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못참겠다] 맘대로 관둔 건 알바생인데 업주에 벌금형.."처벌이 능사?"

남승우 2019. 2. 1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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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체불 신고로, 벌금 전과자가 될 처지에 놓인 학원 원장이 KBS에 제보를 보내왔습니다.

정식 재판 끝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긴 했지만, 앞뒤 사정은 헤아리지 않고 고용주만 처벌하려는 관행을 고쳐달란 제보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시청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취재하는 코너, <못참겠다>에서 남승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일방적으로 '못 나온다, 임금을 계좌로 보내달라', 이 얘기만 계속하는 거예요. (임금체불로) 10만 원 벌금 통지를 딱 받으니까 참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뭔가 바로 잡혀야 한다는 생각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는데... 진짜 힘들어서..."]

대구에서 보습학원을 하는 57살 김윤오 원장은 2017년 11월, 졸업이 한 학기 남은 대학생 A씨를 아르바이트 강사로 채용했습니다.

계약기간은 9달.

취업 면접을 본다고 하면 며칠은 빼 주는 걸로 나름 배려했습니다.

[김윤오/보습학원 원장 : "2018년 8월 31일까지는 할 수 있다(고 해서), 서로 협의해서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A씨는 카톡을 보내 당장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면접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이유를 대며 1개월 치 월급을 달라고 했습니다.

민법상 퇴직 통보는 늦어도 한 달 전엔 하는 게 관례인 만큼, 김 원장은 당황했습니다.

[김윤오/보습학원 원장 : "문자 통보를 받고 저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급히 대체 강사를 투입했지만, 일부 학생이 수업을 거부하는 등 혼란까지 빚어졌습니다.

[금영혜/수학 강사/김 원장 학원 근무 : "강사분이 (갑자기) 안 나옴으로써 아이들한테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김 원장이 만나서 얘기를 해보자고 하는 사이, A씨는 그를 임금체불로 신고했습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대구서부지청 관계자 : "일방적으로 근로자가 그만둬버리면 사업주 입장에서는 굉장히 난감한 것은 맞아요."]

상황을 이해한다던 노동청은 김 원장을 처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버렸습니다.

A씨가 퇴직을 통보한 날로부터 2주를 넘겨 월급을 줬으니, 어쨌든 근로기준법 위반이란 겁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대구서부지청 관계자 : "수사기관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어떤 형식적인 것을 가지고 판단을 하기 때문에..."]

검찰 역시, 김 원장을 임금체불로 약식기소했고, 1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습니다.

[김윤오/보습학원 원장 : "벌금이 아까운 게 아니라 뭔가 바로 잡혀야 한다는 생각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는데..."]

자신을 무조건 악덕 업주로 몰아간다는 생각에 검찰에 맞서 여덟 달 동안 다섯 번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1심 재판 결과는 무죄.

재판부는 A씨에게 갑자기 일을 그만둬야 할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퇴직 의사를 밝혔다고 곧바로 효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현곤/변호사 : "전반적인 상황을 보고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지, 일방적인 통고라든지 이런 것으로 인해서 무조건적으로 (근로)계약이 해지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라는 판결입니다)."]

법원 판결에 대해 노동청은 뒤늦게 변명을 내놓습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대구서부지청 관계자 : "합의를 유도하거나 이렇게 할 수도 있는데, '감독관이 사업주 편든다'는 식으로 가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아요."]

김 원장을 신고했던 A씨는 이번 일이 더 이상 논란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KBS에 밝혔습니다.

그러나 김 원장은 검찰의 항소로 또다시 법정에 서야 합니다.

[김윤오/보습학원 원장 :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벌금 10만 원을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벌금 10만 원에 1년을 재판으로 날린 김 원장….

그래도 무조건 고용주만 잘못이란 선입견을 깨고 싶다고 말합니다.

[김윤오/보습학원 원장 : "근로자나 사업주가 같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근로감독권을 공평하게 행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KBS 뉴스 남승우입니다.

남승우 기자 (futur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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