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인공위성 뺨치는 '태양광 드론'
제작·발사 비용은 위성 80분의 1
오는 4월 중미(中美) 푸에르토리코에서 날개 길이가 74m에 이르는 대형 무인(無人) 항공기가 이륙한다. 보잉 777 점보기보다 날개가 더 길지만 초경량 탄소섬유로 동체를 만들어 무게는 스와치가 만든 경차 스마트보다 가볍다. 특히 태양전지로 동력을 얻어 중간에 연료를 공급할 필요없이 수개월씩 연속 임무가 가능하다.
초대형 태양광 무인기(드론)가 지구 관측에서 인공위성을 대체할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구 상공 20㎞의 성층권에서 활동하는 태양광 드론은 위성보다 고도가 낮아 지상을 더 자세히 관측할 수 있다. 인터넷 중계와 환경 감시도 가능하다. 위성과 달리 같은 장소를 계속 감시할 수도 있다. 미국 컨설팅 업체 노던 스카이 리서치는 태양광 드론과 같은 '고고도 유사 위성(HAPS)' 항공기가 10년 뒤 연간 17억달러(약 1조90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위성·항공기의 장점 모두 갖춰
미국 우주항공 업체 보잉의 자회사인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는 성층권을 비행할 수 있는 태양광 드론 '오디세우스'를 개발했다. 동체와 날개에 붙은 박막형 태양전지가 낮에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에 충전하면 햇빛이 없는 밤에도 비행할 수 있다.
태양광 드론은 대기 연구에 먼저 이용될 전망이다. 위성처럼 높은 곳에서 넓은 지역을 관측하면서도 항공기처럼 원하는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기상화학자인 제임스 앤더슨 교수는 오는 4월 푸에르토리코에서 오디세우스를 띄워 오존층을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앤더슨 교수는 미군의 무인 첩보 항공기를 이용해 남극 오존층의 파괴 원인을 밝혀낸 바 있다.
태양광 드론은 기능이 위성과 비슷하면서도 제작 발사 비용은 위성의 80분의 1 수준인 500만달러(약 56억원)에 그친다. 또 위성은 특정 장소를 하루에 한 번 지나가지만 태양광 드론은 하루 종일 같은 곳을 관측할 수 있다. 기구(氣球)나 항공기는 기류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태양광 드론이 활동하는 성층권은 구름 위에 있어 그런 문제도 없다.
벨기에 우주항공연구소의 프레데릭 택 박사도 지난 12일 유럽우주국(ESA)이 개최한 국제학회에서 태양광 드론으로 스모그를 유발하는 이산화질소 오염 정도를 분석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기존 인공위성은 고도가 높아 대기오염을 가로세로 각각 3.5㎞, 7㎞ 정도의 해상도로만 분석할 수 있다. 항공기는 해상도가 100m로 그보다 훨씬 높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태양광 드론은 해상도가 500m에 수개월 연속 임무가 가능해 비용 대비 성능이 훨씬 우수하다고 분석됐다.
◇페이스북, 인터넷 중계에 활용
보잉의 경쟁자는 프랑스 우주항공 업체 에어버스다. 이 회사는 지난해 태양광 드론 '제퍼S'로 25일23시간57분의 최장 연속 비행 기록을 세웠다. 제퍼S는 날개 길이가 25m이지만 F1(포뮬러원) 경주차에 들어가는 초경량 탄소섬유로 만들어 전체 무게는 75㎏에 불과했다. 소형 항공기와 비슷한 크기면서도 무게는 항공기 좌석 두 개 정도밖에 안 된다.
에어버스는 최근 제퍼S의 날개 길이를 33m로 늘리고 있다. 또 미국 소셜미디어 업체 페이스북과 함께 제퍼S로 인터넷 중계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 페이스북은 자체 개발한 태양광 드론 '아퀼라'로 인터넷 서비스를 하려고 했지만 시험 과정에서 잇따라 추락해 결국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최근 페이스북이 호주 서부 윈덤 비행장에서 제퍼S로 인터넷 중계 시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독일 언론 취재로 드러났다.
영국 측량 업체 오더넌스 서베이도 올해 안으로 성층권에 태양광 드론을 띄워 지도 제작 시험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날개 길이 40m, 무게 150㎏의 태양광 드론을 개발했다. 공교롭게도 이 드론이 제작된 곳은 앞서 페이스북의 아퀼라를 만든 공장이었다. 오더넌스는 90일 연속 비행하면서 지상 측량이 가능한지 시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세계 세 번째 성층권 비행 성공
우리나라도 태양광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2016년 태양광 드론 'EAV-3'으로 18.5㎞ 상공 성층권에서 90분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날개 길이는 20m, 무게는 50㎏이었다. 영국·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태양광 드론의 성층권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항우연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주야(晝夜) 연속 비행을 시험할 계획이다. 김승호 항우연 항공기체계부장은 "태양광 드론은 낮에 충전한 전기로 밤에 비행할 수 있어야 본격적인 임무가 가능하다"며 "최종적으로 3개월에서 1년까지 체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는 한편 탑재 장비가 성층권의 영하 70도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개량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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