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정치권 강타한 새 별"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29세 초선의 여성 의원이 미국 워싱턴 정가(政街) 최고의 뉴스 인물로 떠올랐다. 미 의회 사상 최연소 하원 의원에 당선된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14선거구)이다. 그는 지난해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10선(選)의 현역 의원 존 크롤리를 꺾으면서 일약 정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새 의회가 개원한 3일 이후에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과 소셜미디어, 정치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를 지지하는 층에서는 '부패한 기성 정치판의 떠오르는 별'이라고 열광하지만, 일각에서는 '세상 물정 모르는 치기 어린 초짜'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르테스는 개원 직후인 지난 6일 CBS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연소득 1000만달러(약 110억원) 이상인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최고세율 70%의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최고세율(39.6%)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처럼 파격적이면서도 과격한 주장을 한 것은 그가 '사회주의자'로 자처하며 저소득층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내 최대 사회주의자 단체인 '민주·사회주의연합(DSA)'의 일원이다. 2016년 대선 당시엔 미국 상원 의원 중 사회주의 색채가 짙은 버니 샌더스 대선 캠프에서 일한 '샌더스 키즈'이기도 하다. 코르테스가 내세우는 공립대학 무상 교육, 공적 의료보험 도입 등의 공약도 사회주의적 요소를 담고 있다.
그의 '70% 최고 소득세율' 주장은 즉각 쟁쟁한 전문가들까지 가세한 논쟁으로 비화됐다. 한때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경제 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될 것"이라며 "끔찍한 아이디어"라고 비판했다. 반면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오카시오-코르테스의 말이 맞는다"며 "미국은 보다 급진적인 세금 개혁이 필요하고, 소득 상위 1%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옹호했다.
부유세 도입 주장 며칠 전에는 난데없이 코르테스의 '춤'이 화제가 됐다. 지난 4일 한 익명의 트위터 사용자가 "모든 걸 다 아는 체하는 똑똑이가 얼마나 바보스럽게 구는지 봐라"라는 글과 함께 코르테스가 대학생 시절에 한 모임에서 춤을 추는 장면을 영상으로 올렸다. 영상 속에서 코르테스는 영화 '조찬 클럽'의 한 장면을 패러디해 약간 우스꽝스럽지만 수준급의 춤솜씨를 선보였다. 게시자가 비방할 목적으로 올린 춤 동영상은 삽시간에 온라인에 퍼지면서 오히려 "멋있기만 하네"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영상이 화제가 되자 코르테스는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여성 국회의원도 춤을 춘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춤추는 영상을 찍어 올렸다. 이 영상 역시 17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정치 입문 초년생인 코르테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식과 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백인 노동자 계층 남성들의 좌절을 대변해 지지를 받았듯, 코르테스는 학자금 부담에 허덕이고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평범한 젊은이들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에르토리코 이민자인 노동자 계층 부모를 둔 그는 장학금 지원을 받고 보스턴대에 진학했다. 작년 중간선거에 입후보했을 당시 그는 학자금을 갚기 위해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돈이 부족해 남자 친구와 동거하는 방을 선거 캠프로 썼고, 당선 뒤에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물가가 비싼 워싱턴 DC에 방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밀레니얼 세대는 좌든 우든 상관없이 의회에서 자신들의 관심사를 대변해 줄 인물을 찾았고, 오카시오-코르테스가 이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했다.
▲ [포토]화제의 29세 美 의원 "트럼프는 인종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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