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도권 잡은 韓배터리..반도체 역사 따른다

송상현 기자 2019. 1.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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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주액만 110조원..韓배터리 글로벌 시장 선점
5~6개업체 중심 과점체제 빨라져..中추격 '주의'
LG화학 기술연구원에 전시된 전기차 배터리© News1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잡은 국내 배터리3사의 성장 속도가 무섭다. 지난해 신규 수주액만 110조원으로 연간 반도체 수출액(141조원)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우리나라 주력산업이 줄줄이 침체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제2반도체'로서 배터리가 가진 산업적 중요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기술과 자본의 우위를 앞세워 과점체제를 구축해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도체의 역사를 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배터리3사 110조원 신규수주…반도체 수출(141조원) 추격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110조원이 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물량을 새로 수주했다. 지난해 말 기준 3사 누적 수주 잔액은 175조원에 이른다.

LG화학은 지난해만 40조원을 새로 수주해 2018년 말 누적 수주잔액은 85조원으로 파악됐다. 삼성SDI도 지난해 40조원 이상을 신규 수주해 현재 50조원 이상의 수주잔액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에만 30조원을 수주해 업계 선두권으로 치고올라섰다. 40조원의 누적수주잔고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차 배터리 수주액은 지난해 연간 한국 반도체 수출액인 1267억달러(약 141조원)에 바짝 다가선 수치다. 13대 주력품목 중 하나인 석유화학(501억달러), 자동차(409억달러), 철강(340억달러), 디스플레이(247억달러), 선박(213억달러) 등의 지난해 연간 수출액 수치도 넘어선다.

배터리 산업이 반도체에 이어 국내 주력산업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제2의 반도체'로 정의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이차전지는 시장규모가 메모리반도체를 넘어설 대표적인 고성장 신산업"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를 들고 있는 연구원. © News1

◇ 5~6개 업체로 과점체제 빨라져…韓 기술·자본 앞세워 선두권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지난해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배터리업체들 사이에선 대규모 수주전이 펼쳐졌다. 2025년까지 전기차 50종을 출시해 연간 300만대를 팔겠다고 밝힌 폭스바겐이 대표적이다. 폭스바겐 수주전의 승자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3사와 중국 CATL이었다.

업계에서는 국내3사와 중국 CATL, BYD, 일본 파나소닉 등 5~6개사를 중심으로 배터리 산업이 과점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2025년에는 상위 5개 업체가 배터리시장의 80%를 장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990년대부터 30여년간 치킨게임을 거치며 최근 승자독식의 '초호황'을 누린 반도체산업의 역사를 따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0년 전에 비해 반도체업체 숫자는 절반으로 줄었고 상위 5개 공급업체들의 점유율은 50%에 육박하게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기술력으로 끌고 자본력으로 버티는 전략으로 후발주자의 추격을 막아냈다.

스마트폰 배터리 등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화학기반의 소재기술로 무장한 국내 3사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당장 한번 충전에 500km 이상을 갈 수 있는 고품질의 배터리가 필요한 완성차업체들이 국내 업체들을 호출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폭발하면서 업계에선 발주물량이 100GWh가 넘지 않으면 수주전에 가담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한호 삼성SDI 상무는 지난해 한 콘퍼런스에서 "최근 프로젝트는 조 단위가 우스워진 상황"이라면서 "배터리업계에선 3000억원정도의 발주는 검토도 안하고 4조원 이상이 아니면 시작도 하지 말자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남은 문제는 후발주자의 추격을 막는 것이다. 업계에선 주요 배터리 회사들이 연간 50GWh 이상의 생산 규모를 갖추면 후발 주자들이 쉽게 진입할 수 없는 '장벽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3사가 중국과,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대규모 증설을 주저하지 않았던 이유다. 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연간 생산량을 현재(4.7GWh)의 11배가 넘는 55GWh까지 늘리기로 했다.

한국 배터리업체들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며 자국 업체들을 육성해온 중국의 추격은 경계해야 한다. 최근 중국 배터리업체 패러시스(Farasis)는 독일 완성차 업체에 140GWh 규모의 대형 배터리 공급을 확정했다. CATL과 BYD 외에도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다. 다만 전기차 보조금 제도는 2020년 완전 폐지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후엔 한국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장악해갈 수도 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 첨단산업 견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은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중기적으로 중국 후발업체의 추격을 늦추고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중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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