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근로빈곤층 위한 EITC, 소득 8분위까지 받는다고?
근로소득가구 5분위, 사업소득가구 8분위까지
대상가구 1~2분위 1.3배 늘때 5분위는 9.8배
수혜가구 비중 7~8분위 0.5%→1.6% 3배로
[서울경제] 근로장려금(EITC)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일하는 저소득 가구에 정부가 소득세를 돌려주는 형태로 지원금을 주는 제도입니다. 저소득층의 근로의욕을 높여 스스로 빈곤을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인데, 올해부터 이 제도가 대폭 확대되면서 소득 상위 20~30%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확대 개편에 따른 근로장려금 수혜 규모도 정작 지원이 집중돼야 할 저소득층보다 중상위소득계층에서 더 많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영업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가구도 근로장려금을 받게 되면서 나타난 결과인데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EITC의 취지와 맞지 않는 선심성 지출”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렇다 보니 소득 상위 20~30%에 해당하는 총소득 8분위 가구까지 EITC 지원대상이 되는 납득하기 어려운 현상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김상봉·홍우형 한성대 교수가 국회예정처 의뢰로 쓴 ‘근로장려세제 효과성 제고방안’ 보고서를 보면 올해 8분위에 속하는 6,111가구에 총 31억9,100만원의 근로장려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8분위 가구가 EITC 지급대상이 되는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근로장려금 지급요건 완화로 인한 수혜 효과도 저소득층보다는 중산층에 더 많이 돌아가게 됐습니다. 올해 최하위소득계층인 1분위(소득 하위 0~10%)와 2분위(하위 10~20%)의 경우 근로장려금을 받는 가구가 지난해보다 가구 수는 1.3배, 총지급액은 각각 2.4배, 2.2배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중간소득계층인 5분위는 지급가구 수가 9.8배, 지급액은 13.7배나 늘어 증가폭이 훨씬 컸고 7분위도 증가폭이 각각 5.6배, 4.6배에 달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근로장려금 수급가구 가운데 소득 4분위 이상 가구의 비중이 32.4%로 추정됩니다. 지난해(12%)의 3배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7~8분위만 따져도 0.5%→1.6%로 3배 넘게 늘어납니다.
이는 자영업자가 속한 가구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가구도 근로장려금 지원대상이 되면서 발생한 일입니다. 보고서를 쓴 홍우형 교수는 “평균 총소득이 4,000만원을 넘는 7분위 이상 구간에서 상당한 수의 EITC 수급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자영업자가 속한 가구는 가구소득이 8분위에 속해도 EITC를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 결과 올해 근로소득가구는 근로장려금을 5분위까지 받지만 사업소득가구는 8분위까지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7~2018년에는 각각 4분위, 7분위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홍 교수는 “자영업자의 경우 현행 업종별 조정률이 과도하여 상대적으로 총소득이 높은 가구에게까지 근로장려금의 혜택이 주어지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사업소득의 업종별 조정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모든 가구유형에 대해 점증구간은 줄이고 평탄·점감구간은 늘리는 식으로 체계를 개편했습니다. 이런 식의 개편은 소득 재분배에는 긍정적이지만 저소득층의 근로유인을 높이는 데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었지만 반대로 된 것입니다. 홍 교수는 “이번 개편으로 단독가구의 점증구간은 46.2%에서 20%로 크게 감소한 반면 평탄구간은 23.1%에서 25%로, 점감구간은 30.8%에서 55%로 크게 증가했다”며 “근로유인을 효율적으로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고안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단독가구에서 점증구간이 44.4%로 매우 길고 평탄구간은 11.2%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급격한 확대는 저소득층의 소득보전과 분배 개선을 위해서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EITC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최근 임시·일용직, 영세자영업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소득 하위 20% 소득 감소 등으로 분배상황 어려움도 심화됐다”고 개편 필요성을 밝혔습니다. 저소득층의 근로유인을 고취한다는 제도의 목적은 뒷전이 됐습니다.
홍 교수는 “EITC의 1차적인 목적은 근로유인의 고취이고 2차적으로 소득보전인데 이번 개편에서는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며 “무리하게 소득보전을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노동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고은경 중부세무사회 연구부회장은 “근로빈곤층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EITC 확대는 정부의 선심성 지출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예정처에 따르면 2019~2023년 간 EITC 확대로 전체 세수는 11조4,256억원 추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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