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투자로 '건물주 꿈' 실현.. 부동산 펀드 '인기 쑥쑥'

김범수 2019. 1. 2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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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전략·유의할 점 / 투자금액 수백만원 수준.. 부담 적어 / 투자액 따라 5∼7% 임대이익 가능 / 2018년 75조.. 전년보다 25.3%나 급성장 / 국내 침체 땐 해외 부동산으로 눈돌려 / 세금·운영관리 리스크 낮추는 효과도 / 공유 오피스 빌딩 지분 구매.. 점점 진화 / 적정금액 설정·장기적 투자 등 살펴야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유행하는 시대. 소액을 투자해 건물주가 될 수 있는 부동산 펀드가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물론 건물의 관리와 매각을 혼자서 결정하는 ‘완벽한 건물주’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보장되는 매력이 있다. 부동산 펀드는 투자자들이 자금을 모아 오피스용 건물에 투자해 임대료 등으로 수익을 나눠 갖는 펀드다. 기한이 끝나면 건물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분배받기도 한다.

◆치솟는 인기 부동산 펀드, 해외까지

부동산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최소 투자금액이 수백만원 수준으로 부담이 적으면서도 투자액에 따라 5∼7% 임대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펀드의 규모는 75조631억원으로 2017년보다 25.3% 늘었다. 지난해 펀드 이익배당금이 18조2472억원으로 2017년보다 17.7% 증가했는데, 부동산 펀드의 강세가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가 7.9∼8.8% 손실을 낸 것에 비춰 볼 때 부동산 펀드의 급성장이 전체 펀드 이익배당금을 견인한 셈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공모펀드를 출시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트리아논 빌딩(왼쪽 사진)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네슬레 사옥.
이지스자산운용 제공
예를 들어,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법무법인 바른의 사옥용 오피스 빌딩에 투자한 ‘이지스코어오피스공모부동산투자신탁 117’는 최근 1년간 6.02%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특히 부동산 펀드의 강점은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데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투자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펀드는 부동산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는 세계 각 도시의 오피스 빌딩에 투자할 수 있어 임대수익과 향후 매각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해외 부동산 펀드의 인기를 실감하듯 이지스자산운용가 지난 9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네슬레 본사 사옥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하자 3일 만에 556억원을 채우며 완판됐다. 독일에서 6번째로 높은 건물인 프랑크푸르트의 트리아논 빌딩에 약 9000억원을 투자하는 펀드도 출시 10일 만에 모집을 끝냈고, 미국 애틀란타의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부동산 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8.32%에 달했다. 

◆“안정된 투자를 하고 싶다”… 흥행 배경

부동산 펀드의 흥행 배경에는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으로 여겨진 증시와 채권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가 2000선까지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그 이하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투자자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시장의 공모 총액은 6948억원으로 전년 대비 84.4% 감소했다. 2014년 공모 규모가 3조477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크게 축소되고 있는 셈이다. 공모주 수익률은 평균 2.4%에 그쳤다.

반면 상당수 공모형 부동산 펀드는 5년 정도 투자 기간을 설정하는 대신 연 5% 안팎의 수익률을 내면서 투자자를 사로잡고 있다.

주가와 달리 큰 폭으로 값어치가 움직이지 않은 부동산의 특성도 한몫하고 있다. 기업이나 대형 기관의 전유물이었던 부동산 펀드가 확대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개미 투자자’들까지 범위를 넓힌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

또 부동산 펀드는 부동산 직접투자와 달리 임차인 모집이나 건물 인테리어, 부동산 관련 세금 등에서 자유로우며 운영관리 리스크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다만 부동산 펀드는 다른 펀드와 달리 만기가 보통 3∼5년으로 중도 환매가 어려운 게 특징이다. 따라서 개인이 부동산 펀드에 투자할 경우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적정 금액을 정하는 등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진화하는 부동산 펀드

최근에는 부동산 공모펀드를 통해 공유 오피스 빌딩의 지분을 구매하는 새로운 투자 유형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대형 건물에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자칫 부동산 펀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을 없애기 위해 공유 오피스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상황이다.

공유 오피스 시장은 성장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서울에서만 36개 공유 오피스 브랜드가 약 25만3900㎡의 오피스 면적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유 오피스의 성장배경으로는 보증금이 없어 혹시라도 사업에서 철수하더라도 리스크가 현저히 낮다는 점이 꼽힌다.

부동산 펀드와 유사한 ‘리츠(REITs)’ 투자도 인기를 끌고 있다. 리츠는 실물 자산이 아닌 부동산투자회사에 투자하는 재테크로, 부동산투자회사 지분을 매입해 가치를 공유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리츠는 부동산펀드의 단점으로 꼽힐 수 있는 3∼5년 만기의 폐쇄성이 없다. 리츠는 주식시장에 상장되면서 사고파는 게 자유롭고 환매수수료도 없다. ‘한 건물에 한 펀드’라는 특징을 지닌 부동산 펀드와 달리 리츠는 여러 개의 자산에 지분을 넣을 수 있다. 일종의 분산 투자인 셈이다.

자산운용 관계자는 “리츠는 여러 개 자산에 지분을 가지고 있어 자산배분 효과가 있다”며 “만기가 정해진 부동산펀드와 달리 리츠는 부동산투자기관이 원할 때 자산을 매매하며 수익률을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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