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 다 알았던 노시인의 행각.."일기가 증언"

박민주 입력 2019. 2. 15. 20:22 수정 2019. 2. 15.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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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지난해 2월 발표된, 최영미 시인의 '괴물'이라는 시입니다.

이 시를 보면요.

알파벳 En을 써서 표현한, 'En선생'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고'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교활한 늙은이'로 묘사하고 있는데요.

이 En선생이 바로, 고은 시인을 지칭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결국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됐습니다.

고은 시인은 폭로 직후부터 줄곧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죠?

하지만 1심 법원은 최영미 시인의 구체적인 진술, 그리고 최 시인이 제출한 일기장의 신빙성을 인정했습니다.

이어서 박민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최영미 시인은 지난 1994년 늦봄, 서울 종로의 한 술집에서 고은 시인의 부적절한 행위와 성추행을 목격하고 그자리에서 얼어붙었지만, 참석자들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에 대한 증거로 1994년 6월 2일에 작성된 자신의 일기장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일기장 제목은 '광기인가 치기인가… 아니면 그도 저도 아닌 오기인가… 고 선생 대(對)술자리 난장판을 생각하며"라고 돼 있었고, 당시 술자리에서 목격한 장면이 적혀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판부는 이 일기장의 신빙성을 인정했고 최 시인의 진술에도 고 은 시인의 말과 행동은 물론 구체적이고 특징적인 묘사가 충분히 포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고은 시인측은 최영미 시인이 성추행을 목격했다는 1994년 늦봄의 그날 이후에도 전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채 고 은 시인과 원만하게 잘 지냈다며, 뒤늦은 폭로의 진실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당시 고 은 시인의 문단내 영향력을 감안할 때 지속적인 관계유지가 불가피했을 수 있다"며 고은 시인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1심 판결이긴 하지만, 법원이 사실상 성추행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면서, 고 은 시인의 입지엔 더욱 큰 타격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이미 지난해 의혹이 폭로된 이후 학교 교과서에 실린 고 은 시인의 작품은 대부분 삭제됐고 서울시는 고 은 시인 관련 전시시설을 철거했습니다.

MBC뉴스 박민주입니다.

박민주 기자 (minju@i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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