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中 폴더블폰, 뭐가 달랐나
인공지능(AI), 로봇, 5G(5세대 이동통신). 11일 막을 내리는 올해 CES(세계 최대 IT 가전전시회)는 유난히 수식할 만한 용어가 많았지만 본능적으로 '보는 것'에 끌리는 사람에겐 디스플레이 대전이었다는 말이 적당할 듯하다.
먼저 LG전자의 세계 최초 롤러블(두루마리형) 올레드 TV가 공개되자마자 전세계의 이목을 잡았다. 현지 언론 라스베이거스 선은 이 TV를 소개하는 사진에 지면의 절반을 썼다.
평소엔 바닥에 놓인 길다란 사운드바에 말아뒀다가 TV를 볼 때만 화면을 꺼내 펼칠 수 있는 기술력에 관람객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의 대표격인 TV 시장에서 LG의 롤러블 디스플레이가 히트를 쳤다면 손 안에 잡히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선 중국 스타트업 로욜이 선보인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 '플렉스파이'가 유명세를 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사우스홀에 차려진 로욜 전시장은 전시회가 열린 나흘 내내 세계 최초 폴더블폰을 찾는 인파로 북적였다.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폰을 로욜이 처음 공개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삼성전자나 애플, 심지어는 중국 내에서도 화웨이·샤오미를 제치고 무명 스타트업이 내놓은 세계 최초 폴더블폰은 단숨에 화제가 됐다.
당시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한 자체 신제품 발표회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 앞에 공개됐던 점을 감안하면 CES가 사실상의 데뷔 무대인 셈이다.
플렉스파이는 그동안 보도된대로 화면을 바깥쪽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의 폴더블폰이다. 삼성전자가 다음달 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행사에서 갤럭시S10과 함께 공개할 것으로 보이는 인폴딩(안쪽으로 접는 방식) 폴더블폰보다는 접히는 각도나 기술력에서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화면을 펼치면 아이패드 미니 정도 크기의 태블릿이 되고 화면을 접으면 스마트폰 2대를 겹쳐놓은 듯한 모양이 된다. 접었을 때 두께는 7.6㎜로 바지 뒷주머니에 넣기엔 부담스럽다. 무게도 320g으로 최신 스마트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묵직하게 느낄 정도다.
화면 전체는 매끈하지만 화면 뒤쪽으로 기기가 연결된 이음새 부분은 잘 구부러질 수 있도록 아코디언처럼 주름이 져 있다. 삼성전자가 내놓을 폴더블폰도 이 부분을 얼마나 세련되게 처리했느냐가 제품의 디자인 완성도와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화면을 완전히 접으면 딱 소리가 나면서 고정된다. 펼쳤을 때 화면 전체에 나타났던 앱 아이콘이 한쪽으로 옮겨지면서 일반 스마트폰을 쓰는 것처럼 된다. 반대편 화면을 터치해 앱이 잘못 눌러지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기능이다.
다만 완전히 접히지 않은 상태에선 반대편 화면의 앱이 의도치 않게 터치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아웃폴딩 방식 폴더블폰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접히는 이음새 부분 화면엔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이 엣지 화면처럼 메시지나 전화 등의 알림이 표시된다.
접었을 때 화면이 바깥쪽을 향해 2개가 되기 때문에 접어서 사진을 찍으면 반대편 화면에도 촬영된 모습이 보인다. 다른 사람이 사진을 찍어줘도 '셀피'처럼 본인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셈이다.
로욜은 20만번 이상 화면을 접었다 펼 수 있는 내구성을 갖췄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전시 기간 이음새 옆부분 화면에 원인 모를 검은 얼룩이 진 모습이 포착되면서 내구성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로욜은 2012년 미국 스탠포드공대 졸업생들이 만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전문업체다. 2014년부터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여왔고 플렉스파이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도 CES에서 소수 고객사를 대상으로 비공개로 폴더블폰을 선보였다. CES 전시장을 찾은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삼성전자의 비공개 폴더블폰을 살펴본 뒤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완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라스베이거스(미국)=이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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