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박항서의 미니 한일전..기적이 나온다면, 그래도 일본이 낫다

임성일 기자 2019. 1. 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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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10시 베트남-일본 8강 격돌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베트남과 요르단의 경기 승부차기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향한 국내 팬들의 관심과 응원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한국인 지도자 박항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팀이니 잘하기를 바랐던 것이야 당연했지만 이렇게까지 길게 동행하게 될지는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작은 이변을 완성했다. 베트남은 조별리그에서 1승2패로 조 3위에 그쳤으나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앞서 전체 16위로 토너먼트에 오르는 행운을 잡았다. 그리고 요르단과의 16강에서는 먼저 실점을 허용하고도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을 거쳐 승부차기에서 짜릿하게 승리,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여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오르고 12월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흐름이 좋았다고는 하지만 분명 기대 이상의 성과다. 아시안게임은 U-23세 팀들 간의 대회고 스즈키컵이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대항전이다. 아시아 전체 A대표팀이 겨루는 아시안컵에서 베트남이 8강 안에 포함되는 것은 상상키 힘들었다.

이미 큰 획을 그은 베트남의 다음 상대는 공교롭게도 일본이다. 박항서 감독 입장에서는 '미니 한일전'이 마련된 셈이다. 정신력을 무장시키는 것에서는 나름 일가견 있는 박 감독이고, 마침 일본이 상대이니 스스로도 전의가 불타오를 대결이다. 정신력 싸움으로 가면 베트남이 나쁠 것 없다. 몸 싸움도 마찬가지다. 중동 국가보다는 일본이 낫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누가 봐도 일본 쪽의 우위를 점하는 매치업이다. 일본은 아시안컵 최다 우승국(4회)이고 베트남은 이번이 조별 예선을 거친 첫 본선이다. 지난 2007년에 아시안컵 무대를 밟았으나 당시는 공동개최국 자격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딱 2배다. 일본이 50위, 베트남이 100위다. 일본은 우승후보, 베트남은 돌풍의 팀이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베트남과 요르단의 경기 승부차기에 앞서 선수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베트남이 승부차기를 통해 4대 2로 승리했다. 2019.1.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그렇기 때문에 홀가분한 쪽은 베트남이다. 박항서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시안컵은 워낙 강한 상대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베트남 내에서도 성적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진 않는다"고 말한 뒤 "조별리그만 통과해도 베트남으로서는 큰 성공"이라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이대로 대회가 종료되어도 또 금의환향이 예고돼 있는 선수들로서는 두려움 없이 싸울 한판이다. 내심 자신감도 있다. 이겨본 적이 있는 일본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지난해 여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1-0으로 이긴 바 있다. 당시 베트남은 전반 3분 만에 기습적으로 선제골을 뽑아냈고 이후에도 대등한 경기력을 펼쳐 리드를 유지, 대어를 낚는 데 성공했다.

당시 일본의 스포츠지 '스포츠호치'는 "슈팅수도 일본이 7개, 베트남이 13개였고 공 점유율도 상대가 64%였다. 내용에서도 완패였던 경기"라는 말로 패배를 인정한 뒤 "한국인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일본을 철저하게 대비, 전방에서부터 압박 플레이를 펼쳤다"는 말로 베트남의 준비된 승리였다고 분석했다.

물론 당시는 일본도 조별리그 통과가 결정된 상황이라 크게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 아시안게임은 U-23 대표팀의 대항전이라 지금과 면면이 다르다. 그래도 기분 좋은 기억임은 틀림없다. 선수는 달라졌으나 적장 모리야스 하지메는 그대로다. 상대와 지략대결을 펼쳐봤고 또 승리했던 박항서 감독으로서는 해볼 만한 승부다.

8강에 오른 다른 나라들, 이란이나 호주나 UAE나 카타르 그리고 한국 등을 떠올릴 때 베트남 입장에서는 일본이 나을 수 있다. 조별리그에서 이란이나 이라크 등 중동국가를 상대하던 베트남 선수들은 확실히 힘에 부치는 인상이 있었다. 신체조건이 크지 않은 베트남 입장에서는 힘과 높이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 박항서의 베트남은 일본축구의 특징에 잘 대응했다. 그때도 일본대표팀은 특유의 패싱축구를 선보였고 연결도 효과적으로 진행됐다. 그럼에도 베트남 수비는 좀처럼 틈을 내주지 않았다. 조직적으로도 단단했고 개인 마크도 밀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소유권을 잡았을 때 찔러 들어가는 역습은 꽤 날카로웠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4강에 오르는 것은 아마도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진출하는 것 버금가는 사건일지 모른다. 2002년 한국 대표팀 코치로서 그 기적을 경험한 박항서 감독이 이제 베트남 축구와 두 번째 기적에 도전한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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