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5곳 민자역사, 안녕하십니까

김설아 기자 2019. 1. 2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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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은 옛말. 보장된 상권으로 통하던 민자역사 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십년 넘게 유령 건물로 방치된 역사가 있는가 하면 파산 절차를 밟으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역사도 있다. 대형마트·백화점이 입점한 역사들은 그나마 선방 중이지만 이들도 장기 계약이 끝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상권 살리기 프로젝트로 탄생한 민자역사가 어쩌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일까. <머니S>가 민자역사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찾아봤다.<편집자주>

[민자역사의 몰락] ①난개발 후유증에 곳곳 ‘구멍’

서울역 전경/ 사진=임한별 기자
민자역사. 말그대로 민간자본이 투입된 역사를 말한다. 1980년대 철도청(현 코레일)은 낡은 역을 새로 바꾸고 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민자역사 개발을 시작했다. 개발업체는 역사를 새로 지어 철도청에 제공하는 대신 30년간의 토지 사용권을 얻을 수 있다. 이 사용권으로 백화점, 마트 등 상업시설을 입점시켜 운영하는 방식이다.

롯데그룹과 철도청이 첫 스타트를 끊었다. 1991년 영등포역사가 완공됐고 그해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영업을 개시했다. 영등포역사를 시작으로 서울역사, 동인천역사, 수원역사 등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2019년 1월 현재 민자역사 수는 전국 15개. 지역별로 보면 서울 6개, 경기 6개, 인천 2개, 대구 1개다. 이들 민자역사의 현주소는 어떨까.

◆ 민자역사 절반 이상 방치… 자본잠식  

관련 업계에 따르면 15개의 민자역사 중 절반 이상이 빈 건물로 방치되거나 부도를 맞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애경, 비트플렉스 등 민자역사 12개 사업시행자 중 7곳이 자본잠식을 경험했거나 잠식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 위에 문을 연 동인천민자역사는 최근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인천백화점이 입점했던 1990년대 중반까지는 핵심 상권으로 꼽혔지만 외환위기, 동인천 화재사건 등을 거치며 입지가 좁아졌다. 9년 전 리모델링을 추진했지만 다시 문을 여는 데는 실패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결국 지난해 4월 파산신청을 했다. 이후 3개월 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동인천역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신촌역사/사진=임한별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부침을 겪는 민자역사는 또 있다. 2006년 이화여대 앞 상권에 세워진 신촌역사다. 신촌역사는 민간자본 700억원이 투입됐지만 개장 초기부터 입점 업체를 찾지 못해 ‘반쪽 영업’을 해오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때 쇼핑몰 밀리오레와 영화관 메가박스가 입점하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지금은 메가박스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2012년부턴 영화관을 제외한 건물 1~4층이 모두 텅 비었다. 2016년 말 기준 신촌역사의 자산은 437억원, 부채는 223억원이다. 그사이 신촌역사가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납부해야 할 점용료는 약 70억원으로 불어났다.

의정부역과 용산역도 자본잠식 상태다. 특히 신세계 의정부역사는 2012년 완공된 후 5년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산본역사도 유동성 위기에 빠진 2011년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2년 뒤 인가 후 인수합병(M&A)을 추진해 SM그룹에 편입됐다.

창동역사/사진=임한별 기자
가까스로 새 주인을 찾은 창동역사도 2017년 12월부터 법정관리를 받아왔다. 2007년 공사가 시작된 창동역사는 사업 주관사가 잘못된 연대지급보증으로 부도를 내 공정률 27.57%에서 공사가 멈춘 상태였다. 8년째 공사가 중단돼 흉물스럽게 방치되다 지난해 12월 HDC현대산업개발과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회생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 상반기 내로 인수작업을 마무리하고 공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역사와 영등포역사는 2017년 12월31일로 30년 점용 허가기간이 만료됐다. 서울역사는 1989년 완공돼 롯데마트와 롯데아울렛으로 운영됐고 현재 점용 허가기간 만료로 국가에 귀속된 상태다. 다만 임차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2년간 임시영업을 허가받아 진행 중이다. 임시영업 역시 올해 말 만료된다.

◆ 상권분석 없이 높은 임대료… 입점률 '뚝'

전문가들은 민자역사의 몰락은 초창기 시장분석조차 거치지 않았고 쇼핑 트렌드도 제대로 못 읽어 상권 활성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민자역사 상가는 백화점, 할인점, 멀티플렉스극장 등 매머드급으로 형성되는데다 대부분 환승역을 끼고 있어 투자 메리트가 컸다”면서도 “단순 유동인구가 아닌 상가 내로 유입되는 인구에 초점을 맞췄어야 했는데 그 부분을 간과한 것이 대형 실패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사업 초기 비싼 임대료와 잦은 설계변경 등의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분양률과 입점률이 떨어졌고 상권 형성자체가 안되는 바람에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용산역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용산민자역사는 최초 100% 분양이 완료됐지만 비싼 임대료 때문에 입점률이 절반에 불과했다”며 “설계변경으로 분양 당시보다 임대료가 2배로 늘어난 상가도 전체의 30%에 달했다”고 말했다.

아예 착공조차 하기 전에 사업이 무산된 역도 있다. 노량진역이나 천안역, 광운대역 등은 민간업체가 선정됐지만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철도공사가 업체의 전문성이나 사업성을 철저히 검토하지 않고 개발을 맡긴 게 원인이었다. 노량진 민자역사 사업은 사기·횡령·배임 등의 전력이 있는 개발업자를 사업자로 선정해 논란이 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문성 등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최고가를 써낸 곳을 시행사로 선정한 것도 부실의 원인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다만 모든 민자역사가 고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소유 백화점, 대형마트가 입점한 영등포, 수원 등 일부 대형 민자역사는 차별화된 경영 실적을 내고 있다. 특히 영등포역사는 2017년 기준 민자역사 중에서도 가장 큰 매출액(5325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40억6000만원으로 민자역사 중 두번째다.

하지만 문제는 민자역사 사업의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변 영업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모바일 등 온라인 채널이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유통업계도 온라인시장 공략에 나서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민자역사는 백화점 등 정통 오프라인과 온라인마켓에 비해 제품의 종류가 적고 자가 차량 이용 시 진출입이 불편해 경쟁력이 약하다”며 “수익성 확보를 위해 상권을 좌우할 만큼의 브랜드 확보, 아울렛 등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6호(2019년 1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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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아 기자 sasa70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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