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세입자] "전세금 돌려달라" 늘어나는 주택임대차 분쟁

입력 2019. 2. 17. 10:01 수정 2019. 2. 1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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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접수 건 71%가 '전세금 반환'..서울도 늘어
임대인 불응시 조정절차 성립 안돼 '무용지물'..제도 보완 필요
서울의 아파트 주택가 [연합뉴스=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 1.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해 6월로 전세만기가 끝났는데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 1억5천만원을 받지 못해 속이 탄다.

집주인이 은행 대출이 막혀 보증금을 내줄 돈이 없다며 전세가 나갈 때까지 6개월간 보증금 반환을 늦춰달라고 사정해 작년 말까지 반년을 기다렸는데 전세도 빠지지 않고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

참다못한 A씨는 지난달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냈다. 조정 결과 집주인은 올해 6월 말까지 전세보증금을 반드시 반환하되 그때까지 세입자 A씨에게 보증금 반환 지연에 따른 연 5%의 지연손해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A씨는 올해 6월까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조서를 바탕으로 해당 집을 경매에 넘길 예정이다.

# 2.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임차인 B씨는 지난해 12월 전세계약이 만료됐으나 보증금 6천만원을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여유가 없다며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조만간 이사를 가야 하는 B씨는 곧바로 올해 1월 임대차 분쟁조정을 신청했고, 조정을 통해 늦어도 올해 4월까지 보증금을 돌려받되 그때까지 연 10%의 지연이자를 받기로 했다.

최근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 위험이 커지면서 세입자와 집주인간 전세 보증금 반환 분쟁이 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는 임차인들의 상담 문의와 전세금 반환과 관련한 조정 신청이 부쩍 증가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고통받는 세입자들이 선택하는 '보증금 찾기' 방편이다.

◇ 서울 임대차조정신청 76%가 '보증금 반환' 요청

17일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위원회에 총 2천515건의 분쟁 조정이 접수됐는데 이 가운데 71.6%인 1천801건이 전세 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분쟁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보증금을 제때 못받고 있어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게 해달라는 조정신청이 10건중 7건을 넘는 셈이다.

이는 유지·수선보수(201건)나 계약갱신 문제(143건)나 손해배상(156건) 등의 다른 분쟁 사례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주택임대차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률 전문가들이 조사를 거쳐 합리적으로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임차인과 임대인은 상호 합의한 조정 결정을 따라야 하고, 조정 결과에 집행력이 부여돼 상호 조정 결과를 이행하지 않으면 별도의 민사소송을 거치치 않고도 세입자가 집을 경매에 넘기는 등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지방 지역산업 침체와 입주 물량 증가, 정부의 9·13대책 등으로 지방에 이어 서울·수도권에서도 매매·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며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분쟁 상담과 조정신청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1월 공단에 접수된 주택임대차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총 260건으로 작년 1월(231건)보다 12.6%(29건)가 증가했다. 지난해 12월의 240건에 비해서도 20건이 늘었다.

특히 서울지역의 주택보증금 반환분쟁 증가가 눈에 띈다.

작년 1월 조정위원회 서울지부로 접수된 건수는 총 70건으로, 이 가운데 62%(44건)가 보증금 반환 분쟁이었다면 올해 1월에는 그 비중이 76%로 늘었다.

전체 88건중 67건이 전세보증금을 만기에 돌려받지 못해 반환 중재를 요청해온 것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전세 만기가 지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답답한 심정으로 찾아오는 세입자들이 대부분"이라며 "압도적인 증가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전셋값이 하락하고 임대차 순환이 삐걱거리면서 분쟁조정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방 자치단체가 자체 운영하는 임대차분쟁 조정위원회에도 분쟁조정 상담과 신청이 늘고 있다.

2016년 9월부터 임대차 분쟁조정을 시작한 서울시의 경우 2017년 총 75건의 분쟁조정 신청을 받아 24건의 조정성립이 이뤄졌는데 지난해에는 접수 건수가 97건으로 전년보다 30% 가까이 늘었고 조정 실적도 37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 1월 한 달 동안에도 총 11건의 분쟁 조정신청이 접수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식 분쟁조정 신청 전에 임대차 상담을 받으려는 문의 전화도 증가했다"며 "올해 서울의 전셋값 하락이 계속될 경우 개소 이래 최대 수준의 조정 요청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임대인 불응시 무용지물" 맹점…제도 보완해야

그러나 현행 임대차분쟁조정에는 제도적인 맹점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는 세입자가 조정신청을 해도 집주인이 조정절차에 응하지 않거나 의사 통지를 하지 않는 경우 신청이 자동 기각된다. 집주인이 조정을 거부하면 무용지물인 것이다.

급급한 부동산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10일 서울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최근 집값과 전셋값 하락으로 '전세부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집을 팔아도 보증금에 모자란 '깡통전세'마저 나타났다. 2019.2.10

지난해 대한법률구조공단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2천515건 가운데 실제 조정이 이뤄진 경우는 1천125건으로 44.7%에 그치고 있다.

조정 요건에 맞지 않거나 전화 상담 과정에서 세입자가 직접 조정을 취한 취하하기도 하지만 집주인이 조정에 응하지 않아 기각된 경우도 많다는 게 분쟁조정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 등은 지난 2016년 9월 임차인의 조정 신청이 있으면 임대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조정절차가 개시될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2년이 넘도록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해당 상임위(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서는 현재 조정 결과에 사실상의 집행력이 부여되지만 이에 더해 기판력(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부여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김현아 의원은 "임대차분쟁조정위의 취지는 좋지만 임대인이 고의로 조정에 불응하면 의미가 없다"며 "최근 지방은 물론 수도권으로 역전세난이 확산하며 임대차 분쟁도 늘어나는 만큼 세입자 보호를 위해 임대차분쟁조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의 규모도 늘려야 한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2015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따라 지난 2017년 5월 말 서울에서 처음 출범한 뒤 현재 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총 6곳에 설치돼 운영 중이다.

그러나 홍보 부족으로 아직 위원회의 존재를 모르는 국민들이 많은 데다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6곳밖에 없어 이용이 쉽지 않다.

지방 일부 지역의 경우 역전세난과 깡통전세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데도 조정신청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 이유다.

지방 광역시·특별자치도 등에도 자체 실정에 따라 분쟁조정위원회를 병행 설치, 운영할 수 있으나 현재 서울과 경기도 외에 지방 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없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강원도 거주자가 임대차 분쟁을 해결하려고 서울까지 오가는 것은 너무 멀고 오히려 심리적인 문턱만 높이는 격"이라며 "지방에서는 깡통주택, 깡통전세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쟁조정위원회를 확대 개편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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