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사굴기 견제하는 美·日..'무기 전시장' 된 아태 지역 [디펜스 포커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하늘과 바다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역 패권과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역내 국가들의 치열한 군비경쟁 때문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해·공군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아·태 지역은 강대국들의 첨단무기 전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안보환경이 급변하는 2019년, 한국은 어떤 도전에 직면하게 될까.
◆요동치는 안보구도… 불확실성 증대
360도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갖춰 ‘중국판 이지스함’이라 불리는 052D급 구축함은 2012년 8월 1번함이 진수된 지 6년 만에 11척이 실전배치됐다. 올해 2척이 추가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구축함인 055급(1만3000t급)은 4척이 진수돼 시운전이 한창이다. 055급은 사거리가 1500㎞에 달하는 CJ-10 순항미사일을 탑재하고 있어 기존 중국 함정들보다 월등한 전투력을 자랑한다. 건조된 4척 중 2척은 중국의 첫 국산항공모함 001A 산둥호 호위를 맡을 예정이다. 중국이 2030년까지 4개 항공모함 전투단을 구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항모 호위에 투입될 055급 구축함도 최소 8척 이상 건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군은 영토방어에 필요한 요격용 전투기를 줄이고 공격 임무에 필요한 폭격기와 전폭기를 늘리고 있다.
일본은 F-35B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이즈모급(2만6000t급) 헬기항모 2척을 개조할 예정이다. 전투기를 운용하는 2개 항모전투단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일본은 2023년까지 호위함을 47척에서 54척으로, 이지스함을 6척에서 8척으로, 잠수함은 16척에서 22척으로 늘릴 예정이다. F-35A/B 스텔스 전투기 100여대를 추가 도입하고 E-2C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등 첨단 무기도 계속 들여온다는 방침이다.
미국도 아·태 지역에 F-22와 F-35A/B 스텔스 전투기, P-8A 해상초계기,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등을 배치해 중국 해군과 공군을 견제하고 있다. 항모 공격용 무기를 개발하는 중국, 러시아에 맞서 무인선박을 실전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B-2와 B-52 전략폭격기를 대체할 장거리 타격 폭격기(LRS-B) 개발도 한창이다. 러시아도 지난해 보레이급 핵잠수함 3척을 건조하는 한편 SU-57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는 등 전략적 억제능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태 지역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영국과 프랑스도 가세했다. 프랑스는 해상초계기와 호위함을 오는 4월 일본으로 파견해 주일 미 해군 및 일본 해상자위대의 북한 해상환적 감시에 투입하기로 했다. 1997년 홍콩을 중국에 반환했던 영국도 올해 호위함을 일본에 파견하고 싱가포르와 브루나이에 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등 22년 만에 아시아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동해·대만해협·남중국해 ‘화약고’ 가능성
전문가들은 동해, 대만해협, 남중국해가 아태 지역의 잠재적 ‘화약고’로 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동해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의 주도권 경쟁이 한창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5일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표트르 대제만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했다. 미국이 이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에 나선 것은 1987년 이후 처음이었다. 동해와 인접한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 태평양함대 기지다. 미국이 러시아 해군의 동해 진출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는 미·중 대치국면이 심화하고 있다. 존 리처드슨 미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18일 일본 도쿄에서 “우리는 대만해협을 다른 국제 수역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며 “그곳을 지나는 데 어떤 종류의 선박만 가능하다는 제한은 없다”고 말했다. 리처드슨 참모총장의 발언은 2007년 이후 중단됐던 항모 파견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미 항모의 대만해협 파견이 실현되면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남중국해를 자국의 바다로 여기고 군사기지를 건설 중인 중국에 대해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앞세워 견제하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남북 관계가 지난해보다 더욱 호전되면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에 집중된 해·공군 활동영역을 한반도 주변 해·공역으로 넓히면서 대북 억제력 위주의 군사력 건설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남북 군사적 대치국면이 완화하면 미국으로부터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 참여 등의 요청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군의 입장에 대한 선제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주한미군이 없었다면 독도와 이어도는 중·일과의 분쟁지역이 됐을 것”이라며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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