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급 2222원..'현장실습 대학생'이 받은 돈

김건휘 인턴기자 2019. 1.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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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2222원..'현장실습 대학생'이 받은 돈

현장실습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전문지식과 경험을 습득해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취지의 제도다.

현장실습 프로그램 약정서에 따르면 실습기관은 실습생의 전공 및 희망을 고려해 현장에 배치하고, 해당 업무에 대해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담당자가 지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이에 대해 장효민 노무사는 "현장실습은 학교와 기업 간 업무제휴를 맺어 학생들이 현장에서 경험, 지식을 쌓고 학점도 받는 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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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경험·스펙 쌓으려 나가지만 단순 노동에 '소모품' 신세.."본래 취지와 달라, 이런 방식이면 최저임금 준수해야"
/사진=이미지투데이

#40만원. 대학생 김지욱씨(가명·26)가 한 달에 180여 시간을 일하고 받는 돈이다. 김씨는 지난해 8월부터 A 회사에서 현장실습생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직원과 같은 강도로 일을 하지만 정식 인턴사원이 아니라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다. 그의 시급은 약 2222원에 불과하다.

기업으로 '현장실습'을 나가는 대학생들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으며 부당한 처우를 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머니투데이가 대학 정보포털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18 대학 현장실습 운영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실습지원비를 전혀 받지 못한 대학생이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실습비를 102만원 미만(4주 기준)으로 지급받은 학생도 85%에 달했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대학교 진로 취업 페이지에 소개된 '현장실습'. 사회진출을 위한 직업 현장의 실제 업무를 체험하고, 실무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사진=대학교 진로·취업 페이지 캡처

현장실습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전문지식과 경험을 습득해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취지의 제도다.

현장실습 프로그램 약정서에 따르면 실습기관은 실습생의 전공 및 희망을 고려해 현장에 배치하고, 해당 업무에 대해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담당자가 지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설명과는 달리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생'처럼 취급당했다는 것이다. 기업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B2B 업계의 C 회사에서 전산관리 업무를 맡았다는 김지연씨(가명·23)가 내민 현장실습 프로그램 약정서다. 하단에는 연수지원금으로 한달에 '50만원'을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김씨는 잦은 야근을 하며 일반 직원 이상으로 격무에 시달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사진=김건휘 인턴기자

김지연씨(가명·23)는 현장실습생으로 들어간 B2B 업계의 C 회사에서 전산 관리 업무를 맡았다. 김씨는 "주말 근무, 야근은 일상이었고 나중에는 아예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하길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격무에 시달린 김씨가 C 회사로부터 '연수지원금' 명목으로 받은 월급은 50만원이었다.

그뿐 아니라 김씨는 학교 수업을 듣지 않음에도 한 학기 등록금을 학교 측에 내야 했다. 학점 인정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금전적 손해가 크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D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한 류태민씨(가명·26)는 회사에서 8주동안 일하며 총 40만원을 받았다. 학교 측에서 장학금 명목으로 100만원을 지급했지만 이를 포함해 계산해도 한달에 70만원 정도를 받고 일한 셈이다. 심지어 류씨는 "기존에 학교에서 성적 장학금 등을 받고 있다면 현장실습 장학금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저임금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이승현씨(가명·28)는 기업연계형 장기현장실습(IPP)으로 E 중견기업에서 사무보조를 담당했다. 이씨는 E 기업에서 80만원, 학교에서 40만원을 추가로 지원받아 한 달에 120만원을 받았다. 최저임금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열정페이'에 시달린다는 다른 실습생들에 비해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씨는 실습 기간 내내 담당자의 폭언에 시달려야 했다. 기업과 학교 측에 각각 항의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그는 "취업이 걸려 있는 학생들이 '갑질'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사진=unsplash

한편 기업 측은 현장실습생은 법정 최저임금의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습생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와 달리, 학점인정을 받고 전공 관련 실무 경험을 위해 참여하는 학생이라는 것이다. 이는 실습생과 기업, 학교가 맺는 약정서에 명시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장효민 노무사는 "현장실습은 학교와 기업 간 업무제휴를 맺어 학생들이 현장에서 경험, 지식을 쌓고 학점도 받는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실습생이 임금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아도 위법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 노무사는 "실질적으로 출퇴근 의무가 있고 근태관리, 지휘명령을 받는 등 사업주와 사용·종속관계에 있다면 근로자로 볼 수도 있다"라며 "이 경우 법정 최저임금 이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기원 청년유니온 노동상담팀장은 현장실습이 시행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학생들이 담당자로부터 실무 교육을 받아 경험을 쌓게끔 하는 본래 목적과 달리, 정직원 또는 유급 인턴에게 맡길 일을 실습생들에게 떠넘긴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필요한 교육이 잘 이뤄진다면 임금이 적어도 이해할 수 있다"라면서도 "지금처럼 업무 공백을 메우는 용도로 학생들을 소모하려거든 법정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건휘 인턴기자 topg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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