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기자의 괴식기]죽으로 진화한 '비비빅'

이성웅 2018. 12. 29. 10: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빙그레 '비비빅 동지팥죽'
1975년 출시한 히트작 '비비빅'을 죽으로 재해석
우유와 계피 넣어 고급스러운 팥죽으로 재탄생
배송된 빙그레 ‘비비빅 동지팥죽’. 기존 비비빅 아이스크림 포장의 특징을 살려 파우치 형태로 제작됐다.(사진=이성웅 기자)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올해의 마지막 괴식기다. 식품 담당 기자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올해 식품업계를 한마디로 정리해보면 ‘히트작의 재해석’이라고 하겠다. 장수 상품이나 인기 상품을 다른 식품에 이식하거나, 새롭게 조합해 눈길을 끌었다.

삼양식품에선 ‘불닭볶음면’의 소스만 별도로 판매하는가 하면, 이 소스를 활용해 떡볶이나 쫄면 등을 출시했다. 농심도 ‘오징어짬뽕’과 ‘짜파게티’를 활용한 라볶이를 선보였다. 일단 인기가 검증된 제품을 활용하니, ‘평타’는 보장되는 셈이다.

연말을 앞두고, 아마 올해 식품업계의 마지막 외도(?)가 아닐까 싶은 제품이 나왔다.

이번 괴식기의 주인공인 빙그레 ‘비비빅 동지팥죽’이다. 지난 22일 동지에 즈음해 나온 다양한 팥죽 상품 중 단연 눈에 띄는 제품이었다. 무려 1975년에 출시한 단팥 아이스크림을 활용해 단팥죽을 만들었다.

1975년 출시한 빙그레의 인기 아이스크림 ‘비비빅’.(자료=빙그레)
비비빅은 어려서부터 많이 접해 온 아이스크림이다. 다른 부드러운 아이스크림과 달리 냉동실에 꽁꽁 얼려놓은 비비빅을 먹을 땐 함부로 깨물어먹을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살살 녹여 먹다보면, 갈지 않고 통으로 들어간 단팥을 씹을 수 있었다. 많이 달지 않아 어른들이 특히 선호하던 아이스크림이다.

추억의 아이스크림이 죽으로 변했다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비비빅 동지팥죽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단팥죽과 달리 우유가 들어갔다는 점이다. 아이스크림에서 출발한 정체성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우유가 들어간 죽이니, 엄밀히 말하면 단팥 ‘타락(駝酪·우유)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주 부드러운 맛을 생각하며 일단 시원한 상태로 보관돼 있던 그대로 맛을 봤다.

시원한 상태의 ‘비비빅 동지팥죽’. 겉보기에도 되직한 농도가 느껴진다. (사진=이성웅 기자)
확실히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일반적인 단팥죽과 달리 우유가 다량 들어가 우유의 부드러움이 팥의 단맛과 잘 어우러졌다. 중간 중간 응고된 쌀가루가 씹혀 팥죽의 새알을 씹는 듯한 식감을 줬다. 밤이 들어가 있다고는 하나, 미미하게 들어간 탓인지 그 맛을 찾아내긴 힘들었다.

팥죽이 목으로 넘어갈 무렵 뒤에서 계피향이 느껴졌다. 계피가 들어간 팥죽은 좀처럼 맛본 기억이 없는데, 찾아보니 팥은 찬 성질을 가지고 있고, 계피는 뜨거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상호보완적인 식재료라고 한다.

다만, 계피 향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전자레인지에 데운 ‘비비빅 동지팥죽’. 데우고 나니 농도도 살짝 묽어지고, 빛깔도 선명해졌다. (사진=이성웅 기자)
이번엔 죽답게 살짝 따뜻하게 먹어봤다. 뚜껑을 열지 않은 채로 전자레인지에 20초 가량 데워주면 딱 먹기 알맞은 온도가 된다. 파우치에 담겨있어 너무 뜨겁게 데우면 입안이 데일 수 있다.

온도가 올라가니 차게 먹을 때보다 농도가 살짝 묽어져 먹기 더 편해졌다. 또 계피의 향이 덜 부각됐다.

먹기 전엔 단순히 아이스크림을 점도 있게 녹인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먹어보니, 상당히 그럴싸한 한 끼 식사대용 팥죽이었다.

온라인 전용상품으로 출시돼 갑자기 생각날 때 사먹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성웅 (saintlee@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