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새 중개업소 4500곳 문닫고, 가구기업 이익 33% 추락
부동산 거래절벽에 도미노 타격
28일 오후 3시쯤 서울 마포구 '아현동 가구거리'에서는 다니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보루네오 가구'라는 간판이 붙은 가게에 들어가자, 1·2층 80평 가게를 사장 혼자 지키고 있었다. 손님은 없었고, 사장은 소파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그는 "새 가구는 '내 집'을 장만했을 때 많이 사는데, 매매 거래가 끊기니 가구거리가 직격탄을 맞았다"며 "하나 있던 직원은 작년 하반기에 잘랐고, 적자를 버티다 못해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데 누계 1000만원쯤 된다"고 말했다. 주변 우아미가구 사장은 "지금까지 손님을 한 명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중개업소 입구에는 '무권리 부동산업소 사무실 임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두 달이 넘도록 매매 거래를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며 "임대료가 매달 150만원씩 나가는데, 전·월세에 비해 수수료 금액이 큰 매매 거래가 끊기니 버틸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주택 경기 침체가 후방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주택 매매 거래로 파생되는 중개업, 이사 서비스업, 가구·가전제조업, 인테리어업 등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 기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값 잡기에만 매몰돼 시장을 비정상적 상태로 방치할 경우 예상치 못했던 경제 충격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못 사고 못 파는 비정상적 냉각상황"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월 1만4973건이던 것이 9·13 부동산 대책 발표를 거쳐 11월에는 1771건으로 급감했다. 아직 집계가 덜 끝났지만, 이번 달 거래량은 300여 건에 그친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2월 임대·개발·판매를 아우르는 부동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12월 1년 전보다 2000명 감소했다. 건설업은 이미 불황기에 진입했다. 지난해 건설 투자는 20년 만에 최저치인 '마이너스(-) 4% 성장'을 기록했다. 국가 경제에 대한 건설업의 기여율도 -0.2%로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건설업이 전체 성장률을 깎아먹었다는 의미다. 작년 건설업종 실업급여액도 약 7073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2600억원(58.1%) 늘었다. 건설업에서 직장을 잃고 실업급여를 받은 이들의 수는 2017년 11만6020명에서 지난해 15만5864명으로 34.3% 증가했다.
그렇다면 '집값 안정'이라는 규제의 목표는 달성된 걸까.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까지 11주 연속 하락했다. 시장 목소리는 다르다. 무주택자 이모(43·변호사)씨는 "집값이 작년에 너무 많이 오른 상태에서 대출을 갑자기 옥좨버렸다"며 "상속재산이 많은 소위 금수저가 아닌 한, 30~40대가 자기 능력만으로 집을 사기는 이제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지금 주택시장은 '사고 싶어도 대출이 안 나와 못 사고, 팔고 싶어도 세금이 무서워 못 파는' 비정상적 냉각 상황"이라며 "이걸 '집값 안정'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개업체·이사업체… 후방업계의 비명
그러는 사이 후방업계에서는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공인중개업계가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에서 폐업 신고한 중개업소 수가 작년 9월 964곳에서 10월 1328곳, 11월 1420곳, 12월 1808곳으로 급증하고 있다. 최근 석 달 사이에만 약 4500곳이 문을 닫은 것이다. 특히 집값 하락폭이 큰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폐업이 두드러졌다.
이사업체들도 피해를 호소한다. 서울 성동구 G익스프레스의 김모 사장은 "작년 10월부터 일감이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버티다 못해 지난달부터 단칸 사무실과 직원 4명을 정리하고 혼자서 용달차 한 대로 원룸 같은 소규모 이사만 하고 있다"고 했다.
가구업계는 실적이 급락하고 있다. 주택 매매 거래가 끊기면서 새로 이사간 집에 인테리어를 다시 하거나 가구를 마련하려는 소비자가 크게 줄어든 여파다. 가구·인테리어업계 1위 업체 ㈜한샘은 재작년 4분기 348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작년 4분기에는 230억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KTB투자증권이 전망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거래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가운데 가격이 내려가야 하는데, 지금은 주택 실수요자는 물론 후방산업 종사자까지 모두가 피해자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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