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사, 도덕성 논란·검증 실패·낙하산..문 정부도 깨지 못했다 [해 넘기는 개혁]

정환보 기자 2018. 12. 24.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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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역대 가장 인사 검증을 깐깐하게 했던 정부가 참여정부인데, 그 민정수석이 저다. 인사 검증에 관한 방대한 매뉴얼도 마련해 놓고 나왔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 매뉴얼만 따랐다면….”

지난해 3월19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TV토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다. 박근혜 정부는 수첩 인사·밀실 인사·깜깜이 인사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혁명의 힘으로 당선된 문재인 정부 고위 공직자 인사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도 그만큼 컸다.

실제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 호남 출신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지명을 직접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한 탕평 인사, 여성 30% 내각 약속 이행 등을 두고 ‘참신하다’ ‘잘한다’는 호평을 들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도 역대 정부의 전철을 완벽히 피하지는 못했다. 차관급 이상 7명이 낙마하고서야 1기 내각이 가까스로 ‘완전체’로 출범할 수 있었다. 야당의 공세도 도를 넘은 경우가 많았지만, 근본 원인은 고위 공직 후보자의 도덕적 해이였다.

문재인 정부 집권 첫해가 인사에 대한 ‘찬사’와 ‘참사’가 엇갈려 나타난 시기였다면, 집권 2년차인 올해는 박수받을 일이 별로 없었던 한 해였다.

지난 3월30일 임명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해외출장·셀프 후원 의혹 등이 집중적으로 불거지면서 보름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까지 받아들고 난 뒤에야 자진사퇴 형식을 취한 것이었다.

김 전 원장에 앞서 문 대통령이 임명한 최흥식 금감원장이 하나은행 채용비리 관련 의혹으로 사퇴했다. 같은 직위에서 잇단 인사검증 실패가 나타난 것이다.

■ ‘7대 비리 배제’ 단서조항 달아 문턱 낮춰

차관급 이상 7명 낙마 후 1기 내각 완성…2기는 더 심각 유은혜·조명래 장관 위장전입 등 “문제없다”며 면죄부 공기업 임원 4명 중 1명 ‘캠코더’…논공행상 논란 여전

올해 하반기 단행된 개각은 표면적으로는 지난해보다 평탄해 보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위장전입·병역면제 논란·다운계약서(부동산) 등 인사청문회 때마다 등장했던 고질적 문제들이 또다시 불거졌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구성 실패 경험에도 크게 개선된 바가 없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고위 공직자 인사 관련 대선공약인 ‘공직 원천 배제 5대 원칙’을 확대·구체화한 ‘7대 비리·12개 항목’을 발표했다. 병역기피,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대선공약집에 적시한 ‘5대 비리’에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등 2개 항목을 추가했지만, 의도와는 정반대로 ‘면죄부’ 논란을 낳았다. 각종 ‘전제 조건’ 혹은 ‘단서 조항’을 붙이면서 오히려 ‘문턱이 너무 낮다’는 지적만 받은 것이다.

실제 ‘7대 기준’이 시행에 들어간 올해 임명된 일부 장관들은 ‘단서 조항’ 덕분에 살아났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딸의 초등학교 배정을 위한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지만 1996~1997년 당시의 일이라는 점이 참작됐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장남의 강남 8학군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이 적발됐지만, 1995년이어서 원천 배제에 해당하지는 않았다.

청와대는 2기 내각을 구성하면서 “7대 배제 기준에 위배된 경우는 없었다”고 했는데, 이는 청와대의 오만으로 받아들여졌고,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발과 대통령의 임명 강행으로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문 대통령 대선공약에 포함된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법 제정’ ‘인사청문 대상 확대’ 등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첫해부터 ‘낙마 트라우마’를 강하게 입은 여당으로서는 먼저 나설 엄두가 나지 않는 사안인 것이다.

공기업·공공기관 ‘낙하산’ 문제도 2년차 들어 더 두드러졌다.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제일 먼저 ‘물갈이’를 시작하는 정부 부처 고위직 인사와 달리 공공부문 임원의 경우 잔여 임기 만료 등으로 2년차에 현 정부 인사들이 대거 임명된 것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를 보면, 공기업 임원 4명 중 1명이 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여한 공로로 임명된 이른바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실천한 인물이 해당 공기업에서 개혁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낙하산’이 모두 잘못된 인사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터져 나온 안전 사고와 관계 깊은 몇몇 공공기관은 공교롭게도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기관장으로 있던 곳이었다. 3선 의원 출신으로 문재인 대선후보 조직본부 부본부장을 지낸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고속철도(KTX) 탈선 사고와 관련해 결국 옷을 벗었다.

경기 고양시 백석역 열 수송관 누수 사고를 수습 중인 지역난방공사도 황창화 사장은 한명숙 총리실 정무수석을 거쳐 19대 총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최근 청와대 특별감찰반 폭로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도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지냈다.

‘논공행상’ 우려는 여권 내부에서도 불거진 바 있다. 지난해 3월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안희정 후보는 “매머드 조직은 나중에 다 어디 한자리 달라고 한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기록을 청와대에 남겨서 후세에 심판받도록 하면 된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인사추천실명제를 내부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임명 철회나 중도 사퇴한 인사를 추천한 것에까지 책임을 물렸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앞으로도 인사 문제는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는 인사 공세만큼 강력한 무기가 없는 반면 여권은 국정 수행을 위해 물러서서는 절대 안될 문제로 여기고 있다.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끊듯 단번에 해결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더라도, 인사검증법 제정 등을 통해 제도적 차원의 인사가 가능한 길을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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