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조선업 수주액의 3배 황금알..전기차 배터리 국내 3사 '5조 베팅'

문희철 2019. 2.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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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중국 난징에 공장 증설
SK·삼성SDI도 설비 투자 늘려
중국 CATL은 독일에 최대 공장


조선업·건설업보다 3배 더 수주한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 배터리는 신에너지 산업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혁신 산업).”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연말 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 대표이사를 만난 자리에서 언급한 말이다.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사진 SK이노베이션]

국내·외 주요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가 연초부터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과감하게 ‘베팅’하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컨템포러리암페렉스테크놀로지(CATL)는 17일 독일에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100GWh 규모)을 설립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기존에 계획했던 공장 규모(14GWh)의 7배에 달한다. CATL은 7일 최초로 일본 혼다자동차에 전기차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을 하는데 성공했다.

2017년부터 1위 자리를 CATL에 내준 일본 파나소닉도 반전을 모색 중이다. 판매대수 기준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모터스가 경영상 위기에 봉착하자 독점계약을 포기하고 대안을 찾았다. 지난달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발표했다. 합작사는 도요타·마쓰다·다이하츠·스바루 등 도요타 계열 완성차에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한다. 도요타자동차는 2030년까지 친환경차 판매량을 55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 파나소식을 위협하는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CATL. [CATL 홈페이지]

국내 업체도 잰걸음이다. LG화학은 지난 7일 중국 난징 배터리 공장 증설 계획(1조2000억원)을 발표했다. 별도로 2조1000억원 투자해 제2공장도 설립한다. SK이노베이션도 헝가리(8400억원)·중국 창저우(8200억원)·미국(1조9000억원)에 3조원가량을 쏟아부어 생산설비를 신·증설 중이다. 지난해부터 헝가리 배터리 공장 가동을 시작한 삼성SDI도 중국 시안에서 1조7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제2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국내 업체만 5조원 안팎을 추가 투입하는 것이다.

한·중·일 3개국 기업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자 유럽연합(EU)도 돈을 풀기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전기차에 사용하는 배터리가 100% 아시아 제품이라는 점은 유감”이라며 향후 5년간 7억유로(90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정부 역시 지난해 11월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10억유로·1조3000억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박람회 '인터배터리 2018' [중앙포토]

"지금 투자하면 2020년 떼돈 번다…앞다퉈 투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들이 앞 다퉈 증설 경쟁에 뛰어든 건 전기차 배터리 산업 규모가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매년 40~50% 가량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에너지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155GWh)는 지난해(95GWh)보다 63% 증가할 전망이다. 대규모 장치산업 중 최근 시장 규모가 이처럼 계속 커지는 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거의 유일하다.

덕분에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이미 국내 최대 수주산업 중 하나로 부상했다. 지난해 LG화학(40조원)·SK이노베이션(40조원)·삼성SDI(30조원)가 수주한 전기차 배터리 수주액은 110조원으로 추정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수주산업인 조선업(271억1000달러·30조5000억원)이나 건설업(321억달러·36조1000억원)의 3배가 넘는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해외에서 따왔다는 뜻이다.

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 [사진 삼성SDI]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성장성만 놓고 보면 휴대폰·디스플레이 등 주력 수출 산업보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 성장세가 매우 빠르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망은 갈수록 밝다. 각국이 내연기관 자동차 대상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2021년까지 자동차 대당 이산화탄소 배출량(95g/km) 규제를 강화한다. 미국도 승용차 평균연비규제와 무공해차량 의무판매제도를 강화하기 때문에 전기차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때가 되면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급등하는데, 지금 증설하면 2020년 안팎에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국내·외 배터리 제조사가 앞 다퉈 증설하는 배경이다.

중국 남경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사진 LG화학]

또 이 시점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오는 2020년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폐지한다. 이렇게 되면 품질 좋은 배터리가 중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양은연 한국경제연구원 국가비전연구실 과장은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 추세를 고려하면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며 “중국과 기술격차를 유지하면서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전략모델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희철·오원석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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