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에 필요한 소득은 어느 정도일까?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 입력 2019. 2. 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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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을 말한다 ] 우리사회 노인빈곤에 대응하는 정공법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

 
우리 사회에서 노인이 어느 정도의 소득을 가져야 할까? 그리고 그 소득을 가지기 위한 제도적 수단의 조합은 어떤 것들이어야 하는가? 지난 20여 년 간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 개혁 논의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연금 급여의 적절성을 다뤄보는데 필요한, 노인의 거의 절반이 빈곤한 우리의 현실에서 노후소득보장 설계에 필요한 기초 정보를 정리해보자.  

우리나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생계급여는 기준중위소득의 30%에 못 미치는 소득이 있는 경우에 이를 보충하도록 하고 있다. 기준중위소득은 2019년 1인 가구가 170만 7008원, 2인 가구가 290만 6528원이다. 이에 따른 생계급여의 수급자 선정기준 및 최저보장수준은 1인 가구에 51만 2102원, 2인 가구에 87만 1958원이 적용된다.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과 근로 소득, 이전 소득 등에서 일정 부분을 공제하고 계산한 소득평가액을 합한 소득인정액이 위 금액보다 적은 경우에는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통해 부족한 소득을 받을 수 있다.

적정한 생활수준의 기준은 누구를 '빈곤'에 처한 사람으로 볼 것인지와 관련된다. 각국의 소득보장제도를 비교 평가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 사회의 중간 정도 되는 소득을 올리는 가구의 삶을 기준으로 놓고, 그것의 50%보다도 부족한 가구를 빈곤하다고 정의한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농어가 제외) 2016년도 자료를 보면 가구원수로 균등화한 가처분소득의 중간값은 198만원 가량이므로, 균등화한 가구 가처분소득이 99만 원 미만이면 가난한 것으로 본다. 노인 1인으로 구성된 가구가 99만 원 미만 소득을 올리는 경우, 2인으로 구성된 가구가 142만 원 미만 소득인 경우 빈곤하다고 보는 것이다. 노인빈곤율을 '0'으로 하기 위해서는 노인 1인가구에 99만 원 이상, 노인 부부가구에는 142만 원가량 소득이 있어야 한다.

소득은 그것을 모두 쓰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소득이 부족해도 그 이상의 지출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얼마를 쓰는지도 볼 필요가 있다. 다음 [그림]은 노인가구가 어느 정도의 지출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016년 기준으로 노인 1인가구는 약 88.9만 원을 매월 쓰고 있고, 빈곤한 노인 1인가구는 65.7만 원, 빈곤하지 않은 노인 1인가구는 149.7만 원을 쓰고 있다. 노인 부부가구는 매월 145.2만 원가량을 지출하고 있고, 빈곤한 노인 부부가구는 99.3만원을, 빈곤하지 않은 노인 부부가구는 195.7만 원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노인 1인이 지출하는 88.9만 원의 세부 항목은 어떨까?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에 16만 원, 주류 및 담배에 0.9000원, 의류 및 신발에 2만9000원, 주거 및 수도광열에 18만5000원, 가정용품에 3만6000원, 교통비 3만3000원, 통신비 2만2000원, 오락·문화에 4만2000원, 교육에 0.2000원, 외식·숙박에 5만 원, 이·미용 등 기타에 4만8000원을 쓴다. 어디 하나 줄일 데가 없다.

                                        [그림] 노인가구 유형별 가계지출 금액
ⓒ프레시안(최형락)


그래서 현재 우리 노인의 삶의 수준은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수준과는 차이가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2017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노인 단신 기준으로 최소한 108만 원, 적정한 생활을 위해서는 154만 원이, 노인 부부 기준으로 최소한 176만 원, 적정한 생활을 위해서는 243만 원이 필요한 것으로 응답하였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정부가 현금으로 소득을 보장해주는 기준이 1인 기준으로 51만 2102원(2019년)이고, 노인은 평균적으로 약 88.9만 원(2016년)을 쓰고 있고, 빈곤하다고 통계를 내는 기준이 약 99만 원(2016년)이며, 우리 국민들은 노후에 적정한 생활을 위해서는 154만 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다. 최소 기준과 적정 기준의 차이다. 

그렇다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만으로 노후에 적정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금액을 확보할 수 있는가? 아니 현 제도 수준에서 확보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능할까? 국민연금을 최고소득으로 40년을 가입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 급여산식에서 재분배 요소가 있고, 소득대체율이 40%로 떨어질 예정에서 1인의 적정 생활비를 국민연금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최근 소개되는 월 200만 원 급여수급자는 소득대체율이 70%였을 때, 그리고 연기연금을 통한 급여 증액을 통해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므로 적정한 노후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소득을 확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사적연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적연금을 포함한 다층보장체계는 적정 소득을 위한 대안 모색에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존재하고 기능한다고 하여 국민연금의 역할을 낮추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적연금이 최대한 기능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거나, 퇴직연령과 연금수급연령의 갭을 메우는 방식으로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기능하게 해야 한다.

노후소득보장 설계의 방향

그렇다면 공적연금의 역할은 어디까지여야 하나? 먼저 공공부조 제도의 다가올 변화를 생각해보자. 우리사회가 빈곤층의 생계급여 기준을 마냥 기준중위소득의 30%에 머물게 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단계적으로 생계급여 기준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또 노인 수급자 대상의 부양의무자 기준도 점차 완화될 예정이어서 노인인구의 증가와 효과가 중첩되어 노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아직까지 노인인구 중 국민연금 수급자가 적은 단기간에는 노후소득보장제도 체계에서 공공부조가 더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점점 더 많은 노인이 우리 사회에 등장하게 되는 상황에서, 빈곤한 상태로 노년으로 접어드는 인구가 많을수록 후세대의 부담이 커진다. 어차피 일반조세로 빈곤 노인을 지원할 것이고, 일반조세는 누진적인 소득세로 확보하면 되므로 크게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장래에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소득세가 아닌 소비세 중심의 세원 확보가 불가피하다. 결국은 누군가 소득이 있는 사람을 다수 만들어 놓는 것이 인구 고령화와 감소 추세에 있는 우리 사회에서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므로 보다 장기적 시각에서 미리 일정 부분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부족분에 대해서 공공부조제도가 작동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노후소득보장체계의 모습은 이렇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더한 노후소득보장체계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생계급여 기준선 이상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연금 수급권이 발생하는 최소가입기간이 10년이고, 이 기간을 지역가입자 중위소득인 100만 원으로 가입하여 수급권이 발생했다고 하자(소득대체율 40% 기준). 이 경우 예상되는 연금액은 약 16.3만 원가량이다. 기초연금을 더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생계급여 기준에 미달하며, 이 경우에 공공부조 제도가 작동하게 된다. 이때 공공부조 제도는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와 같이 100%의 급여감액률을 가지는 보충성을 가질 수도 있고, 캐나다의 GIS와 같이 상당히 높은 급여 목표를 정하고 급여감액률을 25% 수준까지 낮추는 방법도 있다. 

보충성 원칙을 적용하는 어느 경우든 공공부조 제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급여를 늘릴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 및 실업크레딧 등 크레딧 제도를 통한 가입기간 증대, 60세 이후 수급연령까지의 공백 기간에 대한 가입지원이 중심축이어야 한다. 국민연금 가입의 소득상한을 조정하여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을 높이는 것도 재분배 장치 하에서 저소득자의 급여액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보다 명확한 방법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이다. 앞서의 가입자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5%라면 18.2만 원, 50%라면 20.3만 원을 수령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느 경우든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해서 생계급여 수준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공공부조 제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부조제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노인빈곤 완화에 대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제 평균적인 가입자를 생각해보자. 전체가입자 평균과 같은 225만 원의 소득을 가지는 가입자가 25년을 가입한다고 하면, 40% 소득대체율에서는 56만 원을 45% 소득대체율에서는 63만 원을 넘는 급여를 받는다. 이 경우에도 탈빈곤은 요원하다. 기초연금에 더해서 아직 일할 수 있는 노인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 등으로 탈빈곤의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대신 기초연금을 증액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정부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의 기초연금 강화방안은 소득대체율은 40%로 하되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증액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이 도입될 당시 가입하기 어려웠던 노인, 가입하였더라도 가입기간이 짧아서 충분한 연금급여를 받지 못하는 현 세대 노인빈곤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노인의 하위 70%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급여금액(급여산식의 A부분)의 2/3을 차감하는 방식은 미래 기초연금 지출을 줄이기 위한 의도로 도입되었다. (다만, 기초연금의 기준연금액이 계속 증액 조정되면서 차감을 최대로 적용받는 사람은 줄어들게 설계되었다) 기초연금이 40만 원인 상태에서, 국민연금에 최소가입한 경우 16.3만 원이므로 합쳐서 최소기준을 충족한다. 평균소득자(250만 원 가정)가 25년을 가입하여 기초연금 39.2만 원(감액 반영)과 국민연금 62.5만 원을 받아 101.7만 원을 받으므로 탈빈곤 할 수 있다. 기초연금 증액 논의는 충분히 매력적인 대안이다.

여기에 더해서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장래 노인빈곤 대응 방안으로서도 기초연금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 가입이 쉽지 않은 집단의 규모를 크게 보면 볼수록 노후소득보장 수단으로서 비기여 방식의 기초연금은 부각된다. 

그렇지만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 첫째, 기초연금은 소득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기초연금 급여는 매년 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조정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소득 수준의 증가를 따라잡지 못한다. (다만 기초연금법 9조에는 매 5년마다 기초연금 수급권자의 생활수준, 국민연금 A값 변동률,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을 고려하여 급여수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급여 인상에 따라 이 조항이 작동한 바가 없다) 장기적으로 기초연금의 실질가치는 소득수준의 증가에 연동되는 국민연금의 실질가치에 크게 못 미치게 된다. 기초연금이 단기적 노인빈곤의 대안은 될 수 있지만 장기 설계에는 한계를 가지는 이유이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보완재여야 하지, 대체재가 되기 어렵다.

둘째, 기초연금의 선별성은 기초연금 증액의 장애로 작동한다. 기초연금이 소득하위 70% 노인을 대상으로 하여 도입되었던 것은 노인 중 다수가 국민연금의 미수급자 또는 국민연금 수급자라고 하더라도 저연금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장래에는 다수의 노인들이 국민연금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 수급자와 비수급자 갈등이 예상된다. 이러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초연금의 보편화가 필요하지만, 이는 막대한 비용부담 문제로 다시 세대간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초연금의 증액은 현재 수준 이상이 되기 어렵다.

국민연금 급여와 보험료율을 같이 올려야

이번 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는 '소득대체율을 45%로 고정하는 안'이 제시되었다. 소득대체율을 고정한다고 하여 국민연금 급여가 한 달에 10만 원 씩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일부 집단에게는 최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공공부조가 필요하며, 또 평균소득자라고 하더라도 탈빈곤 할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소득대체율을 고정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국민연금 재정의 장기적 전망에 따르면 현재 상태에서 보험료율을 조정하더라도, 미래세대의 부담이 과중할 수 있다. 이때가 되면 가능한 조치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국민연금의 수급연령을 조정하여 수급자의 규모를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 수급연령을 높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 부담은 미래세대의 몫이 된다. 다른 대안으로 국민연금 급여액을 평균수명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급여액을 감액하는 선택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고, 결국은 재정의 부담이 다가올 때 급여액을 감액하게 될 것이다. 실질적으로 급여액 감액의 영향을 받는 세대는 수급연령 조정이 마무리되는 2040년 이후 수급자가 될 것이다. 결국은 보험료 부담의 몫이 아니라면 급여 감액의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세대는 지금의 청년 세대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득대체율을 고정하자는 안은 보험료율 조정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점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조정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 소득대체율을 낮췄던 방식, 현 세대 노인빈곤에 대한 대안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기초연금을 논의하는 방식은 묵묵히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있는 다수 가입자의 선택지가 되기는 어렵다. 노후불안과 제도불신만 키울 뿐이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해법은 정공법으로 풀어가야 한다. 국민연금이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본연의 목표를 확실히 하고, 제도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는 과정에서 보험료율을 점차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사회 노인빈곤에 대응하는 정공법이다.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 (kakiru@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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