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임신이 벼슬이냐"..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남·녀 갈등 격화

한승곤 2019. 2. 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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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배려석 앉은 男 정말 미개하지 않나요"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남·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번 달 초 한 여성은 자신의 아이폰 에어드랍 기능을 이용해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을 이같이 비판했다.

계정 이름은 '오메가패치'로 "지하철·버스 임산부 배려석에 당당히 앉은 남성을 사진 찍어서 몇 호선에서 언제 발견했는지 덧붙여 제보해 달라"면서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들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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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선 임산부 배려석.사진=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산부 배려석 앉은 男 정말 미개하지 않나요”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남·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번 달 초 한 여성은 자신의 아이폰 에어드랍 기능을 이용해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을 이같이 비판했다. 에어드랍이란 아이폰 사용자끼리만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익명게시판 기능이다.


해당 메시지를 확인한 남성은 결국 자리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 알려진 직후 남성 중심의 커뮤니티에서는 ‘배려석을 강요하지 마세요’ 라는 취지의 주장이 쏟아졌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은 말 그대로 ‘배려’ 이지 ‘강요’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임신이 벼슬이냐”는 비난도 나왔다.


반면 여성들은 ‘남성이 먼저 앉아 있으면 비켜달라고 말하기가 어렵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남·녀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민원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건수는 27,589건에 달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기준으로 하루 평균 80건 넘는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이 들어온 것이다.


특히 지난해 1월 794건에 불과했던 임산부 배려석 민원건수는 불과 4개월 만인 5월엔 5,665건까지 늘어났다.


17일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사진. 임산부를 상징하는 엠블럼에 엑스(X)’자로 낙서가 되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려석을 둘러싼 갈등은 더 깊어지고 있다.


18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전날(17일) 오후 11시께 지하철 4호선 한 전동차의 객실에서 임산부 배려석 위에 붙은 앰블럼에 ‘엑스(X)’자로 된 낙서가 발견됐다.


임산부 자리에 낙서가 되어 있다는 사실은 온라인 상에서 즉각 논쟁거리가 됐다.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오늘 찍은 4호선 지하철. 모든 칸이 이렇게 돼 있었다. #임산부혐오”라는 글과 함께 사진들이 게재됐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낙서가 여성 혐오이자 임산부 혐오를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 혐오, 약자 혐오다” “임산부 배에서 안 태어나신 분 찾는다” 등이라는 댓글을 적었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갈등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6년 7월 인스타그램 한 계정에는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들의 사진이 올라왔다.


계정 이름은 ‘오메가패치’로 “지하철·버스 임산부 배려석에 당당히 앉은 남성을 사진 찍어서 몇 호선에서 언제 발견했는지 덧붙여 제보해 달라”면서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들을 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남성들에 대한 일부 신상도 공개, 초상권 침해, 명예훼손 등의 논란이 불거졌다. 관련해 당시 사건을 수사한 서울 광진경찰서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20대 초반 A 씨를 입건해 A 씨 소유 전자기기를 디지털 포렌식 기법을 동원해 수사하는 등 증거를 확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한편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1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출산한 경험이 있는 20~40세대 임산부 총 4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임신경험으로 본 배려문화와 지원정책’ 결과에 따르면 대중교통 임산부 배려석 이용에 불편을 느꼈다는 응답이 88.5%로 조사됐다.


‘일반인이 착석 후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서가 58.6%로 가장 높았고, ‘임산부 배려석이 모자라서(자리가 없어서)’도 15.5%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배려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동식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인구보건복지협회 주최로 열린 ‘임신경험으로 본 배려문화와 지원정책’ 토론회에서 “배려는 인식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실천이 동반되어야 (상대방에게) 배려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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