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지시 거부하며 세상에 알린 이탄희 판사 사직

신진호 2019. 1. 2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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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이탄희 판사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드러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탄희 수원지법 안양지원 판사가 최근 법원에 사직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법원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탄희 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 통신망 코트넷을 통해 지난 1월 초 소속 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을 공개하고, 11년간의 판사 생활을 마무리하는 심경과 소회를 적었다.

이 판사는 “1월 초에 이미 사직서를 제출하고도 말씀을 드릴 수 없어 마음(을) 앓았다”면서 “어쩌다 보니 제 처지가 이렇게 됐다. 이번 정기인사 때 내려놓자고 마음먹은 지는 오래됐다”고 털어놨다.

사직 이유에 대해 “좋은 선택을 한 뒤에는 다시 그 선택을 지켜내는 길고 고단한 과정이 뒤따른다는 것을,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끝없는 노력과 희생을 요한다는 것을 그때는 다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시절 행정처를 중심으로 벌어진 헌법에 반하는 행위들은 건전한 법관 사회의 가치와 양식에 대한 배신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2심의관으로 발령받은 이탄희 판사는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열기로 한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이를 거부한 뒤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후 법원행정처가 이탄희 판사를 원 소속인 수원지법으로 복귀시켰지만, 발령이 취소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가 시작됐다.

이탄희 판사는 “시작만 혼자였을 뿐 많은 판사님들 덕분에, 그리고 나중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면서 “모든 분들이 자기의 뜻을 세워 하신 일이다. 하지만 또 제 입장에서는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탄희 판사는 2008년 수원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중앙지법 판사와 광주고법 판사 등을 역임하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로 파견돼 근무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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