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최단거리'라 했는데, "왜 이리 숨찬지.."

최민경 기자 2019. 1.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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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경로 중엔 가파른 계단도 포함되어 있다./사진=최민경 기자


#지난 11월 25일 취업준비생 A씨(29)는 당황했다. 안국역에서 시험 보는 장소인 한국금융연수원의 네비게이션상 거리는 1.4km. 예측 시간 22분. 주말에 버스가 막힐 것을 고려해 카카오맵이 알려주는 최단거리를 따라서 걸었다. 그러나 걸을수록 숨이 찼다. 어플서 알려준 최단거리는 고도가 반영되지 않은 북촌한옥마을쪽 등산길이었다. 숨이 찬 채로 시험장 안으로 들어왔다. 더 어려운 길로 온 거 같다는 찝찝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취준생 A씨의 사례처럼 지도어플이 알려준 거리는 최단거리가 아닐 수 있다. 경사로나 단절된 길, 과거 데이터 기반 길을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 Play 스토어에선 이처럼 지도어플에서 알려주는 최단거리로 인해 '낭패를 봤다'는 리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2018년 11월 지도어플 사용현황/사진=와이즈맵

티맵, 네이버지도, 카카오맵 등 지도어플의 다운로드수는 1000만 이상이다. 와이즈앱 2018년 11월 안드로이드 분석에 따르면 구글지도, 티맵, 네이버지도, 카카오맵의 사용자수는 각각 877만, 856만, 844만, 529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티맵의 경우 작년 11월 기준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은 318분, 평균 실행 횟수는 130회 이상인만큼 지도어플에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확한 최단거리 정보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 최단거리 직접 걸어보니

안국역부터 한국금융연수원까지 카카오맵 최단거리. 왼쪽은 도보 기준, 오른쪽은 찻길 기준./사진=카카오맵 캡처

기자가 안국역에서 한국금융연수원까지 두 가지의 다른 경로로 직접 걸어보았다. 하나는 걸어서 이동하는 경로고, 하나는 찻길인 대로변이다. 걸어서 이동하는 경로는 1.4km, 대로변을 따라 이동하는 경로는 1.7km다.
카카오맵 도보 기준 최단거리는 북촌한옥마을을 포함한 경로를 안내한다. 경사가 가파른 것을 볼 수 있다./사진=최민경 기자


도보 기준 최단거리를 걸을 경우 22분이 예측되었지만, 기자가 직접 걸어보니 23분 30초가 걸렸다. 계단이 있는 경로고 오르는 부분이 가팔라서 체감은 더 힘들었다. 반면, 대로변을 따라 걸었을 경우 표시된 거리가 약 300m 더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20분 3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신체적 장애가 있거나 노인일 경우, 경사를 반영하지 않은 최단거리는 더욱 치명적이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이창민씨(38)는 "지도어플을 이용할 때 보행자 경로가 휠체어를 고려하지 않아 다른 길로 돌아간 적이 있다. 휠체어를 탄 사람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 최단거리라는데 막힌 길·사라진 곳·위험한 길을 안내하기도

이뿐만이 아니다. 지도어플에서 최단거리라고 안내되었지만 막혔거나 사라진 곳, 위험한 길을 안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관악구 성민교회에서 난곡사까지 가는 경로. 네이버지도상 최단거리다./사진=네이버지도 캡처


15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한 교회에서 사찰까지 가는 네이버지도상 최단거리를 기자가 직접 걸어보았다. 네이버지도는 아파트 단지를 통해 횡단보도를 건너는 길을 최단거리로 안내했다.

관악산휴먼시아 아파트 단지 담벼락. 네이버지도에선 연결된 길로 표시된다./사진=최민경 기자


그러나 기자는 도중에 목적지로 가는 길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위치가 높은 담벼락으로 막혀있었기 때문이다. 네이버지도상으로는 연결된 길이었다.

찾는 곳 대신 엉뚱한 곳이 안내된 사례/사진=네이버지도 캡처


지도어플에 표시된 가게가 없어져서 애먹는 경우도 있었다. 15일 회사원 B씨(26)는 네이버지도 어플로 신촌역에서 가장 가까운 화장품 매점을 찾다가 한참을 헤맸다. 가게가 없어진 것이 지도상에는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B씨는 결국 다른 가게를 찾아야 했다.

지도어플이 알려준 최단거리로 걷다가 위험한 일을 겪을 뻔 한 사람도 있다. 대학생 C씨(23)는 3년 전 서울 성북구 길음동쪽에 있는 자취방에서 이마트를 가려고 네이버지도 최단거리를 검색했다. 그러나 지도어플이 안내해준 길은 '미아리 텍사스'로 불리는 성매매 업소 집결지를 포함하는 경로였다. C씨는 "미아리 골목길에서 모르는 남자가 쫓아와서 한동안 마음을 졸였다"며 "그런 길인 줄 알았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도어플에서 안내하는 최단거리와 실제 사람이 느끼는 빠르고 편한 경로가 달라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며 개선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승재 다음카카오 매니저는 "카카오맵이 고도를 반영하지는 않지만 자전거도로 우선·편안한 길을 선택하면 계단이 없는 편안한 길을 안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홍보팀 한동근 대리는 "휴대폰 지도어플에서 고도가 바로 반영되지 않는 것은 작은 화면에 더 중요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다뤄야 하기 때문"이라며 "등산로 아이콘을 선택하면 등고선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지도는 불편사항을 반영해서 더 편리한 서비스로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또, 거리뷰에 대해선 "최대한 최신 사진으로 유지하려고 하지만 넓은 영토를 직접 돌아다니며 촬영해야 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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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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