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부하는 나는 행복한 할머니입니다", 빛나는 졸업장 손에 쥐는 '늦깎이' 학생들

이혜인 기자 2019. 2. 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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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마포구 양원주부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공부하는 나는 행복한 할머니입니다.”

올해 77세인 김기남씨는 자신을 ‘행복한 할머니’라고 소개한다. 김씨는 약 70년 간 미뤄왔던 초등학교 과정 공부를 마치고, 오는 21일 졸업장을 손에 넣게 됐다. 중학교 과정 입학을 앞둔 김씨가 인근 양원주부학교에서 초등과정 공부를 하면서 쓴 수기에는 한평생 애달프게 바라고 기다린 끝에 손에 넣은 배움의 소중함이 녹아있다.

“내 나이 77세, 전쟁 속에서 힘든 시절을 보내느라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늘 마음 한구석에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못 배운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보내고 아들이 결혼을 하고 생활이 안정이 되자, 성당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대학교까지도 다닐 수 있다’며 적극적인 응원과 용기를 주는 며느리 덕에 시작을 했지만 IMF가 터지자 저희 집은 부도를 맞고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내게 공부는 사치라는 생각이 들고 마음이 아프고 슬펐습니다.

그렇게 내게 주어진 배움의 기회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또다시 10여년의 세월이 지나도 아쉬움과 한으로 가슴에 남아 있었습니다. 머리도 굳고, 이제는 다 살았는데 무슨 공부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큰 손자가 “할머니, 무엇이 되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은 배우면서 재미를 느끼고 행복해지는 거예요. 할머니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라고 했습니다. 손자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났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울시교육청교육원수원에서 ‘2018학년도 초·중 학력인정 문해교육 이수자 졸업식’을 연다고 밝혔다. 김씨와 같은 ‘만학도’들이 졸업을 하기 위해 한 데 모이는 자리다.

문해교육은 정규 학교교육 기회를 놓친 성인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문자 해득능력을 갖추면서 초·중 학력취득까지 할 수 있게끔 돕는 교육프로그램이다. 서울시교육청이 2011년 전국 시·도 교육청 중에 처음으로 실시해 지난해까지 총 385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올해 졸업생은 854명이다. 656명이 초등학교 과정을, 198명이 중학교 과정을 이수했다. 졸업생들의 97%는 50~80대의 장·노년층으로, 60대가 32%고 70대가 50.8%를 차지한다.

올해 최고령 졸업생은 영등포구청에서 초등학교 과정 공부를 한 이순섬씨(92)다. 이씨는 우수학습자로도 선정돼 교육감 표창장을 받는다.

올해로 8회를 맞이하는 졸업식에서는 다양한 축하행사도 열린다. 강서도서관 동아리인 ‘강서 위드필 하모니 오케스트라’의 공연과 선화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전통 춤 공연이 진행된다. 지난해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최우수상 수상자인 서울교동초등학교 정금옥씨의 자작시 낭송도 준비돼있다.

서울시는 초·중 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초등 62개, 중학 15개 등 총 77개 기관을 올해 설치·지정할 계획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100세 시대 성인학습자의 계속교육을 위한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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