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종이·1967년생·주소·이름.. 저는 '전화번호부' 입니다 [김기자와 만납시다]
얇은 종이에 깨알 같은 글씨로 빽빽하게 들어찬 전호번호를 기억하시나요?
안녕하시죠. 저는 예전에 여러분의 집 전화기 옆에 하나쯤 있었던 전화번호부입니다. 원하는 연락처를 찾고 가끔 심심풀이 놀잇감으로도 활용했던 바로 그 책자입니다. 물론 청소년 등 젊은층에겐 생소할 수도 있어요. 본 적이 없는 데다 스마트폰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니. 맞아요. 그런데 50살을 넘기면서 더 늦기 전에 제 얘기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지루하더라도 좀 들어주시겠어요?


관련법상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용자 동의를 얻어 일반에 음성·책자·인터넷으로 번호안내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어요. 114(KTis)와 한국전화번호부㈜가 각각 음성과 책자로 의무를 수행하죠.

그래서 제가 없어진 줄로 아는 분도 많지만 아직 전국 147개 발행권역에서 매년 발행되고 있답니다. 정확한 발행 부수는‘영업비밀’인 점 양해해주세요. 다만, 2000년대까지는 전국 발행 부수가 2500만권 규모로 알려질 만큼 몸값이 장난아니였습니다.

2010년에는 한 사설 업체가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부당 광고 계약을 체결하거나 광고 기간이 끝난 후에도 광고료를 인출하는 등의 행위를 저질러 지탄을 받기도 했죠. 2012년에는 50대 제주도 주민이 전화번호부를 등록하라는 가짜 업체에 속아 광고비 25만원을 냈다가 피해를 봤대요. 요즘으로 치면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셈이죠.
결국 한국전화번호부는 사설 업체 3곳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2013년 승소했어요. 당시 법원은 사설 업체들의 행위의 혼동 유발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밝혔죠.
전화번호부에는 상호명, 전화번호, 주소, 업종이 들어가요. 광역시와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인명편’ 전화번호부도 있었죠. 기간통신사업자가 전달한 정보를 토대로 인명 전화번호부를 만들며, 그 안에 들어가는 모든 정보는 전화번호 가입자의 동의를 얻어야 해요.
주민이름과 집 전화번호를 포함한 인명부는 한때 통신사의 고객 유치나 전화마케팅을 목적으로 거래되기도 해 스캔들에 휩싸인 적도 있어요.

저는 1990년대까지 수많은 업체와 인명 정보를 제공하는 유일한 매체였어요. 사용자도 국민 전체로 볼 수 있었죠. 어떤 분들은 “전화번호부가 포털사이트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평가할 정도였죠. 특히 나이드신 분들 중에는 저와 관련한 추억이 있는 분도 적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에휴∼‘화려한 과거’는 과거일 뿐, 그나저나 저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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