 진행해 온 미국의 반 화웨이 전략 동력도 상실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CEO) BBC 인터뷰(현지시간 18일)


■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CEO) "미국 우리 무너뜨릴 수 없을 것, 미국은 세계의 일부"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는 자신감을 확보한 듯 미국에 거침없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현지시간 18일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백도어(통신 장비 안에 정보 유출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는 없다"며 "화웨이는 어떤 스파이 행위도 하지 않을 것이며 발견된다면 회사를 닫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웨이는 기술적으로 앞서 있기 때문에 세계는 우리를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우리를 무너뜨릴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국은 세계의 일부일 뿐 세계를 대표하지 않는다"라고 선언한 런청페이, 5G 기술 패권이 단순히 개별 기업간의 기술개발 경쟁이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이다.

최성원 기자 (swcho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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