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도 칠순도 가입.. 100세 시대 치매보험 쏟아진다

최종석 기자 2019. 2. 19.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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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긴 힘들어도, 견딜 수는 있게.. 보험 제대로 따져봅시다

서울에 사는 이모(72)씨는 치매에 걸린 남편을 돌보느라 하루를 다 보낸다. 이씨보다 두 살 많은 남편 박씨는 2년 전부터 말이 어눌해지고 툭하면 신용카드나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렸다. 병원에서 검사해보니 경증 치매였다. 이씨는 '나마저 치매에 걸리면 우리 부부는 어쩌나' 하는 걱정에 요즘 잠을 설친다. 치매 보험이라도 들고 싶은데 나이가 칠순인 사람도 가입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픽=이철원

권모(58)씨는 12년째 치매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족들에게 욕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버지를 보며 그는 '나는 자식들에게 신세 지지 않겠다'고 여러 번 다짐했다. 치매 보험에 가입하고 싶은데 상품이 너무 많아 내 형편에 가장 맞는 보험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올 들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들이 앞다퉈 치매·간병 보험을 쏟아내고 있다. 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도 18일 치매·간병 보험을 출시하며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벌써 20여 가지다. 치매·간병 보험은 다른 질병은 빼고 딱 치매·간병만 보장하면서 대신 보험료는 낮춘 일종의 미니 보험이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요즘 보험 신규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치매·간병 보험 가입자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했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가족 부양 부담도 늘어 치매 보험 인기

치매·간병 보험 신상품이 늘어난 것은 급격한 고령화로 보험 수요 자체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740만명 중 75만명이 치매 환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이들을 돌보기 위해 가족들은 환자 1명당 연간 2000만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치매 환자가 2024년에는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종신보험, 암보험 등이 워낙 잘 팔려 치매·간병 보험은 뒷전이었다"며 "보험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고 치매·간병 보험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면서 최근 치매·간병 보험이 다시 조명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75세까지 가입 가능한 상품도 나와

치매·간병 보험 가입을 고려하는 소비자라면 가벼운 치매까지 보장하는지 여부와 보장 금액, 가입 가능 연령, 고혈압 등 지병이 있는 경우 가입 가능 여부, 월 간병비 지급 기간과 액수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과거 치매·간병 보험은 대부분 중증 치매만 보장했다. 그런데 중증 치매는 '자기 자신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단계라 실제 보험금을 받을 확률이 낮았다. 치매 환자 중 중증 치매 환자는 16% 정도다. 반면 최근 출시되는 보험들은 '사회생활은 어렵지만 가족과 일상생활은 가능한' 경증 치매까지 보장한다. 다만, 경증 치매 진단금은 200만~2000만원 수준으로 상품마다 다르다.

가입 가능 연령도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 70세까지 가입 가능한데 한화생명은 75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치매 환자 10명 중 6명이 80대인 상황에서 연세가 많은 어르신도 치매·간병 보험에 가입 가능한 것이다. 다만 일정한 수입이 없다면 월 7만~8만원(60대 기준)에 이르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치매·간병 보험에 가장 많이 가입한 연령대는 50대다. 보험사별로 40~50%를 차지한다. 50대는 치매 부모의 요양병원 비용(월 70만원 안팎)을 직접 감당하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다면 30대 이전에 미리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30대에 가입하면 40대보다 월 보험료가 15% 이상 싸다. 한화생명, 현대해상, KB손보 등은 20대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고혈압, 당뇨 등 지병이 있는 사람은 질병이 있어도 가입 가능한 상품을 눈여겨봐야 한다.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상품은 지병이 있으면 보험 가입이 안 된다.

간병비는 생명보험, 진단비는 손해보험이 혜택 커

대부분 상품이 중증 치매의 경우 월 간병비를 주는데 전체적으로 생명보험사들이 내놓은 상품의 보장 기간이 길다.

한화생명, ABL생명은 월 100만원을 평생 준다. 간병 보장을 강조하고 있는 삼성생명은 10년간 매달 100만원에 매년 200만원씩을 추가로 얹어 준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연구위원은 "생명보험사 상품은 간병비를 평생 주는 등 연금 기능이 강한 반면 손해보험사 상품은 진단비 액수가 큰 경우가 많다"며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단, 치매·간병 보험 계약자 대부분이 중도 해지하면 환급금을 주지 않는 무해지환급형 상품을 선택한다. 환급금을 주는 표준형보다 25% 정도 보험료가 싸기 때문이다.

이미 가입한 보험이 있는 사람은 치매·간병 특약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별도 비용 부담 없이 추가로 가입할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기존 보험에 특약으로 들어간 치매·간병 보험은 대부분 경증 치매가 보장되지 않는 등 보장 범위가 좁다"며 "주 보험을 해약할 경우 치매·간병까지 해약되는 문제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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