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아이돌 비중 줄여라" 여가부 '문화 검열' 논란
여가부, "비슷한 외모 과도히 출연시키지 말라"
하태경 "여가부 장관이 전두환이냐"
연예계 "이런 가이드라인, 결국 검열"
"음악방송 출연자인 ‘아이돌’의 외모 획일성이 심각하다."<여성가족부>
"업계도, 소비자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아이돌 멤버 각각에게 컨셉과 메시지가 있다. 소비자들이 그걸 즐기는 거다."<연예기획사 마케팅 이사>
"군사독재 시대에 두발단속, 스커트 단속과 뭐가 다른가. 왜 외모를 여가부 기준으로 단속하나?" <하태경 의원>
여성가족부가 지난 13일 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두고, ‘실질적인 문화 검열’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이 안내서는 양성 평등 의식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최근 각 방송사와 프로그램 제작사에 배포됐다.
47쪽 짜리 안내서는 ‘아빠는 일하고 엄마는 살림한다’는 식의 설정은 문제가 있다며, 좋은 사례와 나쁜 사례를 열거하고 있다. ‘실제 표준 체중(BMI)을 훨씬 밑도는 과도하게 마른 신체를 이상적 몸매로 여기는 가치가 프로그램 기획에 반영되지 않아야 한다’, ‘평범했던 주인공이 아름답고 화려한 외모로 변신하는 전개공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식으로 일선 제작자와 방송사에 ‘권고 사안’을 적어놨다.
논란이 된 것은 42쪽에서 ‘아이돌’ 그룹의 외모를 지적한 대목이다. 안내서는 "음악 방송 출연자들의 외모획일성이 심각하다"며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은 마른 몸매와 하얀 피부, 노출이 심한 복장과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항목의 제목은 ‘2-2.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합시다’였다.
한 연예제작자는 "결국 아이돌 출연 횟수를 줄이라는 얘기다. 여성 아이돌 연예인에게 ‘탈코(탈코르셋, 인위적 꾸밈 반대)’하라는 요구로도 들린다"고 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정부가 이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 일선 제작자들은 의식할 수 밖에 없다. 자유로운 창작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고 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양성평등이라는 단일 가치로 국가가 문화를 검열하고, 재단하려는 시도" "여가부 장관이 아이돌 얼굴을 모르면 다 획일화된 외모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여가부 장관은 여자 전두환입니까....외모에 객관적인 기준이 있습니까. 닮았든 안닮았든 정부가 평가할 문제가 아니고 국민들 주관적 취향의 문제입니다...방심위는 인터넷 검열, 여가부는 외모검열"이라고 지적했다.
네티즌들도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쁨과 못생김까지 결과적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냐", "여성 쿼터제도 모자라 외모쿼터제까지 할 셈인가"하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한 방송제작자는 "외모가 빼어난 사람이 나오면 시청률이 올라가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라며 "시청자들이 다양한 출연자를 받아들이는 문화를 조성하는 게 우선이지, 아이돌 출연 비율을 조정하는 건 폭력적"이라고 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방송의 외모지상주의 문제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토론회에서나 나올 법한 주제"라며 "이런 권고안을 낸다고 방송사들이 준수하겠냐"며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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