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통학버스 타고다니는 아이들 미세먼지 더 먹는다

김효인 기자 2019. 1. 1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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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먼지 재앙.. 마음껏 숨쉬고 싶다]
통학차 97%가 디젤, 절반이 노후
"승하차 때 등 블랙카본 노출위험.. 집에서 생활할 때보다 2.5배 높아"

일반적으로 '경유차' 하면 트럭 등 상업용 차량과 SUV를 떠올리지만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유치원·학원 등 통학 차량의 대부분도 경유차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 통학 차량 약 8만대(2017년 5월 기준) 가운데 97%인 7만8000대가 경유차이며, 이 중 10년 이상 노후 차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세 먼지 민감군인 어린이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차량이 '미세 먼지 주범'인 경유차인 것이다.

◇디젤차 타면 블랙카본 2.5배 노출

방송통신대 박동욱 교수가 지난 2017년 국제학술지 '대기환경(Atmospheric Environment)'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이 학원이나 학교에 가기 위해 디젤 차량을 이용한 경우 집에서 생활할 때보다 미세 먼지의 주요 성분인 블랙카본(초미세 먼지의 10~15% 차지)에 2.5배 더 노출됐다. 10~12세 초등학생 40명에게 소형 블랙카본 측정기를 갖고 생활하도록 실험한 결과, 디젤 차량을 이용한 경우 블랙카본에 1㎥당 평균 2.98㎍ 노출됐지만, 집에서 생활할 때 블랙카본 농도는 1.17㎍/㎥이었다.

같은 농도의 미세 먼지 환경에 노출되더라도 어른과 어린이가 받는 영향은 큰 차이가 있다. 분당 서울대병원 강시혁 교수는 "성인들은 기도가 커 미세 먼지를 흡입하더라도 공간이 남지만 아이들의 기도는 그 절반에 불과해 미세 먼지를 흡입하면서 염증이 생기면 바로 점막이 부어 공기가 통과할 수 없게 된다"며 "또 폐에 미세 먼지가 들어갈 경우 성장 과정의 아이들은 아직 폐 발달이 미숙해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7년 7월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통학용 노후 경유차를 LPG 신차로 전환할 때 5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며 "올해는 광주, 대전, 대구, 안산 등 다양한 지역으로 규모를 늘려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환 차량이 한 해 2000대에도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노후 경유차 저감장치 7%만 부착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노후 경유차에 대해 저감장치 부착·지원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하지만 15년간 51만여대에 저감장치를 부착하는 데 그쳤다. 이 중 폐차한 차량을 제외하면 그 수는 23만대로 줄어든다. 2017년 말 기준 전체 노후 경유차의 7%만이 저감장치를 붙인 상태로 운행 중인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2.5t 이상 대형 노후 경유차는 생계형 운전자가 많이 갖고 있어 저감장치 부착, 신차 전환 등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저감장치를 부착해 얻는 경제적인 이득은 없다 보니 호응이 낮다"고 했다. 안문수 한국자동차환경협회장은 "친환경 신차 보급보다 중요한 것이 노후 경유차 감축과 조기 폐차"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매년 신형 경유차도 도로에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유차는 전체 자동차의 42.8%인 992만대로, 2017년 말에 비해 35만대가량 늘어났다. 경유차 판매량도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휘발유 차량의 판매량과 비슷하다.

디젤차의 탄생지인 독일의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 도시에서는 노후 경유차의 도심 운행을 금지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도 2005년 이전 생산된 경유차의 도심 주행을 전면 금지했고, 영국은 노후 경유 차량에 대한 '배출가스 과징금'을 걷는 등 강력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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