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인수 '13조 쩐의 전쟁'..텐센트·칼라일·MBK 속속 가세
텐센트, 골드만삭스 자문사 선정
홍콩·美서 후보별 투자설명 진행
日상폐후 美나스닥 상장 가능성
일본 규정따라 공개매수 의무화
자금 부족한 韓기업 참여 힘들듯
17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김정주 회장과 그의 부인인 유정현 NXC 감사 등이 보유한 지분 매각을 위한 개별 투자설명회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홍콩 등에서 열리고 있다. 전체적인 딜 총괄은 김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높은 도이치은행 뉴욕지점에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 등 특수관계인은 NXC 지분을 98.64% 보유하고 있고, NXC는 일본에 상장된 넥슨 지분 47.98%를 갖고 있다. 넥슨코리아는 일본 넥슨의 100% 자회사다.
정확한 딜 구조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상은 일본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넥슨 지분(47.98%) 매각으로 볼 수 있다. NXC가 보유한 가상화폐 사업(코빗, 비트스탬프)과 라이프스타일 사업(스토케, 브릭링크) 등은 빼고 게임 사업만 매각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NXC가 보유한 국내 이커머스 업체 위메프 상환전환우선주 46만여 주(지분 11.4%)도 매각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넥슨 시가총액이 13조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김 회장이 가져갈 매각 대금은 당초 알려진 10조원보다 적은 7조~8조원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김 회장에게 줄 매각 대금과는 별도로 인수자 입장에서는 일본의 의무공개매수 제도 때문에 추가 자금에 대한 부담이 생긴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전체 지분 중 3분의 1 이상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려면 소액주주를 상대로 공개매수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 불투명성이 높다"며 "웬만한 자금력이 아니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게임회사의 넥슨 인수전 참여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PEF 가운데는 현재 매각안내서(Teaser Letter)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 KKR·TPG 외에도 칼라일·MBK파트너스 등이 인수전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KKR·TPG·칼라일은 블랙스톤과 함께 세계 4대 PEF이고, MBK파트너스는 칼라일 출신인 김병주 회장이 설립한 아시아 최대 PEF다. 아시아에서 인수·합병(M&A) 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주요 PEF가 모두 참여하는 셈이다.
전략적 투자자(SI) 가운데서는 미국 게임회사인 액티비전블리자드, EA와 함께 유독 게임 사업에서 힘을 못 쓴 월트디즈니, 세계 최대 게임사 중국 텐센트가 인수 후보로 꼽힌다. KKR·TPG·칼라일 등 미국계 사모펀드가 중국 텐센트의 자금력에 맞서 미국 게임회사들과 합종연횡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게임회사 특성상 인력 유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매각자 입장에서는 넥슨의 미래가치를 높이는 전략도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에 일부 글로벌 PEF는 일본에서 상장 폐지하고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PEF 관계자는 "넥슨 주요 게임이 일본 내에선 별로 인기가 없는 데다 중국 시장에서도 성장 여력이 떨어진다"면서 "미국 시장에 잘만 접목하면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 경우 100% 지분 확보를 위해 추가 공개매수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넥슨 최종 인수자금은 시총(13조~14조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기준 넥슨 실적은 매출액 2349억엔(약 2조4000억원), 영업이익 905억엔(약 9125억원)이다. 매출 비중을 지역별로 따져 보면 중국 49.1%, 한국 34.3%, 일본 7.3%, 북미 4% 수준이다.
[조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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