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 안 보는 자 내게 돌을 던져라".. 불법 성인사이트 규제 반대 촛불집회
‘정부, 성인사이트 차단 정책 반대’ 촛불집회
"바바리맨 잡겠다고 바바리 못 입게 하지마라"
정부 차단책 "실효성 없다"… 인터넷 검열 논란도
‘규제’ 찬반 엇갈려…"과도하다" vs "필요하다"
‘야동(야한 동영상) 볼 권리'를 주장하는 집회가 16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불법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을 강화한 데 대해 일부 남성들이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항의에 나선 것이다.
이날 시위에는 약 50명의 남성들과 여성 1명이 참가했다. 시위는 한명씩 나와 자유발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야동차단 내걸고 내 접속기록 보겠다고?" "바바리맨 잡겠다고 바바리 못입게 하는 건 부당하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정부의 인터넷 사이트 차단·검열 반대’를 외쳤다.
이번 규제를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도 이날 21만명을 돌파했다. 청원 참여인원이 20만명을 넘으면 청와대는 답변을 해야한다. 시위를 주최한 유튜버 크리에이터(방송진행자) 박찬우(31)씨는 "불법 촬영물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막무가내로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은 잘못됐다"고 했다.
◇ ‘URL→DNS→SNI’ 나올때마다 뚫리는 차단책… 검열 논란도
이번 집회는 지난 11일 방통위가 해외 성인·도박 사이트 800여 곳의 접속을 차단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방통위의 심의를 거쳐 해외 성인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다. 특정 웹사이트 주소(URL)에 대해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주소창에 ‘http’ 대신 보안접속에 해당하는 ‘https’를 입력하면 컴퓨터를 모르는 일반인도 차단된 웹사이트를 손쉽게 접속할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졌다. 이에 지난해 10월 정부는 ‘도메인네임서비스(DNS)차단’ 방식을 도입했지만, 이 기술도 DNS 주소 변경 등으로 우회하면 차단을 피할 수 있었다.
최근 ‘리벤지 포르노’ 등 불법 촬영물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방통위는 기존 URL, DNS 방식보다 더 강력한 ‘SNI(Server Name Indication) 차단 방식’을 도입했다. 접속하는 주소가 다르더라도, 정부가 심의한 차단 대상 사이트와 국내에서 접속하려는 사이트의 서버 이름이 같으면 접속을 강제 차단하는 방식이다.
만약 사용자가 차단된 불법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하면, 해당 사이트는 화면이 블랙아웃(암전) 상태로 표시된다. KT는 지난 11일부터 당국의 요청에 따라 SNI필드차단 방식을 이용해 불법 유해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 하지만 정책 시행 수시간만에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SNI 차단 우회 방법이 공유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SNI 차단방식과 관련해 인터넷 검열을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화이트해커 김모(43)씨는 "SNI는 송수신하는 패킷을 수집해 차단하는 방식으로 누가 언제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는 등의 정보를 알 수 있다"며 "특정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손쉽게 SNI 차단을 우회할 수 있어, 사실상 의미가 없는 차단 정책인 것 같다"고 했다.
◇ 야동 볼 권리 달라 VS 여성 생명이 달린 문제
정부가 잇따라 야동이 포함된 웹사이트에 대한 규제에 나서자, 이를 두고 일부 남성 사이에서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제작된 야동까지 막는 건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음란물을 제작·배포·판매하는 것은 위법이지만, 개인이 보는 것은 처벌할 근거가 없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인이 마음대로 포르노도 못 보는 독재국가가 어딨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16일 기준 3971명이 동의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남우석(24)씨는 "헌법에 국민은 사생활 자유, 통신 자유를 침해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해 있다"며 "리벤지 포르노는 충분히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만 잡으면 되는데 야동 전부를 때려잡는 것은 위헌"이라고 했다. 직장인 오진석(38)씨는 "성인이 성인물 보는 게 뭐가 잘못됐다고 죄다 차단하는지 모르겠다"며 "무슨 중국의 사전검열도 아니고, 벌레 잡겠다고 산을 다 태우는 정책 같다"고 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9금(禁) 사이트는 19세 이하에게만 금지하면 된다"면서 "단순 성인사이트까지 막는 것은 성인의 자유 제약"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여성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불법 촬영물의 유통·확산 등을 막는 방법"이란 것이다. 직장인 장효주(26)씨는 "남성에게는 고작 야동을 보냐 못보냐 문제겠지만 피해 여성에게는 생명이 달린 문제"라며 "불법 사이트 접근을 막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지속되자 방통위는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합법적 성인 영상물이 아닌 불법 촬영물을 유통하는 해외 사이트만 차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리아 한국사이버성폭력 대응센터 사무국장은 "한국에는 등급심의를 받은 합법 포르노가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포르노가 차단된 것이 아니라, 불법 영상물이 올라온 사이트들이 차단되는 것"이라며 "이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공지했듯, 차단 사이트에 대한 심의는 철저하게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지 않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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