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양팔 묶고 '십자가형' 구타.."힘든데 왜 자퇴 안 했나"

신정연 입력 2019. 2. 15. 20:36 수정 2019. 2. 15.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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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종교 재단이 운영하는 미인가 대안학교에서 한 학생이 친구와 선배들로부터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십자가형'이라는 가혹 행위와 성적 학대, 물고문까지 겪었다는 피해 학생.

현재 정신적인 후유증까지 겪고 있는데, 해당 학교는 오히려 피해 학생을 나무라고 있습니다.

신정연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2년 전 중학교를 졸업한 김 모 군은 한 종교 재단이 운영하는 기술 교육 기숙학원에 입학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만 외출이 허용되는 폐쇄적인 숙소 생활.

왜소한 체격의 김 군은 금세 선배들의 표적이 됐습니다.

[김 모 군/피해학생] "목을 졸랐고 주먹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렸고, 너무 두렵고 무서웠어요."

김 군은 일명 십자가형을 당했는데, 양팔을 이층 침대 틀에 묶어 놓고 마구 때리는 겁니다.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의 폭행이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확인된 십자가형만 최소 다섯 차례.

[가해학생 A군] "때린 게 끝이에요." (팔 벌려서 묶어놓고 그렇지?) "네, 팔에 벨트해 가지고 그냥 때렸어요."

가해자들은 전통처럼 내려오던 방식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가해학생 B군] "(십자가형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예전에 형들이 말해줬었는데, 그런 게 있었다고."

물고문도 이뤄졌습니다.

[김 모 군/피해학생] "숨이 차고, 막 머리를 짓누르고, 구토도 해서 너무 무섭고."

빨래를 하나만 넣고 탈수기를 돌렸다는 이유였습니다.

수치심을 일으키는 성희롱 행위를 강제로 시키고 동영상으로 찍어 유포하기도 했습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폭행이 2년 동안 이어졌지만, 24시간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교사들은 지난해 10월에야 처음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그나마도 부모에겐 즉시 알리지 않았습니다.

[OO 기술원 교사] "왜 맞았는지,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런 것들을 파악을 해야 되기 때문에 바로 말씀을 못 드렸던 거죠."

'가슴이 아파 숨을 못 쉬겠다'는 아이의 전화를 받고서야 진상을 알게 된 부모는 학교 측이 축소와 은폐에만 급급했다며 분노했습니다.

[피해학생 어머니] "(원장 목사가) 언론에 나가지 않도록, 임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까 이걸 좀 묻어주면 좋겠다고…"

피해 학생은 골절 등 신체적 상해 외에도, 최근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정신 발육 지연 등 정신적 후유증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피해학생 아버지] "아이 얼굴을 똑바로 못 쳐다보겠어요. 걔가 그렇게 당하면서 고통스러워했던 게 자꾸 환영이 떠올라서."

하지만 대안학교 측은 피해가 과장됐다고 주장합니다.

[OO기술원 교사] "그렇게 힘들었는데 왜 그만 안 뒀을까요, 피해자가. 그런 폭력에 어느 학생이 견딜 수가 있겠어요. 벌써 자퇴를 하거나 심각한 우울증이랄지, 아니면 자살을 한다든지."

이 기숙학원은 인성과 기술을 함께 가르치는 기계기능 전문 교육기관이라며 40년 넘게 해마다 신입생을 뽑고 있습니다.

MBC뉴스 신정연입니다.

신정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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