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토크쇼J] 5·18 망언, 조선의 이유 있는 침묵

KBS 입력 2019. 2. 1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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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안녕하십니까?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하실 분들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저널리즘 전문가죠. 정준희 교수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정준희] 안녕하세요? 정준희입니다.

[정세진]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입니다.

[최욱] 연관검색어에 조선일보가 붙어 있는 최욱입니다.

[정세진] 좋으세요?

[최욱] 좋을 일은 아니죠.

[정준희] 떨고 있어요.

[최욱] 저희 집안은 지금 상당히 안 좋습니다.

[정세진] 그리고 일본 간사이외국어대학교의 장부승 교수님 또 와주셨습니다.

[장부승] 안녕하세요? 장부승입니다.

[정세진]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님. 연속으로 세 번째 출연하십니다.

[김언경] 안녕하세요. 민언련의 김언경입니다.

[정세진]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1TV, myK, pooq,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정세진] 지난 8일이었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주최한 ‘5.18 진상규명대국민공청회’가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제로 한 공청회였는데 여기에 지만원 씨를발제자로 세운 것, 논란이 됐고요. 또 이종명 김순례, 김진태 의원들이 “5.18은 폭동”이고 또 “유공자는 괴물 집단”이라는 망언을 쏟아내서 큰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과 이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살펴보는 시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공청회 당시 문제 발언들 들어보시죠.

자유한국당 5.18 공청회 망언
[지만원] 결론이 뭐냐면 “5.18은 북한특수군 600명이 일으킨 게릴라 전쟁”이다. 이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전두환은 영웅이에요.

[이종명/자유한국당 의원] 이제는 사실에 기초해서 논리적으로 (5.18이)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하는 것을 밝혀내야 합니다.

[김순례/자유한국당 의원] 종북 좌파들이 지금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 집단을 만들어 내면서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습니다.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역사적인 이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여러분들의 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 보수우파의 가치를 지키는 국회의원님들이 많이 노력하지 않고 게을렀습니다.

[정세진] 일단 1997년 대법원에서 5.18을 유혈 진압한 전두환에 대해서 무기징역 선고하면서 “5.18은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정당한 행위”며 전두환은 “국가 헌법을 어지럽히고 내란을 목적으로 살인죄를 저질렀다”며 최종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지만원 씨는 공청회에서 “전두환은 영웅이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또 북한군 개입설은 지난 수십 년 간 여섯 차례에 걸쳐 이뤄진 국가차원 조사에서 사실무근으로 판명이 난 사안입니다. 그런데도 이종명 의원 같은 경우는 이제는 “사실에 기초해서 논리적으로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주장했습니다. 어떻게 보셨는지요?

[장부승] 지만원 씨라는 분은 광주 관련해서 과거에 여러 가지 주장을 했다가 문제가 돼서 두 차례나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징역 6개월, 집행유예 이렇게 형사 처벌도 받으셨던 분인데 지금 이 상황에서 이 공청회를 연다는 건 그런 어떤 공론장(公論場)으로 들어올 수 있을 만한 사안이 아닌 거죠. 이미 걸러졌어야 하는 사안인데 그걸 공당이라는 제1야당이라는 데서 저걸 저렇게 공론 장으로 가지고 들어와서 공청회를 열어준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이 돼요.

[정준희] 언제나 극단적인 사고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리고 사실로서 확정될 수 없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일정 세를 획득하면 세가 진실로 바뀌어버리는 경향이 있거든요. 이거를 말씀하신 것처럼 공당 안으로, 공론장 안으로 또는 보도를 하고 이러는 과정에서 이게 굉장히 의미를 갖는 세력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사이즈가 중요한 게 니란 말이에요. 그들의 주장에 그 어떤 정당성 여부가 중요한 건데 이것을 안으로 들여왔다는 거 자체가 상당한 책임이 날 수밖에 없는 그런 문제라는 거죠.

[최욱] 모두가 다 역사적으로 정리가 된 사안이라 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부정하는 이야기를 내고 있는데 그 이유가 어떤 신념에 의한 건지 아니면 정치적 전략에 의한 건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장부승] 지금 자유한국당이 27일에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사실은 중요한 배경으로서 작용했다고 봐야죠. 그러니까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해야 하는데 그중에 지금 후보로 출마한 분 중에 한 분이 김진태 의원 아닙니까? 그래서 김진태 의원이 이 공청회를 주최한 거고. 그것은 아마도 그런 자유한국당 내의 상당히 오른쪽에 있는 우파세력들을 자기의 지지기반으로 흡수하기 위해서 그런 목적을 가지고 공청회를 개최한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2월 8일 공청회가 개최되기 전날에 김진태 의원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한 걸 보면 거기 이런 대목이 있어요. 이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애국 우파의 통합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 공청회 전날에 이렇게 말씀을 하신 거거든요. 그런 맥락이라든가, 배경 속에서 공청회가 개최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욱] 그래서 그런지 그분은 사과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더라고요.

[정세진] 그러면 언론에서는 이번 5.18 공청회 망언 파문 어떻게 다뤘는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언경] 종합일간지와 그리고 방송사들의 종합저녁뉴스가 도대체 어떻게 했을까 궁금하실 텐데요. 생각보다는 전체 언론사가 관련 보도를 내놓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관련 내용들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번 파문에 대해서 거의 침묵하다시피 한 언론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TV조선인데요. TV조선은 공청회 당일과 다음 날에도 저녁 종합뉴스에서 관련 소식을 다루지 않았고요. 10일에야 겨우 첫 보도를 했고 2월 8일에서 11일까지 보도 중에서 TV조선은 단 3건만 보도를 했거든요. 그렇다면 다른 데는 얼마큼 했느냐. JTBC는 10.5건을 보도했어요. 0.5건은 단신을 의미하는데요. 그리고 KBS와 MBC가 6건, 8건 이렇게 보도를 했습니다.

[정세진] TV조선 같은 경우에는 예전에는 북한군 개입설 이야기를 참 많이 하던 곳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이번에는 좀 이렇게 조용한 분위기일까요?

[정준희] 이게 보도를 안 한다면 안 한다는 게 반드시 나쁜 게 아닐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 극단적인 발언을 반영해주는 게 외려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 그렇다면 괜찮은데, 문제는 그게 아닌 것 같다는 거예요. 일단은 지금 이야기도 해주셨지만 TV조선의 보도의 방식을 보면 “문 대통령이 한국당 추천 5.18 위원을 거부했다” 그리고 “총공세를 벌이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합니다. 이 사안의 핵심은 문 대통령이 뭔가 누군가를 추천했는데 야당에서 추천한 위원을 거부했다는 그런 식의 이야기거든요. 결국에는 거부권 행사가 상당히 중요한 어떤 내용이 됩니다. 채널A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그런 식으로 보도가 일어나요. 왜 그런가라고 판단을 해보면 말씀하신 것처럼 실제로 공론의 장으로 들어올 이유가 없는 것들을 공론의 장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사실은 장본인이 TV조선이었다는 거죠. 이를테면 2013년에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건데요. 5월 13일에 했던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이른바 탈북자 출신으로부터 그 소스(source)를 가져와서 600명의 북한군 1개 대대가 침투했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이게 바로 현재와 같은 아수라장이 만들어지는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에요.

[김언경] 그렇죠.

[정준희] 일종의 진원지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이 말도 안 되는 발언 하나가 실제로 엄청나게 많은 가짜뉴스를 만들어냈고 그 다음 이제는 아예 마치 진실규명을 해야 하는, 그런 식의 내용인양 그런 식으로 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됐던 거고요. 결국에는 이게 전혀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될 수 없는 사안들을 문제 있는 사안으로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바로 여기에 실체를 부여해준 바로 이 책임자들이고 장본인들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에서 이와 같은 보도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김언경] 그런데 너무나 우스꽝스러운 건요. TV조선이 이 때 당시에 진짜로 방송이 경고 및 관계자 징계를 받았거든요. 굉장히 센 거죠. 그리고 비판을 엄청나게 받았어요. 그래서 TV조선이 당시에 그 이후에 팩트 체크(Fact check: 사실 확인)하는 보도들을 여러 건을 내놨어요. 실제로 저희가 보면 6건을 당시에 <뉴스쇼 ‘판’>에서 북한군 개입설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팩트체크 보도들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거 보면 지금 이 보도를 그대로 내놓으면 굉장히 칭찬받을 것 같은 그런 팩트체크를 했어요. 그게 더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세진] 북한군 개입설 스피커 역할을 한 언론은 월간조선도 많이 이야기를 하잖아요.

[김언경] 이건 2017년에 나왔거든요. 월간조선은 조선미디어그룹 안에 있는 월간지죠. 그런데 ‘5.18 때 북한군 개입설 사실일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두환 회고록에 적힌 북한 개입 정황을 그대로 싣고 탈북자가 쓴 소설에서 주장했던 “(북한 당국이 남파된) 북한군 100명을 사살했다”고 들은 전언을 그대로 다뤘습니다. 결국 언론이 북한군 개입설 망언을 쏟아냈던 한국당에 대해서 비난하고 있지만 사실은 조선일보 특히 월간조선 등은 TV조선 등은 이것에 대해서 자유롭게 비판하기에는 좀 낯부끄러운 그런 상황인 것이죠.

[정세진] 이번에는 방송 뉴스 보도를 좀 살펴볼까 합니다. “KBS 보도가 굉장히 소극적이었다.” 이런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비교를 좀 해보죠.

[정준희] KBS의 보도가 의외였어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이 부분은 이른바 기계적 균형이라든가 각 주장자들의 목소리를 골고루 담아줘야 될 이유가 아무것도 없는 그런 식의 것들이거든요. 기본적으로 그냥 발언자들 그다음에 이해 당사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해서 그냥 반영하는 그런 보도들을 취하거든요. 물론 저는 이해가 가는 측면이 없지는 않은 것은 사회적인 논란들이 보도될 때 기본적으로 욕을 먹을 각오는 한다고 하더라도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반영하려는 노력을 하는 건 공영방송의 책무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에 대해선 해당하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극단적인 목소리에 대해서는 해당하는 게 아니고요. 이걸 평가하고 의견을 내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말들 중에 말이 안 되는 것들은 걸러내고 말이 안 되는 것들을 보도하고 나서 그것이 왜 말이 안 되는 건지 당연히 붙여서 이야기를 해줘야 되는 건데 그 내용들이 지금 별로 담겨져 있지 않았었다는 거죠.

[김언경] 그리고 북한군 개입설과 관련된 보도를 잘한 곳은 MBC와 JTBC였거든요. 특히 MBC는 <‘가짜뉴스’라고 결론났는데‥ “국민 대표들이 확산”>이라는 2월 10일 보도에서 지만원 씨 주장에 대해서 법적 판결을 인용해서 깔끔하게 한 개의 보도지만 ‘이것은 말이 안 되는 논란이다.‘라는 것을 정확하게 전해줬어요. 그래서 객관주의, 이런 소리, 왠지 애매하게 기계적 균형을 잡는 그런 보도가 아니고 ’이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보여주는 보도가 필요했는데 KBS가 좀 아쉬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욱]그러니까 언론인들이 중립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높은 가치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보면. 그런데 사실 진실과 거짓이 중요한 거지, 중립이라는 단어, 이제는 버려야 될 때 아닙니까?

[장부승] 중립(中立)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에 대한 여러 주장들 간의 중립, 의견들 간의 중립을 말하는 것이지 사실과 허구 간의 중립을 말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정준희] 그렇죠.

[장부승] 허구를 사실과 대등한 위치에서 보도해줄 의무는 없어요. 바람직한 것도 아니고. 그런 것도 하나의 의견이니까 우리가 공정하게 중립적으로 보도를 해야 한다는 건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고 그것이 중립성이 아니라는 거죠. 그보다는 사실은 이런 경우에는 바람직한 보도라고 한다면 그 사실관계의 역사성, 어떻게 해서 사실관계의 위치를 인정받게 되었는가. 그 역사성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한 보도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최욱] MBC가 좋은 사례네요.

[김언경] 좋은 보도한 거예요.

[정세진] 조중동 보수언론들도 이번에 쭉 그냥 훑어보면 거의 한목소리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비판하고 이번 공청회를 비난했습니다. 그래도 조금의 뉘앙스 차이는 있다, 이렇게 언론 비평에서는 나오던데요. 어떤 점을 꼽아볼 수 있을까요?

[김언경] 약간의 온도차가 느껴지는데요. 이번 공청회 파문에 대해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라고 한 발언이 비판을 받은 바 있거든요. 이에 대해서 중앙일보가 11일 사설을 통해서 비판을 하긴 합니다. 그런데 또 같은 날 6면에 기사 제목은 비판보다는 해명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제가 한번 보면 이 해명이 그러니까 기사 제목이 2월 11일 6면. <김병준 “5.18은 민주화 밑거름” 나경원 “희생자에 아픔줬다면 유감”>이라는 제목이거든요.

[정준희] 이른바 보수적 진영에 균열이 생기는 걸 원치 않는 모습인데 겉으로는 일제히 비판하는 모습들을 취해요. 그러니까 잘못했다고. 말도 안 된다고 하는 것을 취하지만 그 내면으로 들어가 보면 그렇지 않은 목소리들이 지금 읽힙니다. 제가 예를 들어보면 조선일보 2월 12일에 31면에 나온 <점입가경 한국당>이라고 되어 있는 그런 기사에서 표현들이 이렇게 나와요. “정권에 수많은 실정을 수수방관하다시피 했던 한국당이 자기들끼리 벼랑끝 싸움을 벌인다.” 그다음에 또 보면 “민생과 안보를 실험 대상으로 삼은 집권세력의 폭주에 놀라고 지친 상당수 국민은 한국당이 새 지도부를 갖춰 합리적 견제에 나서주지 않을까 내심 바랐다” “그러나 못하고 있다”잖아요. 또 한 가지는 그러면서 “정권을 되찾을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이게 2월 11일 31면에 <극단으로 과거로 가는 한국당>이라는 건데 “한쪽 이념에 치우친 정책으로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신망을 잃어가고 있지만” 똑같이 또 나오죠. 전반적으로 보면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냐면 이 5.18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현 정부의 실정 문제를 부각시키고 그것에 대한 응대 방식으로 적당하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는 거예요. 이 부분을 하나로 요약하면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겁니다.

[최욱] 조선일보 비판 세게 하시네. 정준희 교수입니다. 세게 하시네.

[정준희] 제가 한 마디만 더하면 언론학에서 주창 저널리즘(Advocacy journalism: 특정 집단의 이익주장을 적극 대변하는 언론 행위)이라는 말을 써요. 중립 저널리즘이나 객관 저널리즘이나 다른 의미가 바로 그겁니다. 뭐냐 하면 누군가를 옹호해주고 대신 목소리를 내주는 그런 거예요. 그런데 이게 언론의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제 잘못하면 정파적 언론으로 바뀌는 그런 식의 일들이 일어나는데 이 주창 저널리즘보다 한 단계 더 나가는 게 일종의 가이드 저널리즘이에요. 자기가 정치 행위 기자가 돼서 정치를 이끄는 어떤 존재가 되는 거예요. 지금 같은 기사의 투들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다시 말하면 보수 세력이 지금 지리멸렬하고 있고 마치 문제가 있다고 느꼈을 때 그것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냐면 이 세력을 어떻게 다시 긁어모을 수 있을 것인가를 하나하나 행동의 강령들을 얘기해주는 그런 방식으로 많이 접근하거든요. 이건 주창 저널리즘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있는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욱] 사실 5.18 막말 관련해서 조선일보 기사, 저는 보면서 걸리는 부분 없이 약간 술술 읽히는 측면이 있었거든요.

[정세진] 웬일로?

[최욱] (정준희 교수님이) 굉장히 또 세게 비판하십니다.

[김언경] 지금 여야 4당에서 막말 의원에 대한 국회윤리위원회 회부, 그리고 제명에 대한 추진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것에 대해서 경향, 한겨레는 사설에서 다 명확하게 이걸 해야한다는 찬성하는 의견을 냈어요. 그런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설을 냈지만 전혀 이것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에헴!‘ 하고 꾸짖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책임지라라는 그런 목소리까지는 나가지 않는다는 게 그 온도 차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이렇게 생각이 들어요.

[최욱] 최소한 그래도 조선일보도 5.18을 바라보는 관점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은 맞는 거죠?

[정준희]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실제로 언급들은 그렇게 되고 있고요.

[최욱] 그렇게 되어 있잖아요.

[정준희] 불행 중 다행이고 저는 이게 사설이 이런 식으로 나왔다거나 칼럼이 이런 식으로 나온 게 불만족스러울 뿐이지, 기본적으로 선은 긋고 있다는 건 그나마 긍정적이라고 생각을 해요. 우리가 말한 민주주의의 보편 가치에 동의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세진] 이번 망언 공청회 파문을 일으킨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은 또 한 가지 “가짜 5.18 유공자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계속 펼치고 있습니다. “5.18 민주유공자명단을 공개하라” 이런 요구를 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돼서도 참 가짜뉴스가 많이 있었습니다. 이런 가짜 5.18 유공자를 찾아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이런 이야기는 왜 이렇게 자꾸 주장하고 있을까요?

[최욱] 이 정부 들어서 5.18 유공자들이 굉장히 많이 포함이 됐다, 이런 가짜뉴스가 많이 돌아다니더라고요.

[김언경] 그렇죠. 그런데 이런 주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퍼트리는 것 역시 지만원 씨입니다. 지만원 씨가 자신을 주축으로 운영되는 극우성향 언론사 뉴스타운에서 거의 보도가 내내 5.18 관련된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더라고요. 이들은 인터넷 언론사와 SNS 뉴스 채널을 운영하면서 “5.18 유공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5.18 유공자들이 국가 임용고시 등에서 10%의 가산점을 받는 등 너무나 큰 혜택을 받고 있다”라는 등의 주장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가유공자가 받는 가산점은 5.18 유공자뿐 아니라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등의 유족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어요. 그러니까 5.18 유공자에게만 뭔가 특별하게 되는 그런 것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죠. 그러니까 특별 혜택을 받는 게 아니고요. 5.18 유공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2017년 2월 현재 5.18 유공자가 5,769명, 3년 만에 무려 1,135명이나 늘어났다”라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국가보훈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5.18 민주화운동 관련 보훈 대상자는 4,252명뿐입니다. 그로부터 3년 후로 추정되는 2017년 기준 4,377명이거든요. 그러니까 3년 만에 1,000명이 늘었다는 말은 말도 안 돼요.

[최욱] 93년 이전에 지정된 분들이 거의 70% 이상이라는 이야기를 제가 들었습니다.

[정준희] 기본적으로 이건 유공자가 갑자기 확 늘어나려면 둘 중의 하나잖아요. 그러니까 뭔가 이렇게 기준이 확 바뀌었거나 어떤 의도가 들어갔거나 이런 건데 기본적으로 기준을 세우는 것은 법이 만들어놓은 거기 때문에 현재 유공자에 관련된 ‘5.18 보상법’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들이라 이 법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면 기준이 확 바뀔 순 없는 거예요. 그러면 두 번째 심사위원회에 뭔가가 개입되는 어떤 식의 현상들인데 실제로 이건 2016년에 만들어진, 즉 기존 정부에서 만들어진 심사위원회이기 때문에 현 정부 들어와 갑자기 늘어나려고 할 수 있는 어떤 인적 개입의 여지가 없는 상태라는 겁니다. 이 부분이 확실히 체크가 되어야 하는 부분이고요. 저는 참 이게 비열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을 어쩜 이렇게 비열할까. 예전에 세월호 때도 이른바 시체 장사한다 그러고 보상금 장사한다 그러고. 그다음에 단원고 졸업생들 대학에 공짜로 들어가게 해준다라든가 이런 식의 이야기들을 함으로써 사람들을 자극했고 실제로 그 때 일베 회원들이 무슨 폭식투쟁 벌이고 막 이랬잖아요.

[최욱] 맞아요.

[정준희]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게 저는 너무나 불행합니다.

[정세진] 유공자 명단은 사실 비공개가 원칙이잖아요.

[장부승] 유공자 명단 공개하라고 주장이 있는 것 같은데 유공자 명단이라는 건 원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고요. 또 실제로 법원에서도 ‘사생활침해 우려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그리고 5.18 유공자 명단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우리 국가유공자 명단도 원칙적으로는 비공개로 하는데 다만 독립유공자의 경우에는 기록상의 목적이라든가 이런 경우로 예외적으로 공개하는 경우도 있고 또 그런 상황이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무슨 비밀이 있어서 비밀리에 선정 과정에 외부 압력이 들어간다든가 그래서 이걸 뭐 감출 게 있어서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거나 그런 건 사실이 아닙니다.

[정세진] 일단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자유한국당 공청회 5.18 망언 파문을 비판했는데요. 옛날 80년대는 거의 주류 언론들은 지금 말하는 “폭동이다,” “난동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었죠.

[김언경] 그렇죠. 그러니까, 사실 그때 당시에는 광주 현장에 가서 제대로 된 취재를 해서 보도한 내용들은 없었고요, 거의. 그러니까 대부분 그냥 정부에서 발표하는 내용을 그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썼고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무참히 광주 시민들이 죽어가는 동안에 주류 언론들은 광주 상황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거나 보도하면 보도자료만 받아쓰는 이런 보도들. 그러다 보니까 ‘소요사태’로 폄하했고요. 대부분이 ‘폭동’, ‘난동’이라고 했어요. 심지어는 광주 마지막 도청 진압 있잖아요. 이것도 피해를 최소화한 계엄군을 칭송하는 그런 보도를 조선일보에서 내놨었습니다.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그렇게 단정하고 “계엄군들이 노력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최욱] 조선일보 당시의 기사 보면서 너무 화가 났었는데 조선일보 80년, 5월 25일. 7면 <김대중 기자 르포>입니다. 이 김대중이라는 이름이 현재 우리가 보도에서 보는 그 김대중, 같은 인물입니까?

[김언경] 네.

[최욱] “그 고개의 내리막길에 바리게이트가 쳐져 있고 그 동쪽 너머에 무정부 상태의 광주가 있다. 쓰러진 전주, 각목, 벽돌 등으로 쳐진 바리게이트 뒤에는 총을 든 난동자들이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난동자라고 표현을 했네요. 조선일보 80년 5월 25일(28일) 사설 <악몽을 씻고 일어서자>. “신중을 거듭했던 군의 노고를 우리는 잊지 않는다. 계엄군은 일반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극소화한 희생만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는데 성공했다”라고 적혀 있네요.
[김언경] 그런데 사실 조선일보에 대해서 이번에 모니터하면서도 다시 한번 예전 보도들을 찾아서 일부러 과거에 조선일보가 어떻게 보도했나를 막 찾아봤거든요. 그랬더니 분노가 올라오는 거예요. 왜냐하면 계속 진정성 있는 사과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요. 특히 2017년에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서 진상규명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잖아요. 그러자 칼럼을 내놨는데 선우정 칼럼이라고 이것은 논설위원 칼럼이에요. 제목이 <용서와 화해를 말할 때>라고 해서 ‘왜 지금 다 끝난 일을 다시 꺼내 들어서 분란을 자초하냐?’는 식의 그런 칼럼을 내놨거든요.

[정세진] 선우정 칼럼 기사 내용 조금 더 읽어드릴게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시대의 문제로 다시 부상했다.” “한국현대사에서 5.18만큼 명백히 자리매김한 사건은 드물다. 진상규명도 이루어졌다.” “물론 작년 말 발견돼 문제가 된 광주 금난로 빌딩의 총탄 자국은 당시 규명되지 않았다. 필요하면 그 부분만 검증하면 된다. 그런데 대통령은 발포의 진상 전체를 밝혀내겠다고 했다.” “20년 전 단죄는 물론 사법적 용서까지 끝낸 사안이 역사 영역에서 현실의 쟁점으로 부활한 것이다.” 이런 내용을 실었습니다.

[최욱] 이건 좀 화가 나네요.

[김언경] 이렇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조선일보가 과연 한국당의 망언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세게 그렇게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준희] 보수 언론의 보수적 가치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보수적 가치가 지켜야 할 가치의 핵심 내용들이 중요한 건데 자신들이 했었던 과거에 폭압적인 국가 체제에 실질적으로 상당 부분 부역했던 그런 식의 일들에 대한 명백한 반성과 사과 없이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지 못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이것이 보수 언론을 자처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심각한 장애가 된다는 거예요. 이 부분은 정당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제대로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저는 이게 상당히 불행의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최욱] “과오를 끊어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과오를 끊어내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끊을 의지가 없는 건지 아니면 과오라고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닌지. 그런 좋지 않은 생각들이 자꾸 저를 지배하네요.

[정준희] 날카로운 지적이에요. 그러니까 그렇게 헷갈리게 만드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게. 보통 사람들이 만약에 아주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면 명확하게 끊어 냈다라는 판단이 들면 더 이상 그 문제가 문제 삼아지지 않는데 말 그대로 ‘갈 지(之)’자 행보를 보이는 거죠. 어떨 때는 되게 모호한 행보를 보이고 어떨 때는 거꾸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그런 태도까지 보이는 게 현재의 공당과 언론에서 나타나고 있는 그런 현상들이잖아요. 저는 그래서 끊어내지 못한 거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 지금 질문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정세진] 자유한국당 5.18 관련 공청회 망언 파문에 대한 보도 내용 짚어보는 시간 가져봤습니다.

[정세진] 지난달 28일부터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뉴스타파가 로비스트 박수환 씨의 문자 파일을 입수해서 언론과 기업의 부적절한 공생 관계의 실태를 폭로하는 연속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파장이 커지고 있는데요.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두 번째 순서는 이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와 함께 이 내용 집중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한상진] 안녕하세요?

[최욱] 어서 오십시오.

[한상진] 반갑습니다.

[최욱] 제가 보도를 봤는데 굉장히 고생 많이 하신 것 같더라고요. 물론 본인보다 후배가 고생 많이 한 것 같던데. 양진호 회장 건은 흥행 대성공했는데 이거는 그거에 못 미치는 것 같아서 조금 서운할 것 같아요.

[한상진] (웃음) 시작부터 이렇게 질문을.

[최욱] 궁금하더라고요. 좀 아쉬움이 없는지.

[한상진] 그런데 사실 저희가 이번 보도 준비를 하면서 사실은 저희 보도를 타 매체에 서 많이 인용 보도를 한다거나 굉장히 사회적으로 화제가 된다거나 그러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어요.

[최욱] 그래요?

[한상진] 워낙 언론 내부에 보이지 않는 카르텔(cartel: 같은 업종의 기업들이 경쟁을 피하거나 경쟁의 강도를 낮추기 위해 가격과 생산량 등에 대해 협정을 맺고 담합하는 독점 형태)이 좀 있고 또 그것이 워낙에 공고하게 작용을 하고 있고, 이게 또 자유로운 언론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아마도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양식 있는 시민들을 믿겠다 이런 정도의 생각입니다.

[정준희] 다른 언론들이 당연히 안 받을 아이템이고요.

[최욱] 그래요?

[정준희] 확산되기가 상당히 어렵고요. 대신 또 한 가지가 지난번에 장충기 문자 건과 비슷해 보이잖아요. 뭐 본질에 있어서 유사성이 있긴 합니다만 사실은 그거보다 더 깊은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게 잘 안 알려진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그 얘기를 많이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부승] 볼 사람은 많이 봤어요.

[정세진] 장부승 교수님 굉장히 분노...

[장부승] 또 뉴스타파 이번 박수환 문자 보도 같은 게 용각산(기침·가래 치료약)같은 보도예요. 소리는 안 나지만 효과는 있는.

[최욱] 참, 올드(old)한 비유입니다.

[정준희] 모처럼 한 비유인데.

[김언경] 그 광고를 사람들이 모를 것 같은데.

[최욱] 올드하네요.

[장부승] 은연 중에 제 세대가 이렇게 드러나 버리는 실수를 저질러버렸네요.

[정세진] 일단 뉴스타파가 입수한 박수환 문자 파일은 2013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의 자 내용이고요. 이 내용에서 뉴스타파가 보도한 내용 중에는 언론인들의 자녀 취업 청탁 그리고 국가의 명품 및 금품 수수, 기사 거래, 박수환 대표 말 한마디에 기사 삭제가 이루어진 정황, 이런 것들이 드러났습니다. 박수환 대표는 이미 2016년에 한번 언급이 됐던 인물이죠. 지금 구속 수감 중으로 알고 있는데요. 대우조선해양 경영비리 연루 사건이 터졌을 때 송희영 당시 조선일보 주필과 대우조건해양과의 유착 관계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인물로 밝혀졌습니다. 이 박수환 씨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죠.

[한상진] 겉으로는 홍보대행사를 운영하시는 분으로 되어 있는데 이분이 회사를 설립한 게 90년대예요. 그리고 이제 이 분의 회사가 급성장하게 된 게 IMF 경 제위기 때였는데 IMF 경제 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외국계의 기업들이 한국에 대거 진출을 하게 되죠. 한국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계 기업들이 자신들의 회사를 홍보하고 국내에서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 전문가를 찾는데 예를 들어서 SC제일은행이라든가 이런 곳들이 고객사로 들어와 있었고 그 이후에 점점 국내 기업들로 범위가 넓어지는. 그런데 그 중심에 조선일보가 있었고 1등 신문인 조선일보가 있었고 그 조선일보가 든든하게 뒷받침을 해주면서 박수환 씨가 급성장을 하게 됐다 이렇게 판단이 되더라고요.

[장부승] 제가 이번에 뉴스타파 보도된 것들 다 보고 경악했어요. 놀라서. 지난번에 송희영 주필 사건이 원자폭탄이라면 이번 사건은 거의 수소폭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놀라서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느끼나 싶어서 현직 기자들 제가 아는 사람들 5명이랑 이야기를 해봤는데 그럴 줄 알았다, 내지는 올 것이 왔다, 터질 줄 알았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한상진] 박수환 문자를 보면 하나의 특징이 보여요. 특징이 보이는 게 박수환 씨가 언론을 관리하는 방식이 어떤 일정한 패턴, 규칙 같은 게 보이는데요. 자신을 중심으로 인맥을 그물망처럼 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자기가 A라는 언론인을 알게 되면 그 사람과 기업인 B를 연결을 시켜주고 또 A와 B의 연결고리에 C를 갖다 붙이고 그 과정에서 법조인이 갖다 붙고. 그리고 뭐 관료가 또 붙고. 이런 식으로 해서 나중에는 이 사람, 박수환 씨가 그동안 문자에서 확인된 것만으로도 박수환을 통해서 알게 된 사람들의 인맥 지도를 그려보면 약간 그물망 같은 형태. 그런데 이 그물망들을 이용해서 어떤 기사의 거래나 청탁으로 이어지는 흔적들도 나오게 되고요. 굉장히 오랜 시간을 두고 또 공을 들여가면서 사실상 자신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먹이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식으로 언론을 관리했다.

[최욱] 제가 이번 보도 보면서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점이, 굉장히 의미 있는 보도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개인의 휴대전화 안에 있는 문자를 공개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게 과연 괜찮은 건지 살짝 걱정도 되고 의문도 들더라고요.

[한상진] 사실 박수환 문자 처음에 저희가 입수를 해서 분석을 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게 바로 그 점이었는데.

[최욱] 그렇습니까?

[한상진] 사실은 저희가 입수한 박수환 문자가 3만 건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게 그중에 거의 한 8, 90% 정도는 개인적인 문자들이죠.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공익적 가치가 있는 문자 내용은 사실은 극소수였어요. 어쨌든 이게 기업과 언론 간의 부적절한 관계, 그리고 상식을 벗어나는 공생 관계를 보여주는 것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에 그리고 당연히 저희는 공익적인 의미에서 보도 가치가 있다고 봤고. 다만 그 공익적인 가치를 부여해줄 수 없는 다른 문자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저희가 보도에 차단을 했고. 그래서 저희가 보도하는 내용들을 보시면서 굉장히 충격받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은 저희가 더할 수 없을 정도로 보수적인 시각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세진] 그러면 일단 뉴스타파가 취재한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고위 언론인의 자녀 채용 청탁 의혹입니다. 이학영 한국일보 논설 실장 또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가 박수환 대표를 통해서 자신들의 자녀를 대기업 인턴에 취업시킨 정황이 드러났다, 이런 보도였습니다.

뉴스타파 보도 요약 / 박수환에게 자녀 인턴 채용 청탁을 부탁하는 고위 언론인

(박수환/뉴스컴 대표 - 부사장님 한국경제 이학영 편집국장님 딸 인턴 가능하셔요?)

(황지나/GM 부사장 - 전화통화했구요 인사부통해 정식인턴으로 채용하게 되어 동기인턴들과의 교류도 있을거에요. 형식적인 면접이 간단히 있을 예정이고 모든 절차는 선채용 후면접으로 하기로 했답니다.)

[강현석] 딸의 인턴 채용이 확정되자 이번에 이학영 실장이 박수환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열렬 감사드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박수환 - 국장님 OO 월요일부터 GM으로 출근합니다.)

(이학영/한국경제 논설실장 – 열렬 감사드립니다!!!)

(이학영 - 부끄 & 쑥스 (이모티콘))

[강현석] 2014년 11월 박수환 대표가 한국GM 측과 주고받은 또 다른 문자. 여기엔 조선일보 고위간부의 인사 청탁 정황이 들어있습니다.

(황지나 – 사장님 송의달 부장님 따님의 이력서가 급히 필요합니다. 회사의 동계인턴 프로세스에 넣으려면 담주에 인터뷰 진행해야 되고 본인이 우리 채용 싸이트에 가서 본인등록도 필요하답니다.)

(박수환 - 부장님 따님 오늘 만났습니다 GM에서 여러 기지 일 많이 경함하고 있네요^)

(송의달 - 예. 깊이 감사합니다. 얘기 들었습니다. 연락 드릴께요^^)

[한상진] 자세히 설명을 드리면 말씀하신 대로 이학영 한국경제 논설 실장과 송의달 에디터입니다. 이 두 분은 직급에서 보셔도 알겠지만 그 언론사의 최고위층 인사들이세요. 그런데 이 두 분의 딸이 한국GM의 인턴 채용이 되는데 정상적으로 원서를 내고 서류 전형, 면접을 거쳐서 입사를 했다면 아무 문제가 될 게 없죠. 그 과정에서 약간의 편의를 봐줬다면 그건 알 수도 없을 것이고. 그런데 이분들은 공통적으로 서류 접수 마감일이 끝났거나 아니면 전형 절차가 다 끝난 상태에서 서류가 들어가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박수환 씨와 한국GM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력서를 받아서 자기들이. 그래서 이 문자에 보면 “선(先) 채용, 후(後) 면접”이라는 단어가 등장을 해요. 제가 그 단어를 보면서 굉장히 흥분을 했었는데.

[정세진] 선 채용, 후 면접.

[한상진] 선 채용, 후 면접입니다. 그러니까 일단 앞뒤 안 가리고 일단 채용해 놓고 면접, 그러니까 형식적인 면접 절차는 나중에 하는 식이죠.

[정세진] 다른 인턴들은 이렇게 안 뽑은 거죠 그러면?

[한상진] 한국GM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자기들이 그동안 채용 공고를 했었던 히스토리(history: 여기서는 과거 채용 공고 사례의 기록이란 의미)가 다 나와 있습니다. 인턴 뿐만이 아니라 정규직 채용, 모든 것들이 다 있는데요. 저희가 다 맞춰봤어요. 이 분들의 딸들이 채용이 되는 과정들과 인턴 채용 공고 내용을 맞춰봤는데 하나도 맞지 않았고요.

[정세진] 취업 청탁 의혹과 관련된 문자 내용 중에 등장했던 이학영 논설실장은 자신의 입장 표명을 이렇게 했습니다. “내 아이가 인턴도 못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고 채용을 부탁할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입장을 밝혔는데 인턴이니까 괜찮고 이건 취업 청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지.

[장부승] 언론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계신 분께서 이 절차의 중요성에 대해서 경시하는 듯한 말씀을 하시는 게 상당히 안타깝더라고요. 우리가 이미 2010년도에 현직 장관의 딸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채용돼서 엄청난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됐던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때 우리가 한번 경종을 들었던 거거든요. 이게 단순히 능력의 문제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이 다 봤을 때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한 절차를 거쳤느냐가 그 능력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2010년도에 그 사건 이후로 상당히 우리 사회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게 나만의 생각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보도를 보는데.

[최욱] 진짜 화가 나는 건 이학영 씨가 이번 일로 “본인 아이가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를 한단 말이죠. 그런데 이 보도를 통해서 정말 수없이 많은 자녀들이 다 상처 받고 있는 거거든요. 왜 그거는 생각하지 못하는지 가장 화가 나는 대목이었습니다.

[한상진] 이학영 씨 같은 경우는 사실은 그거보다 더 화가 나는 건 한국GM 노조에서 채용 비리 문제가 터졌을 때 이분이 칼럼을 써요. “비리의 끝판왕을 보여줬다”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본인이 그런 칼럼을 썼던 사람이에요. 저희가 인터뷰를 할 때도 본인이 썼던 그 칼럼의 내용과 본인 딸이 부당한 방법으로 한국GM의 인턴에 입사한 것을 두고 어떤 생각을 물어봤을 때 이분이 저희에게 했었던 말은 “아버지로서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는 거였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같은 언론인끼리 왜 이러느냐”라는 식이었어요. 이 분 이야기만 나오면 제가 흥분을 해서. 너무 화가 나서.

[김언경] 그런데 저는 송의달 에디터의 답변이 사실 더 황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이학영 논설위원은 사실은 ‘인정은 하면서 봐달라.’는 쪽으로 제가 보기는 그런 멘트였거든요. 그런데 송의달 에디터 같은 경우에는 “이게 특혜 채용이라는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하고 이것은 “당연히 절차를 제대로 밟아서 인턴에 채용됐다”라고 하시니까 명백한 내용을 가지고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이 분의 입장은 어땠어요? 더 나온 게 있나요?

[한상진] 이 분은 저희 연락을 다 취재를 거부하셨기 때문에 추가된 답변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정세진] 다음 기자 내용 또 짚어볼까 하는데요. 이번에는 동아일보 사주인 김재호 사장과 박수환 대표의 문자 내용입니다. 의사의 처방 없이는 구입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뉴스타파 보도 요약 / 박수환을 통해 대량의 전문의약품을 받은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박수환 - 박수환입니다 동아제약 강정석 사장님께 사장님실로 직접 보내드리라고 했습니다 친전으로 해서 다른 사람이 뜯지 못하게요)

(김재호/동아일보·채널A 사장 - 헉... )

(김재호 - 이거 민망한데요~^^;)

(김재호 - 강 사장이 보내주셨는데 무지 많이 보내셨네요~^^; 주변에 쫙 뿌려야겠습니다~ 박사장님 혹시 필요하세요? )
(박수환 - 주변에 도움이 많이 필요한 남정네들한테 선물 하시와요 한국남자 사십대부터 도움 필요한 사람 많거든요... 또 필요하심 말씀 하시와요)

(김재호 – 넵~^^)

(박수환 - 외국에서 오신 연세 많으신 친척 분께 선물로 드릴꺼 라고 이미 얘기해 두었습니다 염려 마시와요 전문의약품이라 처방전 없이는 못 구하거든요 선수끼리는 confidentiality(극비)가 최우선입니다 오늘 중 비서실에 전달 될 겁니다)

(김재호 - 넵~^^ 감사합니다~^^)

(박수환 - U R welcome입니다)

[최욱] 그런데 이 사람들 문자 보면 상당히 일단 민망한데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왜 궁중 언어를 쓰는 거예요, 이분들은?

[김언경] 극존칭을 하는 거죠.

[최욱] 민망하더라고요. 저는.

[정준희] 친밀감의 표현 같은데요.

[최욱] 친밀감입니까? 오히려?

[정준희] 살짝 장난치듯이.

[최욱] 본인들이 하고 있는 이런 행동들의 어떤 민망함을 그렇게 덮는다.

[한상진] 박수환 씨가 자주 쓰는 표현 중에 하나가 “만세, 만세, 만만세!”

[정세진] 뭐죠?

[한상진] 본인이 기자들에게 뭘 청탁을 했을 때 그걸 들어주면 꼭 뒤에는 “만세 만세 만만세.” 혹은 “조선일보 만만세.” 이런 식의 표현이 많이 들어가는데 추임새다, 저는 이렇게 느꼈습니다.

[최욱] 응원 단장 출신입니까?

[정세진] 많은 사람이 참 궁금해하는 내용이기도 하고. 이거는 어떤 일들이 실제로 있었던 건가요?

[한상진] 저희가 이번에 박수환 문자를 보도하면서 제가 가장 많은 전화를 받았던 리포트입니다. 그런데 유튜브 조회수는 가장 나오지 않았는데 전화는 가장 많이 왔습니다. 질문이 다 똑같았는데 도대체 무슨 약이냐.

[최욱] 그게 안 나와요, 그게 어떤 약인지.

[한상진] 문자메시지에는 정확하게 동아제약이 제조한 OOOO 약이라는 약품명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저희가 약품명을 공개했을 때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이 더 생길 수 있다고 봤고. 그것보다는 더 중요한 건 의약품을 전달받은 것도 문제지만 그 의약품을 전달받은 바로 직후에 동아일보에 이 의약품을 제조했던 동아제약을 홍보하는 기사가 등장을 합니다. 그런데 이제 그 인터뷰 기사였는데 동아제약 사주 일가의 아들 인터뷰였는데 이 분이 조금 이따가 얼마 후에 회삿돈 횡령을 하고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러 이러한 이유로 구속 수감이 되는 분이에요. 저는 이제 이게 결국에는 이런 사주와의 관계가 기사거래로 이어진 흔적이 아니겠느냐고 저희는 강력하게 의심이 돼서 저희가 보도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정세진] 최욱 씨 기사 안으로 빨려 들어가겠어요.

[최욱] 진짜 기사가 딱 났네.

[정준희] 이런 거에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게 자꾸 건건(件件)으로 거래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을 하면 그러면 너무 명백히 그래 보이는데 사실 그렇다기보다는 평상시에 민원 해결들을 해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폭넓은 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중요할 때 문제해결들을 서로 해주는 그런 식으로 가게 되는 거죠.

[정세진]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 전문의약품 관련돼서는 어떤 입장인가요?

[한상진] 해명이 왔어요. 저희가 질의서를 보내고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인터뷰 요청은 거절을 했고 동아일보에서는 공식적으로 저희에게 답변이 왔는데 “전문의약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온 게 아니고 “전문의약품을 부적절한 방식으로 받은 적이 없다” 이렇게 왔어요. 그러니까 저희는 받은 건 맞는데 적절한 방식으로 받았다는 주장이다.

[정세진] 문제는 없는 거다.

[한상진] 저희는 이렇게, 그러면서 바로 “허위 사실이 보도가 되면 민형사상 조취를 취하겠다” 이런 식의 답변이 왔습니다.

[정세진] 그리고 고가 선물, 명품 선물, 금품 수수 비행기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뉴스타파 보도 요약 / 박수환에게 각종 금품을 받은 조선일보 기자들

[박경현] 2015년 6월. SPC그룹의 김 모 상무가 박수환에게 보낸 문자입니다. 송 기자와 딸의 미국 왕복항공권 티켓팅을 부탁하는 문자로 추정됩니다.

(김OO/당시 SPC 상무 - “Song Eui Dal 1963.12.OO, Song OOO OOO 1994.04.00”)
(김OO - 미국행 대한항공편으로 출발은 7월30일 인천발 워싱턴dc 도착 KE093(오전 10시30분), 귀국편 8월6일 뉴욕발 인천도착 KE 083(14시정각) 요망입니다^^)

[박경현] 2014년 9월. 강경희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은 박수환에게 에르메스 스카프를 전달받았습니다.

(박수환 -부장님 로비에 맡겨두었습니다 혹시 색상이나 싸이즈 바꾸시려면 신세계 본점 에르메스에 2주일 내에 교환 가능합니다. 따뜻한 겨울 나셔요 늘 고맙습니다 박수환 올림)

(강경희/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 - 허걱... 우리 사이에 뭔 이런 거한 선물을.... 하여튼 박사장님 주신 것이니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박수환 - 겨울에 그 스카프 하나면 훨씬 따뜻하게 지내실거여요 몸 건강하시옵소서)

[박경현] 2014년 2월. 박수환 대표와 만난 박은주 당시 조선일보 문화부장. 미국 연수를 앞두고 있던 그는 박 대표에게 전별금 명목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박수환 문자로 확인됐습니다.

(박은주/당시 조선일보 문화부장 - 2006년 이OO OOOO 사장님의 전별금이후 이런 거이 첨임니다. 너무 큰 배려에 쬐매 무섭습니다. 저희 부부가 신세져 죄송한 맘인데.. 거기 하나 더 얹게 됐네요. 감사합니다... 꾸벅!)

(박수환 - 아이구, 별말씀을요 식사 맛있게 하시옵소서 ㅋ)

(박은주 - 넵 두고두고 보답하겠슴다.. 건강 잘 챙기시구요)

[박경현] 이후 박수환 대표가 자신의 고객사가 개최하는 한 전시회에 소개 기사를 부탁하자.

(박은주 – http: 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4/28/2015042801419.html)

(박은주 - 사장님 기사클림하심 됩니다)

(박수환 - 성은이 막극히옵나이다)

[박경현] 뉴스컴이 특정 기업을 위해 언론인들에게 줄 선물 등을 준비한 뒤 비용을 해당 기업에 청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뉴스컴이 홍보대행은 물론 로비 대행까지 맡은 겁니다.

[한상진] 말씀드렸던 것처럼 문자에 너무나 많은 분들이 박수환과 주고받은 거래 흔적들이 있었는데 가장 보수적으로. 그리고 기사 거래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는 분들로만 저희가 세 분을 딱 선정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다 조선일보 기자들이었고요. 또 송의달 기자, 아까 딸 인턴 채용에도 관여했던 이런 인턴 채용도 부탁을 했었던 분이신데 이분 같은 경우에는 SPC 그룹, 파리바게트라는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죠. 우리나라 아마 제빵업계 1위 회사인데 이 회사로부터 부녀의 미국 왕복 비행기 티켓을 받은 흔적이 등장하고요. 그리고 이 티켓을 끊어주기 바로 직전에 한 달쯤 전에 파리바게트를 홍보하는 기사가 조선일보에 실립니다. 그런데 이 기사가 실리게 된 과정도 문자에 등장을 하는데 원래 조선일보에서는 이 기사를 싣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어요. 그런데 이제 이걸 송의달 씨가 나서서 밀어붙여서 기사가 실리게 된 거죠.

[정세진] 조선일보에서 원래 이 기사를 실으려고 하지는 않았는데 어떻게든 싣게 해줬다, 이게 어떻게 보면 핵심인 것 같은데요.

[한상진] 그렇죠.

[정세진] 그 기업 쪽에서도 조선일보에 꼭 실려야 한다는 그런 게 확실히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한상진] SPC 그룹 같은 경우에 보면 “조선일보가 아니면 의미 없다.”고 했다고 뉴스컴의 직원이 박수환에게 그런 문자를 보낸 것이 있는 것으로 봤을 때 기업들이 조선일보를 특별히 선호하는 경향들을 볼 수 있는 거고. 사실은 박수환 씨가 지금의 위치까지 클 수 있었던 데에는 ‘조선일보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조선일보에 기사를 실을 수 있는 정도의 힘. 그게 지금의 박수환를 만들었다. 이렇게 봐야 하는 거죠.

[정준희] 좀 더 추적을 해봐야 해요. 이 단 건으로 이와 같은 거래가 이루어졌을 거라고 짐작을 하기에는.

[한상진] 그렇죠.

[정준희] 거래 금액이나 이런 것도 굉장히 크기 때문에요. 이런 형식으로, 다른 호의적인 기사들이 배치가 된다거나 평상시에 어떤 이미지 관리를 한다거나 이런 것들의 의도들이 아마 있었을 겁니다.

[최욱] 궁금한 게 여기 기사 거래로 지목된 이 기사 보면 파리바게트의 신제품 홍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거 그냥 돈 주고 광고하면 되잖아요. 왜 이렇게 어렵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정준희] 광고보다 효과가 높은 게 기사형 광고거든요. 또 기사형 광고는 실제로 거래가 되려면 기사형 광고라고 붙어야 돼요. 그런데 기사 형식을 띄게 되면 훨씬 더 일반적인 평가처럼 느껴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요.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중앙, 동아, 파이낸셜뉴스 이런 게 비슷한 시기에 거의 동일한 기사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제목도 비슷해요. 이렇게 게으를 수가 있나 싶은 정돈데. <100% 프랑스 밀로 만들었어요>. <바게트 3종 출시>, 이게 거의.

[정세진] 광고해주시네요.

[정준희] 제가 사명은 안 밝혔습니다.

[최욱] 그러면 이건 기사성 광고도 아니고 그냥 기사인 거죠?

[김언경] 그냥 기사죠. 어떻게 보면 광고성 기사라고 봐요. 형이 아니고 광고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기사라고 우리가 말을 할 수 있죠. 그러니까 기사형 광고하고는 완전히 달라요.

[정세진] 강경희, 박은주, 송의달 기자의 입장은 어떻게 나왔나요?

[한상진] 일단은 송의달 기자 같은 경우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요. 박은주 기자 같은 경우는 “조선일보 경영진에 물어봐라, 뭐 경영지원실 같은 곳에 물어봐라. 나는 할 말이 없다.” 이런 거였고. 강경희 부장은 저희하고 직접 만났거든요. 만났는데 이분은 어쨌든 본인이 명품 선물을 받은 걸 인정을 했어요. 그런데 이제 재밌는 게 이분과 관련된 문자에 이분이 명품 선물을 한 번 받은 거로 되어 있는데 본인이 직접 두 번을 받았었고 그중에 한 번은 돌려줬다고 말씀을 하셨고요. 그리고 어쨌든 본인이 “이것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볼 때 문제가 있다고 지탄을 한다면 그 지탄 받겠다”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정세진] 박수환 대표의 로비 활동의 대가가 기사에 어떤 식으로 드러났는지도 짚어봤으면 합니다. “독자 의견으로 위장을 했다” 이런 보도들을 내놨는데요.

[한상진] 기업의 청탁을 독자 의견으로 바꿔서 내놓은 거였는데 이게 기고자는 분명히 있어요. 그러니까 이제 오피니언 란이 있죠. 조선일보 오피니언 란에 기고자가 있어서 그분이 기고를 했는데 사실은 그 기고문이 그 기고자가 쓴 게 아니고 특정 기업이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에 맞게 부탁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기사를 써서 기고자의 이름을 달아서 내는 형태였었고요. 이거는 사실은 편집권 자체를 박수환 씨에게 내줬다고 볼 수밖에 없는 사례라서 굉장히 심각한 사례로 봤고, 저희가. 그리고 두 번째 케이스는 기명 칼럼이 있지 않습니까? 또 오피니언 란에. 박수환과 관계를 맺고 있는 조선일보 기자들이 보통 고위급들이다 보니까 보통 기명 칼럼을 쓰는데 이 기명 칼럼을 아예 박수환 씨가 작성을 해서 그 기자에게 넘겨주고 그 기명 칼럼을 받아서 그 기사를 받아서 기재를 하는 거죠. 이게 도대체 정상적인 언론 활동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이것도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이걸 해명을 저희가 요구를 했어요. 왜 본인이 쓰지도 않는 걸 기업의 부탁을 받고 기명 칼럼을 썼느냐고 했을 때 이분들은 문제의식이 없어 보였어요, 저는 그게 더 충격이었는데 이분들은 뭐라 그러냐면 “그 칼럼 내용이 내가 동의하는 바다”라는 거예요.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나는 실었고 그래서 이게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오히려 반문을 하는. 더 이상 질문할 가치를 못 느낄 정도.

[정세진] 기사 내용 몇 개만 더 짚어드릴게요. 김영수 대표의 칼럼 조선일보였는데 <크라운 베이커리와 군산 이성당의 차이점>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파리바게트 빵이 싸고 맛있어서 자주 이용한다. 특히 얼마 전 나온 무설탕 식빵을 좋아한다.” “동반성장이나 공정거래가 제빵이나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를 자꾸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참 한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내용이 들어갔었고. 또 조선일보 2014년 9월 9일자 “박근혜 정부는 규제와의 전쟁을 선언할 때 타도 대상을 잘못 선택했다. 규제보다 규제를 양산하는 기관부터 기억해야 했다.” “이 규제는 한마디로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외국계 기업에 특혜를 주고 카페베네와 파리바게트와 같은 국내 기업은 망하게 하는 규제다.” 또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김영수 대표 칼럼 “회장이 구속된 한화, CJ도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못하고 있다. 회장이 구속된 순간부터 신규 사업이나 투자 확대는 꿈도 못 꾼다.” 이런 내용을 실었습니다.

[한상진] CJ의 이재현 회장이 구속되던 시기에 CJ그룹은 박수환 대표의 고객사였습니다.

[정세진] 조선일보 내부에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사실 쏟아져 나왔죠. 내부 익명 게시판에. 그 내용도 조금 짚어볼까요?

[김언경] 조선일보 기자들의 익명 게시판 앱이 있는데요. 블라인드에 박수환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은 임원들을 향해서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가 여러 가지로 이렇게 올라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선일보 노조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는데요. 지난 1월 31일자 노보를 통해서 “자사 간부들의 금품 수수 의혹에 유감을 표명함”과 동시에 “노조는 회사의 엄정한 조사와 이에 따른 징계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최욱] 오늘도 어쩌다 보니까 조선일보 특집이 되어버렸어요. 유독 조선일보가 많이 거론되는 이유가 있습니까?

[한상진] 저희가 이번 취재를 하면서 금품을 받았던 기자, 딸 인사 청탁을 한 기자, 그리고 기사 거래를 한 기자들, 어떤 기자들도 막론하고 똑같이 하는 말이 있어요. 뭐라 그러냐면 “취재원을 사귀고 취재원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라는 걸 이해해달라”라는 거예요. 그리고 “너도 기자니까 너도 그런 게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거예요. 그런데 저희는 사실 취재를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까지 부적절한 방식으로 취재를 하고 취재원을 만나고 관계를 맺지 않아도 훨씬 더 좋은 기사를 그리고 훨씬 더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당신들이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제가 꼭 하고 싶었고 저희가 그 내용도 기사에 지금 충실히 담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최욱] 영향력 있는 언론사는 더 이런 유혹에 빠지기가 쉽긴 하겠죠?

[한상진] 그렇겠죠, 아무래도.

[최욱]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이번에 제가 조금 느꼈어요. 지면에 제 이름이 실렸는데 많은 어르신분들이 연락이 왔습니다. 평소에 연락 끊겼던 분들이. “야야, 그렇게 살지 마라”라고 하면서 저를 호되게 혼내더라고요. 영향력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김언경] 그런데 이번 사태는 사실 언론 감시를 하고 있는 단체 입장에서는 정말로 엄청난 사건이거든요. 왜냐하면 국민들에게 그동안 우리는 많은 언론의 문제를 이야기를 할 때 마치 어떤 정치적인 이슈에서 편파적인 것들, 이런 것들이 가장 큰 문제인 것처럼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더 큰 문제는 저는 이 돈 받고 기사 쓰는 것. 돈 받고 여론 조작하는 거. 이게 가장 나쁘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굉장히 저희가 중점적으로 감시해야 할 내용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는데 아주 구체적인 사례들이 굉장히 많이 나온 사건이어서요. 꼭 조선일보뿐만 아니고 다른 언론사들도 비슷한 일들이 굉장히 많이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일을 계기로 굉장히 우리가 이 사안을 집중해서 지적하고 성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을 하는데 보도량이 정말 너무 없어요, 없기는. 그러니까 9개 일간지 지면신문을 보니까 관련 기사가 단 한 줄도 실리지 않았고요.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의 보도량을 봐도 사실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보도가 없어요. 아예.

[한상진] 우리 언론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자화상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기록을 남기는데 어쨌든 의미있는 작업을 했다는 자부심이 좀 있고요. 이 문자를 바탕으로 저희가 앞으로도 언론과 기업의 부적절한 공생에 대해서 저희가 끝까지 추적을 해서 보도를 하겠습니다.

[정세진]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취재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상진] 감사합니다.

[정세진]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1TV, myK, pooq,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바꿀 수 있습니다. 저희는 다음 주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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