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자는 정말 있을까

박상준 2018. 12. 24. 17:3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초능력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국 영화 `염력`(좌)과 `초능력자`/사진=(주)NEW
[박상준의 사이언스&퓨처-25] 4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초능력자'가 있다. 8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도 방문해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사람, 바로 이스라엘 출신의 유리 겔러이다. 쇠로 된 포크를 살살 문지르기만 했는데 완전히 구부러지고, 고장 나서 멈춘 지 오래 된 손목시계들을 정신력만으로 다시 작동하게 만드는 등 당시 전국이 떠들썩했던 기억이 새롭다. 심지어 당시 한국 정부에서 비밀리에 휴전선 지역 땅굴을 투시해 찾아달라고 요청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런데 왜 지금 그는 잊힌 존재가 되었을까? 사실은 초능력자라고 거짓말을 하고 다닌 마술사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마술 영상들을 보면 초능력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장면이 많다. 보지 않고도 알아맞히는 투시나 예지, 또 유리를 통과하거나 물체를 바꿔치기하는 등 염동력과 관련된 것처럼 보이는 마술 등등.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고도의 눈속임일 뿐 자연 법칙을 거스르는 것은 하나도 없다. 마술사의 솜씨가 숙련될수록 과학자의 눈도 속여 넘기지만 같은 마술사들끼리는 다 알고 있다. 어떤 트릭을 썼는지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능력 연구는 학문의 한 영역으로 존재한다. 바로 초심리학(parapsychology)이 그것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물리학이나 생물학 등에 속할 것 같은 초능력이 심리학의 한 분야로 연구되는 이유는 사실 초능력 현상이라고 보고된 사례가 대부분 목격자들의 심리적 상태에 따른 착각이나 왜곡 등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과학의 영역에서 초능력을 대하는 태도부터가 인간이라고 하는 불완전한 존재에 대해 객관적이고 비평적인 시각을 전제한다는 의미인 셈이다.

심령연구가로도 유명했던 '셜록 홈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 /위키피디아

초심리학 분야의 선구자로 흔히 J B 라인(Joseph B. Rhine) 박사를 꼽는다. 원래 식물학자였던 그는 1922년에 아서 코넌 도일의 강연을 들은 뒤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도일은 '셜록 홈즈'의 작가로 너무나 유명하지만 동시에 심령 연구가로도 잘 알려져 있었는데, 당시의 강연도 '죽은 자와의 소통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주제였다고 한다. 그러나 라인 박사는 당시의 유명한 영매, 즉 죽은 사람과 대화한다는 사람 중 하나였던 미나 크랜던의 강령술이 사실은 속임수라는 사실을 간파해서 이를 발표했고, 이 때문에 도일을 비롯한 당시의 심령학자 상당수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 뒤 라인 박사는 미국의 명문 듀크대에서 본격적으로 초능력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시작했고 1935년에는 듀크대 초심리학연구소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초심리학 분야의 결정적인 업적으로 흔히 언급되던 것이 라인 박사의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텔레파시' 실험이다. 학교 안 다른 건물에 각각 머물러 있는 두 사람이 무작위로 제시되는 카드에 그려진 문양(동그라미, 세모, 물결무늬 등)을 서로 맞히는 것이었는데 통계적으로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없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실험은 환경이나 설계, 결과 해석 등에서 문제가 있다는 거센 반론이 일었다.

미군에 실제했던 '초능력 부대'를 묘사한 영화 '초[민망한]능력자들'/사진=팝 엔터테인먼트

냉전시대에는 미국과 옛 소련 양 측에서 초능력자들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실제로 있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초[민망한]능력자들'(2009)로 소개된 조지 클루니 주연의 영화는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까지 미군 특수부대에서 실제 운용되었던 팀에 대한 내용을 코믹하게 다룬 작품이다. 또한 그 이전에도 알려진 사례가 다수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얘기는 없다.

과학의 발달에 따라 연구방법론 그 자체의 엄밀함도 더해진 때문일까. 오늘날 초심리학은 예전만큼 진지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직 심리학의 한 분야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사실상 의사과학(유사과학)으로 취급한다. 듀크대 초심리학연구소도 지금은 이름을 '라인연구센터(Rhine Research Center)'로 바꾸고 더 이상 듀크대와는 상관없는 비영리 독립연구소로 명맥만 잇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심리학에서 다루는 영역들은 여전히 대중의 큰 관심사다. 인간에게는 알려진 것 이상의 감각, 즉 '초감각적 지각(ESP)'이 과연 있는가 하는 논쟁이 대표적이다. 일어날 일을 미리 안다거나 예지몽을 꿈꾼다거나 하는 예지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은데, 과학에서는 대부분 통계적 우연으로 설명한다. 그럼에도 이 설명에 수긍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 유령 목격담 역시 환각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세계적으로 너무나 많은 사례들이 시대를 초월해서 계속 나오고 있다. 적어도 심리학적으로는 명백하게 하나의 증후군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유령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느냐에 앞서 유령을 목격한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다수 존재한다면 그건 곧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초심리학은 바로 이러한 현상들에 대한 명쾌한 답을 모색하는 과학이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