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반 배정표에 아파트명 기재한 초등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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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자녀를 서울 마포구의 A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학부모 B 씨는 최근 이 학교 홈페이지를 보다 깜짝 놀랐다.
반 배정표에 적힌 수십 명의 신입생 이름 옆에 민감한 정보인 아파트 이름이 병기돼 있었기 때문이다.
비판이 일자 A초교는 문제의 반 배정표를 게시한 지 일주일이 지난 18일 아파트명 대신 학부모 이름의 일부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다시 홈페이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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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교육계에 따르면 A초교는 다음 달 입학하는 신입생의 반 배정표를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공지사항에 떠 있는 반 배정표를 보면 총 261명의 신입생 이름 중 가운데 글자를 동그라미로 처리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가운데 글자를 뺀 나머지 이름이 같거나 비슷한 신입생 58명 이름 옆에는 괄호를 하고 아파트 이름을 써 놓아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높였다.
예를 들어 ‘김진주’ ‘김선주’ 학생의 경우 모두 ‘김○주’로 표시하고 이름 옆에 ‘김○주(자이)’ ‘김○주(삼성)’으로 구별하는 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이 학교는 학업성취도가 높고 방과 후 교실 프로그램이 잘돼 있어 지역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곳이다.
마포구는 지난해 서울에서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른 지역 중 하나다. A초교에 배정받는 지역의 경우 아파트 가격(30평대 기준)이 낮은 곳은 5억 원대에서 높은 곳은 13억 원 이상으로 8억 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학생 이름의 일부를 지웠더라도 아파트 이름을 함께 조합하면 ‘어디 사는 누구’인지 특정될 수 있다. 더구나 A초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들어가면 누구든 별도의 로그인 절차 없이 반 배정표를 볼 수 있다.
A초교의 반 배정 공개 과정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학교가 경솔했다며 비판했다. A초교의 한 학부모는 “아파트 이름은 곧 학부모의 자산 정도를 보여주는 척도”라며 “상대적으로 싼 아파트에 사는 학생과 학부모 입장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한 반이 30명인데 담임교사가 문자로 통보하는 게 낫지 않나. 배려가 없다”고 말했다.
반 배정표 등을 홈페이지에 올리면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많은 학교에선 반 배정 결과를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는 방식을 피하고, 입학식 당일 벽보 형식으로 공개한다. 일부 학교는 입학 전 담임으로 배정된 교사가 일일이 ‘자녀가 1학년 ○반에 배정되었습니다. 담임 김○○ 드림’ 식으로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거나, 엽서를 통해 개별 통보한다. 반 배정 결과를 미리 알고 싶은 학부모들의 요구를 반영해 이름 대신 입학원서 접수번호를 넣어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학교도 있다.
비판이 일자 A초교는 문제의 반 배정표를 게시한 지 일주일이 지난 18일 아파트명 대신 학부모 이름의 일부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다시 홈페이지에 올렸다. A초교 측은 “아파트 이름을 병기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므로 시정하겠다”고 해명했다.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관계자는 “신입생 반 배정 결과를 공지하는 데에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행정 편의주의적인 태도로 아동의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단순 공지하는 형태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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