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디단 '정우성'의 사과 [이슈&톡]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빠른 인정과 사과가 뭐 별거냐 싶은 사람들도 있겠다만, 받아야 할 사과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수두룩한 요즘, 정당하게 따지고 드는 것임에도 ‘프로불편러’라는 수식어를 자의반 타의반 달게 되는 요즘, 제때, 제대로 건네주는 사과처럼 귀한 것도 없다. 이런 점에서 정우성의 사과는 곱씹어볼 만큼 달다.
영화 ‘증인’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우성은 드라마 ‘SKY 캐슬’의 염정아를 “꽃은 지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극찬을 한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점에서 끌어온 말이지만, 대상이 여배우인 까닭(여성을 꽃으로 비유하는 것은 성차별적 표현으로 분류된다)에 그의 발언은 곧 몇몇 누리꾼들에 의해 문제시된다.
흔히 여배우들은 작품의 꽃으로 비유되곤 했는데 표면적으론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배우로서 온전한 평가라기보다 외모에서 오는 아름다움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더 애석한 사실은 연예계의 특별한 사정이 아니라 보통의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일반적인 인식이라는 점이다.
그저 예쁘게 존재하며 그 자리를 가만히 지키고 있으면 여성으로서의 할 일은 다했다는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 별건가 싶지만 이 사소한 생각 하나가 오랫동안 깨지지 않는 ‘유리천장’을 만들었다. 이런 화제가 생길 때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프로불편러들의 민감한 반응일 뿐이라는 의견이 얼마나 경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참 오랜 기간 남성 중심의 세계관 속에 머물러 있었다. 무슨 의미냐면 우리가 당연하다 여기며 일상적으로 해왔던 작은 생각이나 표현에서부터 눈에 명백하게 드러나는 큰 행동까지 남성 우위의 사고방식이 영향을 미치지 않은 구석이 없다는 것이다. 즉, 구조 자체를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차별적 표현은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습관처럼 오래오래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때마다 이의를 제기해주어야 하며 조금씩 다듬고 바르게 하는 방향을 취해야 한다. 정우성의 사과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우성은 자신의 발언에 불편했다는 기색이 취해지자마자, “표현한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받아들인 분이 불편하다면 그 표현은 지양되고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며 진정성 어린 사과의 뜻을 전한다.
영화 홍보에 방해가 될 만한 이슈라서 진압하고자 빠르게 던진 사과였다면 이렇게 각광 받지 않았을 터다. 대중도 바로 알아봤을 거고 사태는 더 악화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식이 아닌, 사태를 정확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자성에서 우러나오는 앞으로의 다짐까지 포함시킨 그의 사과에서, 우리는 그의 진심을 느끼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프로불편러들이라며 별 게 다 불만이라 하는 일각의 여론까지도 잠재우는 올바른 사과의 자세라 할까. 덕분에 차별을 받는 위치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이 더욱 당당히 불편함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으니, 값지다 못해 다디단 사과다. 사과할 때마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주는 배우 정우성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정우성|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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