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임세원법' 추진.."안전하게 환자 치료하는 시스템 만들자"

허지윤 기자 2019. 1. 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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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조울증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의료계는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한 이른바 ‘임세원법’ 제정을 추진한다. 임세원법은 고인이 몸 담았던 대한신경정신학회가 주도한다.

지난달 31일 외래 진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의사들은 '고 임세원 교수를 추모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그림을 SNS 프로필 사진으로 교체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대학병원 소속 교수진 페이스북 캡처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2일 조선비즈 기자에게 "진료실에서 보다 안전하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법 제정 추진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위급상황 시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대피할 수 있는 뒷문 같은 안전장치를 두는 등 안전한 진료 환경을 위한 인력과 시설을 마련하는 내용이 제정 추진 법의 핵심이 될 예정이다.

올해부터 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을 폭행할 경우 가중 처벌하는 ‘응급실 폭력방지법’이 시행되지만 이 경우 응급실 내 폭력행위만 해당돼 외래 진료 등 폭력 위험에 여전히 노출돼있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기보다는 사각지대에 있는 정신질환 환자에 대한 치료·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사를 살해한 조울증 환자 박모(30)씨는 1년여간 외래진료를 받지 않았다가 1년 만에 예약 없이 병원을 찾아 진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이사장은 "치료를 제대로 안 받고 방치돼있는 일부 환자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 "치료를 받는 정신질환 환자는 일반인보다 범죄율이 오히려 낮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조울증, 양극성 장애환자 중 조증인 환자, 과대망상, 피해망상으로 인해 폭력성이 있는 일부 특수 급성기환자의 경우 강력범죄율이 일반인보다 높다는 게 학계의 판단이다.

권 이사장은 "이러한 특수 환자들은 ‘누군가 나를 해치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위협을 느껴 먼저 공격하는 경향을 띄는 것인데 치료를 받고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대부분 공격성이 완화되고 괜찮아진다"며 "그렇기 때문에 제때 병원에서 치료받고 꾸준히 관리받아 폭력성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권 이사장은 "현재 국내 정신질환 환자 중 실제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오는 환자는 20%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라며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 환자의 범죄 행위에 대한 사후 처벌뿐 아니라 이들의 치료와 예방,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데 보다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이사장은 "학회 차원에서 안전한 진료 환경 마련을 위한 논의와 함께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정신질환 환자들의 치료율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 정신질환 환자의 범죄를 보면 전체 발생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범죄는 늘고 있는 추세다.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등 흉악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 수는 2012년 540명, 2013년 632명, 2014년 731명, 2015년 781명, 2016년 847명으로 집계됐다. 정신질환자의 재범률은 7.7%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법은 2일 오후 3시 살인 혐의를 받는 박모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해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범행을 시인하고 있으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검거 후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박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44분께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정신과 진료 상담 중이던 임 교수의 가슴 부위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 교수는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지만 오후 7시30분쯤 결국 숨졌다.

임 교수는 우울증, 불안장애와 관련된 연구를 해왔으며 학술논문 100여편을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했다. 2016년에는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담은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펴냈으며, 2017년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선정한 '생명사랑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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