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출산율 '0.96 쇼크'.. 결국 무너진 저출산 한계선

홍준기 기자 입력 2019. 1. 19. 03:07 수정 2019. 1. 19. 12: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출산위 잠정 집계 결과 "합계출산율 0.96~0.97 확실시"
기근 등 없이 출산율 1명선 붕괴.. 전세계적으로도 전례없어

18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이 0.96~ 0.97명 수준에 그칠 것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작년부터 "합계출산율 1명 선이 위태롭다"고 경고해왔는데, 예측이 현실이 되고 있다. 기근도 없었는데 합계출산율 1명 선이 무너진 국가는 전례가 없다. 우리가 첫 사례가 될 판이다.

특히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분기 1.07명에서 2분기 0.97명, 3분기 0.95명으로 갈수록 더 떨어졌다. 이에 지자체들은 출산율을 높이겠다며 경쟁적으로 출산장려금·선물을 나눠주고 있다. 정부 부처나 지자체가 복지 제도를 신설·확대하려면 국무총리 소속 사회보장위원회와 협의해야 한다. 작년 한 해 전국 지자체가 사회보장위원회에 들고온 안건 가운데 제도 이름에 '출산'이 들어가는 것만 46개였다. 그중 2개만 반려되고 나머지는 모두 통과됐다. 범위를 넓혀서 보면, 2014년 이후 최근 5년간 이런 식으로 신설되거나 확대된 출산 장려 제도가 전국적으로 300여개에 달한다.

문제는 이렇게 돈을 뿌려도, 합계출산율이 오르기는커녕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출산장려금 수천만원 달하기도

지난해 신설·확대하기로 한 출산 장려 제도 대부분(31개)은 출산 장려금 명목으로 현금이나 지역화폐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다둥이에게만 주다가 첫째부터 주는 쪽으로 바꾼 지자체가 많았다. 서울 강남구는 둘째부터만 주다가 지난해 7월 이후 첫째도 출산장려금을 20만원씩 주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전에는 5만원 상당의 출산 축하용품을 지원했는데, 서울시도 육아 용품을 선물하는 사업을 시작해 대신 첫째 아이부터 출산장려금을 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출산장려금이 수백~수천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경북 봉화군은 작년 1월부터 모든 신생아에게 일시금으로 100만원씩 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첫째는 월 10만원씩, 둘째는 15만원, 셋째는 25만원, 넷째 이상은 30만원씩 60개월간 준다. 봉화군에서 4남매를 낳는 사람은 첫째 700만원, 둘째 1000만원, 셋째 1600만원, 넷째 1900만원을 합쳐 5200만원을 현금으로 받는다는 얘기다.

경기도 이천시도 18일 시 조례를 바꿔 셋째부터 주던 출산축하금을 앞으로 첫째부터 주겠다고 밝혔다. 첫째는 80만원, 둘째는 100만원씩 주고, 셋째 축하금은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넷째는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다섯째 이상은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린다.

돈 대신 '현물'을 안기는 곳도 11곳 있었다. 울산시 북구는 지역 특산물인 한우·미역(10만원 상당)을 산모에게 보낸다. 경남 통영시도 내의·젖병·로션·샴푸 등을 담은 '마더 박스'를 나눠주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선물세트에는 육아·복지 안내 책자, 축하카드, 5만원 상품권, 종량제 쓰레기봉투 100장이 담겼다.

◇출산율 올리는 효과는 글쎄?

하지만 출산장려금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면밀히 따져보고 주는 지자체는 드물다. 지자체들이 정말로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경쟁하듯 출산장려금을 주면서 '산모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전북 A시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 시가 첫째 아이에게 출산장려금을 주지 않았더니 인근 도시로 이사 가서 아이 낳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했다. 전남 B시 관계자도 "산모가 다른 지자체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새롭게 아이를 낳도록 유도한다기보다, 자기네 지자체 신생아가 줄어드는 걸 막자는 목적이 강한 것이다.

본지가 통화한 지자체 관계자 대부분은 출산장려금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그래도 "지자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리는 차원에서 주고 있다"고 했다. 한 공무원은 "국가 전체 출산율이 줄어드는데, 우리가 출산장려금 준다고 출산율이 오를지 모르겠지만…. 받으시는 분들의 호응은 좋다"고 했다.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이미 도입한 출산장려금을) 폐지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해외 추세를 보면 출산장려금으로는 출산율을 높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일본 지자체들도 출산장려금을 많이 주다가 최근 '효과 없다'며 없애는 추세"라고 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도 "그 돈을 차라리 아이를 돌봐주는 시설 확대 등에 쓰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