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미비·예우부족..장기기증 급감에 이식 대기자 발 동동
장기기증자는 428명 불과
기증 서약자 2년새 반토막
가족 반대하면 기증 불가
기증자의향 존중 법안 시급
추모공원 설립 등 예우 필요

31일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2016년 573명이었던 장기기증자 수가 2017년 515명으로 줄더니 지난해 12월 초 428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연간 장기기증자 수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이 시행된 2000년 이후 2016년까지 매년 증가했지만 2017년 처음 줄어든 뒤 지난해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인구 100만명당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9.95명 수준으로 스페인(46.9명), 미국(31.96명) 등 외국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지는데 이마저도 더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뇌사 시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희망하는 서약자도 2016년 8만5005명에서 2017년 7만5915명으로 줄더니 지난해엔 9월 말 현재 4만7661명으로 2년 새 거의 반토막 났다. 현재 국내 기증희망 서약률은 전체 국민의 2.6%에 불과한데 지난 2년간 기증희망을 약속했다가 이를 취소한 사람도 5039명에서 5896명으로 늘어났다. 2017년 장기기증자에 대한 예우 소홀 문제가 불거진 뒤 일반인의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갑작스레 사망한 아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장기기증을 결정했지만 병원 측이 장기를 적출한 후 나 몰라라 하면서 결국 뇌사자 아버지가 직접 시신을 수습한 뒤 장례식장까지 앰뷸런스에 싣고 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후 뇌사 추정자의 장기기증을 가족이 거부하는 비율인 국내 장기기증 거부율이 2016년 46%에서 지난해 59.7%(10월 말 기준)로 치솟는 등 장기기증 문화가 급격히 퇴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행 장기기증 절차에선 참가자 동의와 가족 간 합의가 가장 중요한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뇌사자 장기기증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진단이다.
환자 본인이 사전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서약했더라도 가족 1명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기이식법에 따르면 동의권자 우선순위는 '배우자→직계비속(만 14세 이상 자녀)→직계존속(부모)→형제·자매→4촌 이내 친족' 순이다. 그런데 동의권자 우선순위에 따라 1순위인 배우자가 기증을 결심하더라도 부모나 자식 등 다른 가족이 반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서약한 A씨가 지난해 여름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지자 아내 B씨는 남편 뜻을 따라 그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시부모 반대가 극심했다. 현행법상 배우자 등 가족 1명의 동의만 있으면 장기기증이 가능하지만 B씨는 시부모 뜻을 거스를 수 없어 결국 남편 장기기증을 포기했다. 이정림 장기조직기증원 기증관리본부장은 "우선순위 동의권자가 밀어붙이면 기증이 이뤄질 수 있지만 그로 인해 가족 간 불화가 발생할 수 있어 이런 경우 거의 대부분 기증이 무산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기증원과 대한이식학회 등은 사전 기증희망 서약서를 토대로 본인 의향을 가장 존중하고 선순위 동의권자가 결정하면 다른 후순위 가족이 이를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장기이식법 개정안을 만들어달라고 국회에 요청하고 있다. 또 기증원은 법 개정을 통해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죽음에 대한 정의를 다시 세우고 뇌사자뿐 아니라 심장정지 환자도 장기기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증원은 "가족 동의나 합의, 죽음에 대한 재정의 등은 무겁고 민감한 주제여서 개정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3만여 명에 달하는 장기이식 대기자를 고려하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법 개정과 함께 장기 기증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우를 높이는 근본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9월 제1회 생명나눔 주간 행사에서 기증자 유가족 중 한 명인 홍우기 씨는 "기증자 마음을 기리기 위해 사람들 왕래가 잦은 곳에 자연 친화적인 추모공원을 세워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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