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가기 쉬워졌다"..눌러앉은 외국인 35만
"한국서 이틀 일하면 한달 월급"
동남아 여성 등 불법취업에 악용
불법체류자 1년 새 10만명 급증
━
몰려드는 불법체류 보고서 <상>
지난달 만난 하잉은 “베트남에서 회사에 다닐 땐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해도 700만~1000만 동(35만~50만원) 정도 벌었는데 한국에선(노래방 등에서) 1~2일만 일해도 그 정도 돈을 벌 수 있다”며 “한 달이 돼 체류 기간이 만료되면 베트남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방법으로 계속 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잉처럼 관광 등의 목적으로 한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한 뒤 노래방 같은 유흥업소나 마사지 업소에 불법 취업해 결국 불법 체류자가 되는 베트남 등 외국인이 늘고 있다.
특히 하노이·호찌민·다낭에 사는 베트남인에게 지난해 12월부터 ‘박항서 열풍’에 따른 방한 수요 증가 등을 이유로 유효기간 5년의 단기방문 복수비자(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30일 이내 체류가 원칙)가 발급되면서 한국에 오기 쉬워졌다. 5년 단기방문 복수비자는 이전엔 교수·변호사 등 전문직에게 발급됐다.
유흥업소 관계자들은 “최근 수년 사이 한류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나라로 인식되면서 베트남과 몽골 등 외국인 여성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국가의 경우 직장인 한 달 급여가 30만~50만원인데 한국의 유흥업소 등에서 일할 경우 많게는 10배 이상 벌 수 있어 쉽게 유혹에 빠진다고 했다.
“한류열풍에 한국말도 유창해 일 가능” 불법취업 외국인 30% 유흥가서 적발
전국 유흥가에서 베트남 등 외국인 여성 도우미를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달 18일 오후 8시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유흥가. 거리에 들어서자 ‘베트남 노래OO, 글로벌 노래OO, 다문화 노래OO’ 등 낯선 문구가 적힌 화려한 조명을 설치한 간판이 여러 개가 눈에 들어왔다. 30분쯤 지나자 외국인 여성 등을 태운 일명 ‘보도방’ 차량이 거리 곳곳에 나타났다. 차 안에는 롱패딩을 입은 외국인 여성들도 여러 명 보였다. 잠시 뒤 ‘베트남 노래OO’이라고 쓰인 간판이 걸린 한 건물 앞에 차량이 멈춰 서고 문이 열리자 20대로 보이는 동남아 여성 2~3명이 곧바로 건물 내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기자가 손님으로 가장해서 한 노래방에 들어가니 업소 주인은 “베트남·몽골·태국 등 원하는 아가씨들은 다 불러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업주는 “1시간에 도우미 한 명당 현금은 7만원, 카드는 8만원을 내야 하고 소주와 맥주는 무제한이다”며 “10시가 넘어가면 업소마다 손님이 많아 (도우미가 오기까지)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10여분쯤 지나자 베트남 여성 도우미 2명이 들어왔다. 한국인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한국어가 유창했다. 한류열풍으로 베트남에서 기본적인 한국말을 배운데다 일부는 대학이나 유학원 등의 어학당에서 한국말을 배워 한국말을 잘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었다.
가족의 초청으로 들어온 지 2개월째라는 비엔(가명·여·25)은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일주일에 2~3번 정도 가게에 아르바이트로 나오는데 그래도 200만원 이상 번다”며 “더 빨리 많은 돈을 벌기 원하는 일부 아가씨는 2차를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경남 김해시 내동의 한 빌라에서는 관광비자로 들어온 태국 여성 2명이 3개월여 동안 불법 성매매를 하다 적발됐다. 같은해 12월 경북 안동 한 마사지숍에서 취업비자로 입국한 러시아 여성이 손님들에게 유사성행위를 하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남의 한 외국인 여성 전용 노래방 업주는 “예전에는 필리핀 여성 노래방 도우미가 많았는데 현재는 베트남 여성이 도우미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위성욱·김민욱·박진호·최종권·김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까치잡이로 1400만원?..알고보니 경력 15년 베테랑
- "고노, 박태준 얘기 했지만..문희상 '문'자도 안꺼냈다"
- 경제학회장 쓴소리 "3.7% 성장이 한국 실력에 맞아"
- '김정은 3인방' 총출동..하노이 담판 준비 시작됐다
- 김명수 "법관 탄핵은 국회 권한, 대법원 입장 없다"
- 고용장관의 일자리 한탄 "제조업 위축 심각한 상황"
- 샤프에 일격 맞은 삼성TV..글로벌 4000만대 수성 흔들
- 요즘 변호사 오죽하면 수임료 110만원 놓고 대법 갔다
- "성인이 성인물 보는게 불법?"..정부에 들끓는 2030
- 사드도 뚫은 한국 식품..中서 대박난 라면·초코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