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증권거래세 인하, 금융당국 '부글부글'

문승관 2019. 1. 9.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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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도 나서 자본시장 활성화 최대 과제로 꼽는데..'
"기재부가 '통행세적 징수금' 정도로 생각한다" 불만
기재부 "전면과세와 연계해 검토할 사항..쉽지 않다"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자본시장 활성화의 한 방안으로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증권거래세 인하가 무산되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그동안 칼자루를 쥔 기획재정부와 수차례 물밑 논의를 해왔다. 하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자 ‘정부 기조 역행’까지 운운하며 서운함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8일 “자본시장 활성화를 청와대와 여당이 강조하고 있고 국회에서는 증권거래세 인하와 폐지를 주장하는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기재부가 증권거래세를 과거 ‘통행세적 징수금’ 정도로 생각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거래세 인하로 거둬들일 수 있는 여러 장점이 있음에도 기재부가 투기 방지 목적 등을 운운하면서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오히려 외부에서 볼 때 정부 기조에 기재부가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증권거래세 인하 가능성에 대해 “2022년까지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확대하고 있다”며 “전면과세와 연계해 검토할 사안이기 때문에 당장은 쉽지 않은 과제”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는 지난해 연말 ‘금융규제 민원포털’에 “주식양도차익 전면과세, 장기투자·장기간접투자(펀드) 우대를 위한 보유기간별 차등세율적용 등 과세체계 정비도 필요하다”며 “과세체계 개선을 위해 기재부 세제실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 거래세 인하 기대감이 확산했다. 한국거래소 등도 실제 정책 변화에 대비했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거래세 인하에 따른 효과와 해외 사례, 세수 감소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증권거래세는 0.3%다. 이는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부터 고정됐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에도 세율은 유지됐다.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늘면서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의 ‘이중과세’ 논란이 불거졌다. 증시 부진으로 소득은 줄었는데 과세기준이 같다며 투자자의 반발도 여전하다.

지난 2017년 말 기준 증권거래세 세수는 약 4조7000억원이고 농어촌특별세(유가증권시장은 농어촌특별세 0.15% 포함)를 포함하면 약 6조3000억원에 달한다. 주식 양도소득세는 2016년 말 기준으로 약 1조9000억원에 불과했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 차례 폐지됐다가 1979년 다시 시행된 증권거래세 제도는 현재 단기적 투기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도입 목적보다 단순한 세수 수단으로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 증권시장은 거래 유동성이 줄어서 고민하고 있는데 증권거래세를 유지하는 것은 반대로 가는 꼴”이라며 “거래세가 0.1% 수준까지 내린다면 연간 2조5000억~4조원 수준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신규 유입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매년 걷히던 세수가 시장으로 유입돼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승관 (ms7306@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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