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민이 팔렸다?.. 앱 '나쁜기억지우개' 논란

이재은 기자 2019. 1.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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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지나면 고민 상담 내역 자동 삭제' 홍보로 인기 끌던 청소년 고민상담 앱, 데이터 판매 시도로 입길
나쁜기억지우개 애플리케이션 기업소개

익명으로 고민을 나누고 상담을 받을 수 있어 청소년 사이 큰 인기를 끌던 고민상담 애플리케이션(앱) '나쁜기억지우개'가 사용자 정보를 판매하려했다는 이유로 입길에 올랐다. 해당 앱이 "고민 글은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지며, 당신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릅니다"라고 광고했던 터라 사용자들 충격이 더 큰 분위기다.

지난 5일 트위터 등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나쁜기억지우개가 이용자들의 고민 내용과 위치 정보 등이 담긴 데이터를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데이터 오픈마켓 '데이터스토어'를 통해 '지역별 청소년 고민 데이터'라는 제목으로 판매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나쁜기억지우개 측은 앱에 올라온 이용자들의 고민 중 지난해 10월부터 받은 것을 △출생연도 △성별 △고민 글 내용 △글 작성 당시 이용자 위치(위도·경도) △작성 날짜 등의 항목으로 데이터를 분류해 월 500만원에 판매하고자 게시했다.

이에 대해 사용자 A씨는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진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이용했는데, 고민을 박제해 월 500만원에 판매하려 했다니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쁜기억지우개 측은 "도의적으로 사용자들이 민감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법적인 절차는 사전에 확인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즉 서비스 약관·동의 항목에 성별·나이·경도와 위도 등 위치·백업데이터 저장 등에 대한 내용을 실어뒀고 △콘텐츠를 여타 회사 등에 제공할 수 있다 △본 서비스를 통해 전송되는 콘텐츠를 제휴 관계에 있는 여타의 회사 등에 제공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는 것에 동의한다 △귀하에게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해당 콘텐츠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등을 언급했으며, 이에 동의한 사용자들의 데이터만 사용했다는 것이다.

나쁜기억지우개 애플리케이션 기업소개

나쁜기억지우개는 그동안 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곳이 없는 청소년들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장으로 여겨져왔다. 지난해 초부터는 서울청소년아동쉼터, 대구시청소년일시쉼터와의 협업을 통해 '자살' '자해' 등을 언급한 청소년들의 위치를 분석해 가장 가까운 청소년 상담복지센터를 소개,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순기능을 인정받아 정부와 대기업으로부터 지원과 투자도 받아왔다. 2016년에는 스마트벤처캠퍼스를 통해 사무공간과 자금을, 2017년에는 현대자동차그룹&정몽구재단에서 진행하는 사회적기업 창업 오디션 'H-온드림' 6기 펠로로 선정돼 수천만원의 사업비를 지원을, 지난해 초 삼성전자와 대구시의 합자펀드인 펀드인 C-펀드로 구성된 C-LAB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를 받았다. 한국문화정보원에서 주관하는 문화데이터 활용 기업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공공데이터 지원을 받기도 했다.

나쁜기억지우개 측은 공익성 있는 앱을 청소년들에게 과금하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 수익 창출에 나섰다가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준호 나쁜기억지우개 대표는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에게 과금하지 않는 대신 다른 수익 모델을 창출하려다가, 청소년의 고민 자료를 통계로 만들어 판매를 시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판매하려던 대상이 다른 사기업이 아니라, 공공기관이었고 정부지원사업이었기 때문에 국가 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사진=뉴스1

사실 SNS 등을 기반으로 하는 많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구축한 플랫폼 생태계 내에서 이뤄지는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분석해 활용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지난해 4월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이 어떻게 돈을 버느냐'는 한 상원의원의 질문에 "광고를 한다"고 답한 것은 페이스북과 같은 SNS, 스타트업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 구조를 집약적으로 설명해준다.

중요한 건 사용자들에게 이 같은 정보가 사용될 수 있다고 명확히 알리고, 직접적인 동의를 구했냐의 여부다.

IT·스타트업 지식재산·정보보호 전문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는 "동의를 받아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그 정보가 얼마나 민감한지 여부나 동의를 받을 때 얼마나 명확하게 이를 알렸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쁜기억지우개'가 판매하려던 데이터 중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고민 내용'"이라면서 "고민 내용 중 건강 관련 정보가 있을 수 있는데, 건강 관련 정보는 보통 '민감한 개인정보'로 취급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를 판매하려면 사용자들에게 앞으로 어느 곳에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그 업체를 명확히 밝혀줘야하고,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정보의 사용과 정보 제공 업체 등을 명확히 밝혀 동의를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즉 소비자들이 '배신 당했다' 등의 반응을 보이는 현 상황의 경우 명확하게 정보 제공 사실을 알리지 않고 모호하게 동의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어 위법성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나쁜기억지우개 측은 "논란을 인지한 직후인 지난 5일 데이터 판매 글을 내렸다"면서 "현재는 위치정보수집 기능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이준호 대표는 "실제 데이터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개인 정보 관련 처리가 미흡했던 점에서 사용자들에게 송구스런 마음이며 논란이 생긴 게 당연하다. 책임을 져야한다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24시간 이후 고민 데이터 저장에 대해서 나쁜기억지우개 측은 "앱을 운영하던 초기 1년간은 백업 데이터에도 저장하지 않았지만, 악성 댓글을 남긴 이를 관리할 때 등 추후 운영상 문제가 생겨 이후에는 24시간이 지난 고민을 앱에서는 지우고 백업 데이터에는 저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다른 앱과 포털 등에서도 하고 있는 방식으로, 우리 역시 용이한 관리를 위함이었다"면서도 "문제가 생긴 데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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