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감귤은 왕실서 하사하던 '金귤'이었다

이경택 기자 2019. 1. 1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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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 ‘탐라순력도’ 내의 여러 작품 중 하나인 ‘감귤봉진’. 제주 망경루 앞뜰에서 임금에게 진상할 감귤을 포장하는 모습이 담긴 그림이다.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거금도의 노지감귤.

■ 농업박물관 ‘역사로 보는 우리 농산물 - 감귤’展

풍년 기준으로 왕실상납량 정해

농민들 일부러 나무 고사시켜

수확량 적은 흉년에 문책 방지

민간에서는 귀한 약재로 쓰여

탐라순력도 등 그림에도 담겨

다양한 효능 얽힌 사연등 소개

배추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요즘 산지에서는 배추 거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애써 재배한 배추를 갈아엎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원인은 조금 다르지만 조선시대 감귤 재배 농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었다. 조선시대에는 감귤이 주요 왕실 진상품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감귤이 많이 열린 해를 기준으로 해마다 똑같은 양의 감귤을 상납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농사를 짓다 보면 날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하고 풍년일 때의 수확량만을 기준으로 상납하게 하니 백성들은 감귤 농사가 잘됐다고 해도 흉년이 들어 수확량이 형편없을 때를 대비해 살아있는 나무를 잘라버리거나 뿌리에 끓는 물을 부어 나무를 고사시켜 문책받을 상황을 미리 방지했다.

서울 중구 새문안로의 농협농업박물관(관장 김재균)은 역사를 통해 우리 농산물을 알아보고 다양한 효능과 농산물에 얽힌 사연 등을 소개하는 ‘역사로 보는 우리 농산물’ 특별전의 두 번째로 ‘감귤’을 선정, 오는 16일 개막식을 열고 5월 26일까지 특별전을 진행한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반도에서 재배돼온 감귤은 조선시대에는 왕실에서만 접할 수 있는 희귀한 과일이자 민간에서는 약재로 쓰인 귀한 작물이었다.

감귤의 한자어 표기인 ‘柑橘’의 ‘감(柑)’은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제주산 토종 감귤인 홍귤을 뜻한다. 실제로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보물 제652호)에는 임금에게 진상할 감귤나무 과원의 모습이 담긴 ‘고원방고(羔園訪古)’나 감귤을 포장하는 ‘감귤봉진(柑橘封進)’ 등의 그림이 있다. ‘탐라순력도’는 1702년(숙종 18년)에 제주목사 이형상이 각 고을을 돌며 기록한 채색 화첩이다.

성균관 유생에게 감귤을 하사하는 과거시험인 ‘황감제(黃柑製)’에 대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 등은 감귤이 그야말로 ‘금’귤 대접을 받아왔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왕들의 ‘감귤 사랑’은 문헌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문종은 집현전 학자들에게 ‘향나무의 향기는 코에만 향기롭고 기름진 고기는 입에만 달구나, 가장 사랑스러운 동정의 귤은 코에도 향기롭고 입에도 달구나’라는 친필 시구를 내리기도 했다.

진상품과 관련된 제주 감귤 농가의 애환도 왕실의 그 같은 감귤 사랑으로부터 비롯됐다. 그런데 1970년대 제주에서는 감귤 나무 두 그루면 대학 학비를 충당했다며 ‘대학나무’로 불리기도 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병 주고 약 준’ 셈이다.

한국박물관협회의 김종규(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명예회장은 “지금은 겨울이면 집집마다 감귤 한 상자씩 들여놓고 먹지만 ‘꿀처럼 단 감귤’이라는 뜻의 일본말 ‘미칸(蜜柑)’으로 불렸던 예전에는 귀한 과일이었다”며 “우리 주변에 흔한 감귤이 얼마나 소중한 과일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행사”라고 전시를 평가했다.

‘감귤의 역사’ ‘감귤의 변화’ ‘오늘날의 감귤’ 총 3부로 구성된 감귤 특별전은 개막일인 16일 감귤 무료시식회도 갖는다. 전시에서는 전국 생산량의 97%를 차지하는 제주뿐만 아니라 소안도, 욕지도, 거금도 등의 내륙 도서지역 노지감귤도 소개한다. 특히 전남 고흥 거금도에서 50여 년간 풍파를 견디며 자란 산지 감귤나무를 직접 공수하여 전시, 눈길을 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은 “제주감귤은 2017년 전국 최초로 농가소득 5000만 원을 달성한 일등공신”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농가소득 증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감귤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이야깃거리를 얻어 가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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