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부산 매축지마을, 뒤늦은 등록문화재 추진설에 술렁

2019. 1. 2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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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굴곡 담고 있는 판자촌 마을
시 "역사보존 방안 검토" vs 조합원 "재개발 발목 잡히면 안 돼"
부산 매축지 마을. 재개발 지역으로 곳곳에 철거가 진행 중인 것을 볼 수 있다. [손형주 기자]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 동구 범일동에는 1950년대로 시간을 되돌린 듯 판자촌이 밀집한 마을이 나온다.

이곳은 매축지 마을이라 불리는 재개발 구역.

최근 부산시가 매축지 마을 역사자원 보존을 추진한다고 밝혀 마을이 술렁였다.

남구 우막 마을처럼 등록문화재 지정이 추진된다면 수십 년을 기다려온 재개발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합원들 사이에 퍼졌기 때문이다.

시는 "역사보존 방향을 검토하는 단계로 등록문화재 추진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매축지 마을 '시간이 멈춘 골목' [복지법인 우리마을 제공]

◇ 시간이 멈춘 매축지 마을

바다를 메워 만든 곳이라 '매축지'(埋築地)라고 불리는 이곳은 일제강점기 일본이 군수물자를 옮기기 위해 만든 곳이다.

이곳에는 일제강점기 부산항으로 들여온 각종 짐과 화물을 운반하던 말과 마부들이 쉬고 생활하던 마구간이 있었다.

해방 이후 6·25전쟁을 거치면서 부산으로 내려온 피란민들이 매축지 마을 마구간을 칸칸이 잘라 생활공간으로 이용하면서 판자촌이 형성됐다.

과거 3차례에 걸친 대형 화재 때문에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 있지는 못하지만, 마을 곳곳에 부산 근현대사 굴곡이 묻어 있다.

1950년대로 시간이 멈춘듯한 풍경에 한때 유명 출사지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매축지 마을은 1990년 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돼 10개 구역으로 구분됐다.

이후 1지구와 8지구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고 나머지 구역은 사업성을 이유로 재개발이 미뤄지다 통합지구로 재편됐다.

통합 3지구는 현재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며 통합 2지구는 설립 인가 문제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가 역사보존 방침을 밝히면서 재개발 조합원들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 뒤늦은 역사보존 방안 검토…재개발 조합원 '술렁'

역사적 가치 보존은 시민들이 먼저 나서서 추진됐다.

복지법인 우리 마을 활동가들이 지난해 1월 마구간, 시간이 멈춘 골목, 흙집, 통영칠기사, 보리밥집 30년 된 로즈마리 나무, 벽화와 지혜의 골목, 영화 친구 촬영지, 보림연탄지소 등 8곳을 마을 문화재로 이름 붙이고 스토리텔링 작업에 나섰다.

뒤늦게 시도 역사보존 방안 검토에 나섰다.

이달 초 시 문화재위원들이 현장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문화제로 추진할 만큼 과거 흔적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역사성이 있었던 장소는 분명해 보존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향후 전문가 현장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동영상·사진 촬영, 구전 녹취 등의 방법으로 기록으로 먼저 보존한 뒤 여러 보존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는 방침이다.

재개발 조합원들은 재개발 구역으로 분류된 지역을 보존하겠다는 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통합 2지구 조합 관계자는 "재개발이 추진된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 시 일방적인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조합원 재산권이 침해되는 어떤 결정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매축지 마을 문화재 '흙집' [복지법인 우리 마을 제공]

◇ 역사관·기념관 추진…"개발과 보존 함께 가야"

현장을 둘러본 시와 구 관계자와 전문가는 안타깝게도 문화재로 보존돼야 할 만큼 과거 모습을 그대로 남겨둔 흔적은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매축지 마을이 근현대사 굴곡을 담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보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역사자원을 보존해야 할 당위성이 크지만, 현실적으로 재개발 조합원 사유재산권도 보호해야 하므로 기념관 건립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구는 철거 중인 통합 3지구 조합과 시공사에 역사자원으로 가치가 있는 간판과 각종 생활소품 등을 별도로 수집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복지법인 우리 마을 관계자는 "마을에 오래된 건물이나 흔적들이 많기 때문에 주민 재산권이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몇 군데만이라도 보존해야 한다"며 "오래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이해는 하지만 역사자원 보존 추진이 늦은 감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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