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기술혁신의 빛과 그늘
축구장 크기의 32배에 달하는 전시장에서 4,500여개의 회사가 19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한세계 최대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 2019'가 성대한 행사를 끝냈다. 이름은 전자제품 박람회이지만 다루는 대상은 텔레비전에서 자동차, 블록체인, 인공지능까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주인공이 될 기술 전부를 망라한다. 매년 그렇듯 이번 'CES 2019'에서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기술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동차이다.
CES에서 자동차의 인기는 전문 모터쇼를 방불케 할 정도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작년 CES에 참석하면서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CES가 재미있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CES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첨단 전시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금년에도 눈여겨 볼 기술들이 많이 소개됐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콘텐츠이다. 이제 자동차 업계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써 자동차를 고민하고 있다. 자동차에서 무엇을 어떻게 소비할 것이냐를 핵심 가치로 보는 것이다. 자동차 '운전자'가 아닌 '사용자'로서 탑승자는 자동차에서 무엇을 할까? 자동차는 탑승자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결국 탑승자가 최대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자동차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운전자가 자동차에 맞추는 것이 아닌, 자동차가 탑승자에 적응하는 사용자 중심 자동차 개발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한편 'CES 2019'가 열리는 시간, 한국에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발생됐다. 지난 12월에 이어 택시 기사가 분신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걸 정도로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숭고한 정신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전한다. 혁신은 사용자의 편익을 증가시키지만, 그 대상이 고용과 연관되어 있을 때는 극렬한 저항이 늘 있어 왔다. 생존의 문제와 직결돼 있는데, 강 건너 불 보듯 방관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해결책은 간단하지 않다. 택시업계와 카풀의 갈등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발생할 단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노동력을 대체하려는 혁신은 전방위로 확산될 것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3위의 산업용 로봇 시장일 정도로 산업용 로봇의 보급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공장 노동자의 수가 점차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인상됨과 동시에 커피나 햄버거를 기계로 주문하는 무인 주문기의 판매가 세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프랜차이즈 식당의 알바 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의미이다. 작년 이맘 때 첫 번째 무인점포 매장을 연 아마존 고는 한 해 동안 여덟 개의 매장으로 확대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마트가 첫 번째 무인점포를 삼성동에 개장했다. 마트 직원의 고용이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혁신적인 기술은 기업을 변화시키고, 산업을 바꾸며,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술의 발전으로 고용이 악화된 분야는 인류역사에서 늘 있어왔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중요한 역할을 할 4차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의 확산'과 '고용의 대립'은 인류 역사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대규모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발생된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있다. 의견이 상충되는 대립적 상황을 여론과 정치가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가는 시민사회의 수준을 결정짓는 잣대이다. 절대적으로 한 편이 옳고 그른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이 처한 상황이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다고 해서 이를 져버린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우리가 바로 그 개인의 상황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것도 어리석다. 문재인 대통령도 언급했던 1896년에 없어진 '붉은깃발법'이 역사의 교훈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당장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해결의 씨앗을 키워야 한다. 소비자의 편익을 고려할 때 택시업계는 공유라는 혁신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 그렇다고 30만 택시 종사자를 그대로 내버려 두어서도 안 된다. 택시업계는 공유 서비스를 인정해야 한다. 대신, 정부는 택시 사업자에게 자율권을 부여하고, 세금을 감면하며, 보험료에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공유 자동차 서비스업계는 그들을 위해 사회 시스템을 바꾼다는 점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 일환으로 택시 기사의 실업과 전업에 대비해 직업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나, 상생을 위한 사회적 연대 경제를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택시 사례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기술과 일자리의 대립 문제를 보여주는 전초전이다. 장기적으로 정부는 로봇세 징수나 기본소득제 도입과 같은 사회안전망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기업에 대한 과도한 징세 또는 포퓰리즘 논쟁이 광풍처럼 몰아치겠지만,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길은 사회적 논쟁과 합의를 통한 방법뿐이다. 이번 'CES 2019'에서 선보인 자동차 관련 기술은 사용자, 즉 인간을 위한 기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기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택시를 둘러싼 혁신과 제도 역시 기사와 사용자 모두를 위한 방향으로 발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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