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통신22]치치파스의 패배를 보며 페더러가 오버랩되다

호주= 박준용 기자, 백승원 객원 2019. 1. 25. 17:0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호주오픈 4강에서 나달에게 패한 후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코트를 떠나는 치치파스. 사진=(호주)박준용 기자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이 없었다.
1월 24일 호주 멜버른 파크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에서 14번시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 15위)가 2번시드 라파엘 나달(스페인, 2위)에게 1시간 46분 만에 2-6 4-6 0-6으로 완패했다.
지난해 정현(한국체대, 25위)이 4강 돌풍을 일으켰다면 올해에는 치치파스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둘은 호주오픈 4강에 오르기 전년도에 21세이하 최강자를 가리는 Next Gen 파이널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윔블던 16강이 그랜드슬램 최고 성적이었던 치치파스는 이번 대회 16강에서 3번시드 로저 페더러(스위스, 3위)를 꺾는 파란을 일으킨 데 이어 8강에서 22번시드 로베르토 바티스타 아굿(스페인, 24위)을 돌려세우고 그리스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03년 앤디 로딕(미국) 이후 최연소(20세 168일)로 그랜드슬램 4강에 오른 치치파스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나달의 경기는 신구의 대결로 현장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10년 넘게 세계남자테니스를 지배해 온 빅4(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머레이)에 대해 지루함을 느껴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기를 기대하는 적지 않은 팬들에게 이날 경기는 큰 관심거리였다.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4위), 그리고르 디미트로프(불가리아, 21위) 등이 빅4를 저지할 선수로 명단에 올랐지만 테니스 대회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그랜드슬램에서 이들의 성적은 팬들의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해 치치파스에 거는 기대가 컸다. 게다가 치치파스는 영화배우 같은 잘생긴 외모에 뛰어난 기량으로 금세 테니스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달과의 4강을 앞두고 현장을 취재하는 외국 기자들도 치치파스가 페더러에 이어 흥행보증수표인 나달마저 꺾으면 주최측이 좋아할 리 없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면서도 치치파스가 세계남자테니스 세대교체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치치파스의 완패였다.
치치파스는 4강에 오르기까지 치른 5경기 모두 4세트 경기를 펼친 탓인지 경기 내내 둔한 움직임을 보였다. 반면, 무실세트로 4강에 오른 나달은 가벼운 움직임에서 나오는 스트로크는 치치파스의 코트를 파고들었다.
경기 도중 치치파스는 신발을 갈아 신으며 반격에 나섰지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오히려 마지막 세트에서 치치파스는 경기를 거의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단 한 게임도 따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치치파스는 브레이크 포인트를 겨우 한 차례 잡았는데 이마저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또 16강에서 최고 시속 213km와 첫 서브 평균 시속 194km를 앞세워 총 20개의 서브 에이스를 터트리며 페더러를 괴롭혔던 강서브도 이날 위력을 떨치지 못했다. 나달과의 경기에서 치치파스의 서브 에이스 개수는 5개에 불과했고 최고 서브 속도는 시속 207km, 첫 서브 평균 속도는 186km로 페더러와의 경기에 못 미쳤다.
경기 도중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치치파스
경기가 끝난 후 가진 공식 기자회견 내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은 치치파스는 “나는 겨우 6게임밖에 따지 못했다. 4강까지 오른 것에 행복함은 느끼지만 오늘 경기는 매우 실망스럽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왜 그런지 나도 잘 모르겠다. 매우 이상한 느낌이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나달은 투어에서 빅서버가 아님에도 그의 서브를 리턴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또 베이스라인에서 그의 플레이는 매우 공격적이었다”라면서 “나는 정말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없었고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공허함을 느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페더러가 나달을 어떻게 이겼는지 생각해 보려고 한다. 나달에게 10번 지고 싶지는 않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이번이 151번째 그랜드슬램 취재인 이탈리아 <Ubiten>의 우발도 스카나가타 베테랑 기자는 치치파스의 패배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치치파스가 인터뷰에서 ‘나달이 지난해 로저스컵 결승에서 만났을 때와는 많이 다르게 나왔다. 그의 경기 스타일은 더욱 공격적이었고 서브도 매우 달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나달의 측면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당시 치치파스를 꺾은 나달은 ‘경기에서는 이겼지만 나 스스로는 가장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였다”라고 말한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마 치치파스가 로저스컵 경기 때문에 스스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본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이어 스카나가타 기자는 치치파스의 미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치치파스는 인터뷰에서 스스로에게 매우 실망한 모습을 보였지만 2001년 페더러가 윔블던 16강에서 전년도 우승자인 피트 샘프라스(미국)를 꺾은 뒤 모두가 당시 21세인 페더러의 미래에 대해 확신했다. 물론 페더러는 다음 경기인 8강에서 팀 헨만(영국)에게 졌다. 이번에는 21세인 치치파스가 호주오픈 16강에서 전년도 우승자인 페더러를 꺾었다. 4강에서 나달에게 졌지만 이제 모든 언론은 치치파스의 성장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
다음 주 호주오픈 성적이 반영돼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인 12위에 오를 예정인 치치파스. 이번 대회에서 ‘경험 부족’ 등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는 점에서는 새 시대를 원하는 팬들에게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글, 사진= (호주)박준용 기자(loveis5517@tennis.co.kr), 백승원 객원기자
[기사제보 tennis@tennis.co.kr]
 
국내 유일 테니스 전문지 테니스코리아 정기구독 신청 바로가기

Copyright © 테니스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