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2, 백패스 규정의 등장

발 잘 쓰는 골키퍼로 유명한 마누엘 노이어. 사진출처｜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페이스북

1992년은 유럽축구 역사에 있어 중요한 해다. 바로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해이기 때문이다.그런데 1992년에는 현대축구를 논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변화가 있었다. 바로 백패스 규정의 등장이다.

이전까지 골키퍼는 발로 패스한 공을 손으로 잡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이기고 있는 팀은 골키퍼에게 패스를 돌려 볼을 소유했다. 이런 방법은 축구를 지루하게 만들었고,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이런 양상이 절정에 달하자 국제축구연맹(FIFA)은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FIFA는 1992년 골키퍼가 발로 건네받은 패스를 손으로 잡을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백패스 규정은 도입 당시 큰 반발을 샀다. 백패스 규정이 롱볼 축구를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골키퍼들은 발로 공을 다루는 데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패스 규정 도입의 파급효과는 곧바로 드러났다. 맨체스터 시티의 골키퍼 앤디 디블이 친선경기 도중 자신을 향해 온 패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에게 무리한 태클을 시도하다가 다리가 부러졌다. 디블은 “공을 발로 차야 할지, 손으로 잡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며 규정 변경의 피해자를 자처했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첫 시즌 개막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셰필드의 미드필더 존 캐논이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하려다가 상대 공격수가 패스 길을 차단하려고 움직이자 뒤돌아 공격적인 패스를 시도한 것이다. 이는 패널티킥 유도로 이어졌다. 백패스 규정이 공격 축구에 기여한 것이다.

백패스 규정은 1925년 오프사이드 규정의 변화 이후 가장 큰 변화였다. 골키퍼들은 패스 능력을 기르기 시작했고, 단순히 수비만 잘하는 수비수는 가치가 낮아졌다. 백패스 규정의 등장은 오늘날 현대축구의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서서빈 대학생 명예기자(연세대학교 사회학과) smallbee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